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혜산철도분국 조직비서 불륜 사건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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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중구역 승리거리에서 평양시민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양강도 철도국 조직비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 ‘생활제대’까지 시켜 자식들을 군대에서 빼내오기 위한 북한 후방가족(자식을 군대에 내보낸 가족)들의 뇌물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혜산철도분국 조직비서 사건 일파만파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네, 요새 북한 내부 정보들을 보면은 북부 지역에서 사건, 사고가 참 많은 것 같애요?

문성휘 : 네, 사건들이 참 많았습니다. 혜산장마당 육고 매대 화재사건이라든지, 또 청진 역전 주변에서 매춘행위를 하는 전문조직을 색출한 사건, 뭐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참, 그 중에서도 한 달 전에 있었던 양강도 철도국 조직비서 살해사건이라는 것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노동당 간부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양강도에서 철도국 조직비서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나 보죠?

문성휘 : 네, 이게 살해사건이라고 이름이 붙었는데 일단 살해사건이 아닌 것으로 해명이 됐고, 권력형 불륜사건으로 비화하며 당 간부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점점 복잡해지는 군요. 권력형 불륜사건, 어떤 내막이 있습니까?

문성휘 : 네, 10월 10일 경이었죠. 양강도 철도국 간부부장 강모씨가 백암철도 확장공사장을 돌아보고 올데 대한 지시를 조직비서로부터 받았다는 것입니다. 2009년에 완성한다던 백암철도 확장 공사가 벌써 2년째 끌고 있거든요.

혜산에서 백암 쪽으로 나가는 열차라는 게 ‘혜산-평양’ 제 1열차가 유일한데 정시로 들어와야 저녁 5시 40분이라는 것입니다.

평소에 조직비서가 자주 출장 지시를 주는 데 대해 의견이 많았던 강씨였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겠지, 하고 그날도 출장준비를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역전에 나가보니 당장 들어온다던 열차가 정전이 돼서 양강도 운흥군 대오시천 부근에서 멈춰 섰다는 거예요.

박성우 : 아, 그럼 그날은 못 가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래서 철도국 간부부장이니까 주변 간부들을 동원해 알아보았는데 전기가 다시 오려면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대요. 근데 그 당시는 사람들이 다 퇴근한 후고 사무실에 난방마저도 없어서 강씨는 하는 수 없이 자기가 사는 ‘국수집 아파트’로 향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아파트 이름이 ‘국수집 아파트’군요?

문성휘 : 네, ‘국수집 아파트’는 혜산역전에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래요. 혜산시에서도 유명한 아파트라고 하는데 강씨네 집은 3층에 있었대요. 집 앞에서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 대답도 없더라는 거예요. 이상했던 거죠. 그래서 문을 마구 두들겼는데 몹시 당황한 기색의 아내가 나오더라는 겁니다.

강 씨도 이상했겠죠? 그렇게 하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조금 있다나니 ‘사람이 죽었다’ 하는 비명이 들리더라는 겁니다. 그때가 날씨가 추워서 한창 문풍지를 할 때였는데 아마 간부부장도 밖에서 사고가 났겠지 하고 별 신경을 안 썼대요. 그런 일이 하도 흔하니까 내려다보지 않았겠죠.

그런데 조금 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이어 강씨네 집에 보안원들이 들이 닥쳤다는 거예요. 보안원들이 이유 불문하고 그 자리에서 강씨를 묶어 갔다는 겁니다. 그날부터 강씨는 매일 보안원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철도국 조직비서를 살해한 원인을 말하라고 고문을 받은 거예요. 거기다 강씨의 아내마저도 강씨가 조직비서를 구타해서 창문으로 떨어지게 했다, 이렇게 증언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때 양강도 철도국 간부부장이 집에서 조직비서와 술을 마시다가 살인을 쳤다. 간부부장이 조직비서를 살해했다, 이런 소문이 굉장히 돌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간부부장도 억울하지 않아요? 양강도 법의감정원이라고 이게 한국으로 말하면 과학수사대입니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수사요청을 했다는 겁니다. 결국 시신을 부검했는데 아무런 타살 흔적도 없고 죽은 조직비서가 속옷을 전혀 입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이상해서 한주일 후에는 거꾸로 간부부장 아내가 감옥행을 했다는 거죠.

박성우 : 아, 이쯤 되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만 합니다.

문성휘 : 네, 이렇게 돼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는데 올해 64살의 철도국 조직비서가 40대 중반의 간부부장 아내에게 딴 마음을 먹었다는 겁니다. 간부부장의 아내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의 장래를 위해 조직비서에게 몸을 바쳤고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나니 결국 사건이 벌어진 거죠.

