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고 있는 북한의 조폭들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4.08.18
nk_people_305 신의주 압록강변에 북한의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강변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한동안 움츠렸던 북한의 조직폭력배들이 최근 들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에도 폭력조직이 있고 고등중학교 학생들속에서 패싸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문 기자가 8월 7일자 기사로 보도를 했었는데요. 철창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북한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폭력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존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의 폭력조직 현황과 활동에 대해서 좀 아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 깡패조직의 일반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많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잘 알려진 것들이 있으나 이건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먼저 북한의 깡패조직들에 대해 이해를 하려면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깡패역사를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방 후 북한은 일제의 사상, 문화적 잔재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전국에 산재해 있던 폭력조직들도 모두 무력으로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네, 해방후 북한 지역의 깡패들이 남한으로 많이 내려왔다는 사실은 김춘삼이라는 인물을 다룬 드라마에서도 자주 언급이 됐습니다. 제목이 ‘왕초’였죠. 북한주민들도 몰래 한국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하니 혹시 아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속에서도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야인시대’와 함께 김춘삼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무풍지대’도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역사의 기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북한의 폭력조직과 관련돼 꼭 알아야 할 내용이 하나 있는데요. 해방 전 북한 지역에서 폭력조직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건 일제 말기, 1940년대 초부터라고 합니다.

북한지역에서 이렇게 깡패조직이 확산된 원인은 일제의 강제 징병과 징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징병과 징용을 피해 도망쳐 다니던 젊은이들이 결국은 폭력조직에 몸을 담갔다는 의미인데요.

해방 후 북한은 이들 깡패조직들을 강력히 탄압했는데 그로 인한 원한관계로 6.25 전쟁 당시 북한군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이 일어나고 ‘전시총동원령’이 내리자 군대에 나가지 않기 위해 산속으로 피신한 청년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청년들을 긁어모으며 깡패조직들이 다시 확산됐다고 합니다. 이들이 산속에 은거해 살면서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인민군 후방창고나 군수차량들을 자주 공격했다는 게 전쟁을 직접 체험한 옛날 늙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 폭력조직들은 서로가 규합해 1951년 6월 25일부터 26일 사이에 전국적인 반전시위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북한에는 알려져 있습니다. 전후 북한은 이날의 시위를 ‘머저리 폭동’이라고 이름을 짓고 시위주모자들을 대부분 숙청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졌던 폭력조직들이 다시 생겨난 것은 1980년대 초 총련계 귀국자들부터였습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북한 깡패조직의 역사가 총련계 귀국자들에 의해 새로 시작됐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1959년 12월부터 1984년까지 총 186차례에 걸쳐 진행된 귀국사업으로 9만3천여명이 넘는 재일교포들이 북한에 이주했는데요. 이들이 북한 사회에서 일정한 집단을 이루면서 그 피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우선 북한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한 원인이 됐다고 하고요. 뇌물행위가 생겨난 요인도 이들 총련계 귀국자들 때문인 것으로 북한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아직까지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는 매음(성매매)행위도 이들 귀국자들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하고요.

특히 이들 귀국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패거리를 형성하고 또 세력다툼을 위해 북한주민들까지 끌어들여 싸움을 자주 벌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일본에 있는 총련과의 관계, 또 귀국자들을 통한 사회주의 선전에 열을 올리다 나니 초기에 폭력조직이 싹틀 수 있는 요인을 제때에 청산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결과 1980년대 초부터 이들 패거리들에 가담했다가 분리된 북한 주민들이 자생적인 폭력조직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깡패역사가 다시 시작됐다는 거죠. 이 자리에서 다 설명을 드리긴 어렵지만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는 조직폭력배들을 중심으로 큰 지역충돌이 자주 벌어지면서 북한에 깡패문화가 사회적인 위기, 사회적인 병폐로 주민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됐습니다.

1980년대 말, 만포시 ‘압록강 다이야(타이어)’공장에 있었던 깡패조직이 국가정변까지 모의했다는 사건은 당시 북한 주민들속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고요.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양강도의 소재지인 혜산시에서만도 1990년대 ‘귀뚜라미 처형사건’과 ‘호빼 부관참시 사건’, 총련 계 귀국자 출신 ‘김광석 처형사건’을 비롯해 깡패우두머리들을 공개처형하거나 종신형으로 감옥에 끌려간 사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귀뚜라미 처형사건’, ‘호빼 부관참시 사건’, 이름도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이 정도의 탄압이 있었다면 북한에서 깡패조직이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 게 아닌가요?

문성휘: 네, 한동안은 좀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고난의 행군’, 극심한 식량난과 빈부차를 겪으면서 깡패조직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는데요. 힘 있는 간부들과 이들 깡패조직들이 연관돼 있어 지금은 더욱 뿌리뽑기 힘들게 자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젠 돈이면 무엇이나 다 해결되는 사회로 전락하면서 사법기관의 끈질긴 탄압도 아예 먹혀들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는데요.

대신 과거와는 달리 북한의 깡패조직들도 이제는 보다 은밀해지고 교묘해졌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세력싸움보다는 돈으로 조직을 확장하거나 돈이 많은 순위에 따라 조직을 합병하는 방식을 많이 택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조직화된 깡패들이 돈벌이에 뛰어들면서 북한 사회에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거죠.

현재 북한에서 이들 깡패조직들이 벌리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조직화된 숙박업이라고 합니다. 도시중심, 역전이나 장마당 주변에 가면 개인들이 몰래 운영하는 ‘여인숙’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깡패조직들이 이런 ‘여인숙’들에서 젊을 여성들을 고용해 불법적인 매음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거죠.

여기서 잠깐 북한의 ‘여관’과 ‘여인숙’에 대해 좀 설명을 드릴 필요가 있는데요. 북한에서 ‘여관’이라고 하면 국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입니다. ‘여인숙’이라고 하면 개인들이 몰래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말하는 거고요.

이들 깡패조직들의 힘이 어느 정도냐는 그동안 북한 당국이 식량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만 했던 여관들을 모두 문을 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국가도 운영 못하던 여관이 왜 깡패조직들 때문에 다시 운영을 하게 됐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휘: 맞습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여관을 매음행위를 위해 돈을 버는 장소로 깡패조직들이 전락시켰다는 거죠. 여관을 매음행위 장소로 만들면 사법기관의 단속도 피하기 쉽고 ‘여인숙’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경연선 지역들에서 깡패조직들이 밀수행위를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북한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법기관 간부들도 사무실을 꾸린다거나 자동차에 쓸 휘발유가 급히 필요하다면 먼저 깡패조직들부터 찾는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도 수출물량이 보잘 것 없다거나 아니면 세관을 통할 경우 부득이하게 손실이 발생하는 물품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무역보다 깡패조직을 동원해 밀수선을 찾는 걸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나니 북한에서 깡패조직은 이젠 뿌리를 뽑기가 많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얘기입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우리가 ‘북한은 오늘’ 시간에 깡패이야기를 해 본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전해주신 내용을 들으니 마치 ‘무풍지대’나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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