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후안무치한 김정일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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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무용대학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6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박봉현의 북한전망대’ 시간입니다. 오늘은 ‘후안무치한 김정일’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서부영화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과 악당이 흙먼지가 풀풀 나는 대로에서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으로 벌이는 결투가 그것입니다. 영화에서 이 혈투는 정의로운 주인공의 승리로 끝나지만, 가끔 악당이 주인공에게 총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이 결투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섰다가 보통 하나에서 열을 셀 때까지 앞으로 걸어간 후에 재빠르게 몸을 돌려 상대에게 총을 쏘아야 합니다. 그런데 악당이 종종 아홉을 셀 때 등을 돌려 먼저 총을 쏩니다. 아주 치사한 행동입니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악당의 반칙을 비난합니다. 어린이들도 그의 치졸함에 손가락질합니다. 무장한 총잡이들의 싸움에서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모두가 잠들었을 때 한국을 공격했던 것처럼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군에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국군이 대응사격을 했지만, 애당초 남북이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서부영화의 총잡이들처럼 미리 약속해놓고 결투한 게 아니라 북한이 일방적으로 군사도발을 한 것입니다.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의 치사한 행동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습니다. 그래도 북한 정권은 원래 그런 집단이려니 하며 100번 양보하는 자세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은 그렇게 훌훌 털고 일어설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포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수 있겠습니까?

연평도의 한 건축공사장에서 일하던 60대 근로자 두 명이 포격에 숨졌습니다. 부상자도 여러 명 나왔습니다. 가족을 먹여살리려 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민간인들이 포탄에 희생된 것입니다. 서부영화에서 악당이 아홉을 셀 때 총을 빼 길가에서 구경하던 마을주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긴 격입니다.

북한은 민간인의 희생으로 국제사회가 분노하면서 궁지에 몰리자 포격한 지 나흘이 지나서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는가 했더니만, 북한은 한국이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 삼아 배치하는 바람에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북한은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면서도 한국군의 반격을 예상했는지 자기네 포진지의 인근주민은 미리 대피시켰습니다. 북한 민간인의 생명을 챙기면서 휴전선 남쪽에 사는 동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던 연평도의 학교 건물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도 포탄들이 떨어졌으니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은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강석주 내각부총리 등 정권 실세들이 대거 함께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뒤 뿌듯해하며 민족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강조했습니다. 연평도에서 불장난하고 나 몰라라 딴전을 피웠습니다. 이날 공연장은 마치 연평도 포격을 자축하는 연회장 같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습도발도 모자라 힘없는 민간인을 직접 겨냥해 포를 쏴 놓고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삼남 김정은, 그리고 측근들과 희희낙락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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