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검거선풍 예고한 ‘대학생사건’의 전말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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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복을 입은 두 남녀가 자전거에 나란히 타고 농촌길을 달리고 있는 모습.
대학생복을 입은 두 남녀가 자전거에 나란히 타고 농촌길을 달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올해 상반기 북한의 인민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들볶였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 첫날부터 1월 20일까지 ‘신년사’ 학습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신년사’를 달달 외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신년사’ 학습과 함께 “새해 첫전투”가 시작됩니다. 북한에서 해마다 진행되는 “새해 첫전투”는 대용비료인 거름생산입니다. 올해 북한의 거름생산 과제는 17세 이상 성인들에 한해 인분으로 1톤, 두엄으로 3톤이었습니다.

거름생산 과제는 중학교 학생들도 참가하게 되는데 기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하루 앞둔 2월 15일까지입니다. 북한은 올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행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2월 초부터 2월 20일까지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했습니다.

이렇게 2월까지 훌쩍 넘겨버린 북한은 3월초부터 정세긴장을 구실로 현역군인들과 민간무력에 전시동원태세를 발령했습니다. 전시동원태세 발령으로 올해 북한 주민들은 반 항공 등화관제훈련과 대피훈련, 비상소집 훈련에 들볶였습니다.

훈련이 끝나고 난 4월부터 김일성 생일 행사준비에 모든 주민들이 동원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행사보장을 위해서라며 이때부터 주민들의 이동을 전면적으로 차단시켜 버렸는데 이는 농촌지원이 끝나는 6월 20일까지 지속돼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7월 8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까지 특별단속 기간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동이 금지되면서 식량가격이 오르고 주민들의 생활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배급은 요구하지 않으니 스스로 장사를 하든지, 아니면 쌀을 구할 시간이라도 달라”, 이것이 고향을 떠나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인민의 목소리입니다. 김정은에겐 이런 인민들의 간곡한 호소가 들리지 않는 걸까요?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 4월부터 주민들의 이동을 금지시킨데 이어 김일성 사망일인 7월 8일을 앞두고 특별경비 주간을 선포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경비 주간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특별경비 주간엔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간부들도 출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의 이동을 허용하지 않아 장마당 쌀값이 오르는 등 생활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조성된 정세긴장을 운운하며 주민들의 이동을 금지시킨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올해처럼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가며 장기간 주민들의 이동을 금지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특별경비 주간이 선포되기 전인 6월 중순부터 시, 군 인민보안부 경비과에서 숙박검열과 인민반 경비검열을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있다”며 “숙박검열로 여인숙을 운영하는 개인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국가보위성은 “6월 하순부터 ‘자본주의 사상문화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김일성 사망일인 7월 8일까지는 각 도 보위국에서 자체로 비사회주의적 요소들을 뿌리 뽑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이 자본주의 사상문화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 배경엔 올해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있었던 ‘대학생 사건’이 있다”며 “청진시에서 있었던 대학생 사건을 중앙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청진시 대학생 사건은 지난해 5월 ‘6.12 상무’에 단속된 청진예술대학 한 여학생이 자살한 사건을 말한다”며 “수사가 한창이던 시각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이 해임되고 ‘6.12 상무’도 해체됐다”고 말했습니다.

“자살한 여학생은 함경북도 농촌출신으로 청진시 포항구역 남강동에서 자취생활을 했다”며 “6.12 상무의 검열에서 한국영화와 음악이 든 메모리들이 발견돼 도 보위국에 끌려가 수사를 받던 중 위생실(화장실)에서 자살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6.12 상무가 해체된 후 여학생의 자살사건은 완전히 묻히는 듯했는데 국가보위성이 미결사건들을 검토하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며 “자살한 여대생과 같은 농촌출신인 남학생 친구가 올해 2월에 도 보위국에 끌려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문제는 잡혀간 남학생 역시 취조 도중 휴식을 틈타 3층에 있는 수사과의 창문을 부시고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이라며 “예술학교 학생들의 연속되는 자살에 국가보위성은 사건이 중대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보위국은 사망한 예술대학 남녀학생들이 자신과 연루된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분석하고 사망한 남학생으로부터 사전에 회수한 휴대전화의 대화기록을 복구해 나머지 대학생들을 체포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휴대전화에 등장한 남녀대학생 30여명이 지난 4월말에 체포했으나 조사 끝에 핵심으로 판단되는 청진의학대학 여학생 2명과 제1사범대학 남학생 4명만 평양으로 호송되고 나머지는 해당 대학들에서 처벌하도록 석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체포된 남학생들은 군사복무를 마친 후 청진 제1사범대학에 입학한 제대군인 당원들”이라며 “이들은 노래를 잘하고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들로 반정부 조직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청진시 부윤구역의 외딴 주택에서 살고 있는 제1사범대학 남학생의 집에 정기적으로 모여 한국의 ‘민중가요’를 배웠다”며 “또 떠돌이 꽃제비들을 먹을 것으로 유혹해 그들에게 한국의 민중가요를 배워주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들이 꽃제비들에게 배워준 노래들 중에 가장 유명한 노래는 ‘순희의 노래’로 알려졌다며 ‘순희의 노래’는 중등학원(고아원)을 통해 확산되면서 북한의 꽃제비들은 물론 젊은 학생들 속에도 많이 부르는 노래로 됐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들이 보급한 ‘순희의 노래’는 한국 민중가요 ‘귀례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위성은 ‘자본주의 사상문화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들이 한국의 불건전한 영화와 음악을 들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국가보위성은 자본주의 사상문화와 전쟁을 선포한다는 지시문에서 이 사건을 ‘청진 대학생사건’이라고 부르며 이들 남녀학생들이 마약을 한 상태에서 부화방탕한 행위를 일삼았다며 사실을 왜곡해서 선전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상문화와 전쟁을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6월 20일 지시문에서 청소년학생들, 지식인들이 이색적인 문화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근원부터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7월 1일부터 국가보위성은 ‘자본주의 사상문화와의 전쟁’으로 청소년들의 휴대전화부터 검열하고 있다”며 “검열은 올해 말까지 계속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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