집안에서 몰래 일을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집 주인인 간부부장이 들이 닥치니 조직비서가 너무 당황해 아래로 내리 뛰었다는 거죠. 그런데 나이가 있지 않습니까? 64살… 또 조직비서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겁에 질린 간부부장의 아내가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건이 더 크게 번진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까 이걸 정리하면 북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불륜사건인데 노동당 간부가 저질렀다, 요것 때문에 더 크게 소문이 난 거, 이런 건 아닐까요?

문성휘 : 그런 것도 있긴 있겠죠? 그런데 혜산역전 자체가 양강도의 거대한 매음 시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다 자기 부하직원의 아내와 불륜이 나서 죽음을 당했으니 다른 일보다 더 크게 소문날 수밖에 없죠. 사건 후 역전직원들이 매춘 여성들을 단속하면 그 여성들이 “야, 너네 집안 단속이나 잘해라” 하고 노골적으로 비웃는다는 거예요.

지어 한때 역전 매표구에는 ‘매음(성매매)표 파는 곳’이라는 낙서까지 등장해 온 역전이 주민들의 웃음거리가 됐고 소문은 열차를 타고 전국에 퍼졌다는 겁니다. 한국 말로 말하면 노동당 간부들이 “쪽 팔린 거”죠.

박성우 : 참, 갈 데까지 간 것 같습니다. 양강도 철도국 조직비서 정도면 북한에서도 좀 비중 있는 간부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불륜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았으니 소문날 만도 할 것 같습니다. 간부들의 부패행위가 만연하다보니까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2. 북한군에 생활제대 비용 등장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문 기자가 얼마 전에 북한에서 ‘생활제대 비용’이 1백만원이다, 이런 얘길 해주었는데 일단 생활제대 비용이 뭔지, 그리고 생활제대 비용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북한에서 자식들을 군대에 내보낸 가정을 ‘후방가족’이라고 부릅니다.

박성우 : 아, ‘후방가족?’, 전방과 후방, 이렇게 나뉘어서 부르는 말인가 보죠?

문성휘 : 네, 생활제대라는 건 군대에 나간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든지, 아니면 어떤 사고를 일으켜서 군에서 쫓겨나는 겁니다.

박성우 : 아, 한마디로 생활을 잘 못해서 제대시킨다. 한마디로 강제제대, 이걸 뜻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군에서 강제로 제대시킨 사람들을 가리켜 ‘생활제대자’라고 하는데 일단 생활제대를 받으면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되는 겁니다. 생활제대자들은 어떤 대학이나 전문학교에도 갈 수가 없고 사회적 직책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가정 토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간부가 될 수 없고 따라서 노동당원도 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민군 복무를 하는 병사들은 물론, 그 부모들까지 생활제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요새는 북한 인민군에 ‘생활제대비’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났다고 해요. 군 생활이 하도 힘이 들고 영양실조에 걸려 죽거나 사고를 당해 죽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부모들이 자식들을 군대에 내보내 죽일 바에야 차라리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한이 있어도 ‘생활제대’를 시키겠다, ‘생활제대’를 시켜 일찍이 장사를 시키면 돈을 벌수 있고, 돈만 많이 벌면 간부들 못지않은 삶을 향유할 수 있으니까 경쟁적으로 군에 있는 자식들을 ‘생활제대’ 시킨다는 겁니다.

박성우 : 참,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됩니다만 본인들이 ‘생활제대’를 시켜 달라고 하면 순순히 시켜 주는 겁니까?

문성휘 : 아니죠. 그러니까 부모들이 군부대 정치지도원이나 대대장, 이런 간부들과 짜고 자식들을 기획적으로 탈영시킨다는 겁니다. 이렇게 기획적으로 탈영시키면 뭐가 좋냐 하면, 무작정 탈영한 군인들은 부대에 잡혀가 죽을 정도의 심한 구타를 당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획탈영의 경우 군관(장교)들과 짜고 한 거니까 부대에 잡혀가도 구타를 당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렇게 몇 번 탈영을 하고 나서 대대장과 대대정치지도원이 ‘탈영자 생활제대’ 문건을 쓴다는 거예요. 요즘은 이렇게 제대되는 군인들이 많은데 부모들과 짜고 의도적으로 ‘생활제대’를 시키는 거니까 군관들에게 적지 않은 뇌물을 주어야 하는데 그걸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1백만 원(한화 20만원) 정도가 된다는 거죠. 이렇게 중간에서 군복무를 포기하고 돌아오는 ‘생활제대군인’들이 적지 않다보니 ‘생활제대비’ 이런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났다는 겁니다.

박성우 : 북한 돈 1백만 원이 ‘생활제대비’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박성우 : 알겠습니다. 자식들의 발전의 길이 영원히 막히는 줄 알면서도 일부러 돈을 써가며 ‘생활제대’를 선택해야 하는 후방가족(자식을 군에 보낸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었습니다. 이걸 보면 북한군의 실상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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