북, 군 중대단위 ‘부업반’ 다시 내와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3.10.28
mushroom_lot_kimje-305.jpg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534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에 새로 건설된 버섯공장을 현지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군 당국이 군인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대책의 하나로 군관 가족들로 꾸려진 ‘부업반’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군, 중대단위 ‘부업반’ 다시 내와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이 군인들의 생활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군관가족들로 꾸려진 ‘부업반’을 다시 만들고 있다, 문 기자가 최근에 이런 이야기 했었는데요. 군관가족들로 ‘부업반’을 만들어 군인들의 생활을 어떻게 돌본다는 겁니까? 좀 자세한 얘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문성휘 : 네, “북한 군 당국이 군부대 주변에 군관(장교)들의 주택을 새로 짓고 있다” 얼마 전 우리방송에서 이런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요. 신속한 지휘체계로 부대의 전투력을 높일 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군관들의 살림집을 부대가까이에 새로 짓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관들의 살림집을 이렇게 부대가까이에 지으면서 북한군 당국은 군관가족들로 새로 ‘부업반’을 조직하고 있다고 최근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는데요. 북한은 대대급 이상 군부대들마다 ‘부업소대’라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부업소대’는 대대병사들이 먹을 부식물, 주로 콩을 많이 심어 가꾸는데요. 또 염소와 돼지, 토끼와 같은 축산도 해서 대대 군인들의 식생활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나 ‘메주콩 심기’ 이런 게 전부 다 ‘부업소대’를 통해서 하는 일들이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명목상으로는 ‘부업소대’의 임무가 그런 거라는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이 생산한 두부콩이라든지, 염소, 토끼와 같은 집짐승들도 모두 군관들이 빼돌리다 나니 실제 병사들은 별로 맛도 볼 수 없다는 거고요.

군인가족들로 만들어진 ‘부업반’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이게 예전 김일성 시대에 만들어 진 겁니다. 농사를 지어서 군인들의 식생활에 보탬을 준다며 군인가족들로 ‘부업반’을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부업반’은 ‘고난의 행군’시기 군인가족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군관들도 장사를 위해 군부대와 멀리 떨어진 주민지구에 속속 거처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박성우 : 네,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군관들의 살림집을 군부대 가까이에 새로 지을 데 대해 지시하면서 군인가족들로 새로 ‘부업반’도 조직하고 있다는 건데요. 새로 만들어 지는 ‘부업반’은 기존처럼 대대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단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중대 부업반’을 새로 내온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 소대장들의 가족들을 비롯해 이미 제대되고도 갈 곳이 없어 군부대 살림집을 계속 쓰면서 살고 있는 퇴직 군관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또 군인가족들 외에도 ‘중대 부업반’에 1개 분대의 병사들을 배속시켜 농사와 축산을 비롯해 군인들의 식생활을 높이고 각종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봉사활동도 한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현지 소식통들은 “앞으로 조직되는 ‘중대 부업반’은 콩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산조’와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를 전문으로 하는 ‘축산조’, 그리고 ‘이발소’와 ‘중대 목욕탕’을 관리 운영하는 ‘봉사조’가 분조형식으로 나오게 된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박성우 : 제가 볼 때는 이 ‘봉사조’가 좀 특이해 보이는데요. 그럼 ‘이발소’가 지금까지는 없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 지금까지는 대대나 중대 같은 덴 ‘이발소’가 없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리고 군인들의 목욕 같은 건 따로 세면장에 씻을 수 있는 시설, 샤워시설을 갖추면 되는 거 아닙니까?

문성휘 : 중대마다 세면장이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샤워시설, 북한에서는 ‘샤와’라고 하는데요. 이런 목욕시설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거고요. 특히 겨울철에 땔감 문제로 따뜻한 목욕물을 준비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런 게 또 있겠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앞으로는 중대단위의 ‘부업반’이 새로 나오면 군인들의 편의를 위한 전문적인 ‘이발소’와 ‘목욕탕’도 운영되고 군인들의 식생활을 높이기 위해 메주콩과 ‘풀 먹는 집짐승’도 지금보다 휠씬 많이 기를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예견했습니다.

박성우 : 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말이죠. 중대단위의 ‘부업반’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궁금한 건요. 중대마다 가족인원이 정해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구체적으로 부업반의 규모를 어떻게 할 건지, 이런 문제가 생길 것 같고요. 또 ‘부업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상부조직, 이런 게 있는지도 궁금한데 이건 어떻게 알려져 있나요?

문성휘 : 네, 기존에는 그런 관리가 허술해 군관들이 ‘부업소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라는지 축산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게 상당히 어려워 질 것 같고요.

북한 당국은 몇 년 전부터 대대급 부대들에 ‘생활지도원’ 편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활지도원’은 병사들의 고민을 제때에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 군인들의 탈영을 막기 위해 새로 내온 편제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대마다 ‘생활지도원’ 편제를 ‘생활지도과’로 확대하고 ‘생활지도과’에서 중대단위로 조직되는 ‘부업반’을 철저히 통제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업반의 인원은 중대마다 대략 15명 정도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중대인원은 대부분 100명에 훨씬 못 미칩니다. 그러니까 15명이면 이들의 식생활이나 편의를 얼마든지 돌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또 이러한 ‘부업반’은 ‘대대생활지도과’를 통해 대대정치지도원들이 직접 관할하게 된다는 거고요. 때문에 한편으로는 군 지휘체계를 담당한 지휘관들의 갈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런 게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박성우 : 어떤 갈등을 의미하는 거죠?

문성휘 : 북한의 군 지휘체계는 실무와 정치적 문제를 담당하는 지휘관들이 따로 있는 2중적인 지휘체계 아닙니까? 한마디로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이런 지휘관들은 실무를 맡고 있고 대대정치지도원이라든지, 중대정치지도원과 같은 지휘관들은 군인들의 정치적인 문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군의 기본 명령자는 대대장이나 중대장인데 이들 군인들을 노동당에 입당시킨다든지, 제대되면 군인들을 대학에 보낸다든지, 이런 권한은 전부 정치지도원에게 있습니다. 그러다나니 병사들은 아무래도 명령자인 중대장보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정치지도원에게 더 복종하게 돼 있죠.

박성우 : 당원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문성휘 : 그렇죠. 그러다나니 지휘 간부들과 정치 간부들 간에 늘 대립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이 막강한 대대정치지도원이나 중대정치지도원이 ‘부업반’까지 책임을 지게 되면 실제 대대장과 중대장과 같은 지휘관들은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북한군에서 정치지도원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놓고 군인들속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대대장이 적을 향해 돌격명령을 내리니까 병사들은 모두 정치지도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치지도원동지 어떻게 하랍니까?” 이렇게 묻더라는 겁니다.

박성우 :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힘이 막강한 정치지도원이 앞으로 ‘부업반’까지 책임진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정말 부대의 실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거군요.

문성휘 : 그렇죠. 중대장이나 대대장은 사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입니다.

박성우 : 그렇게 되는 거군요.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중대단위의 군인가족들로 조직된 ‘부업반’이 새로 조직되는데 대해 병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문성휘 : 네, 병사들은 대단히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들을 통해 앞으로 생활이 훨씬 나아질 거라는 기대에 많이 부풀어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군부대 주변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군관 가족들은 불만이 상당히 높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북한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뭔가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부업반을 다시 내온다는 소식, 이것도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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