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먼씨를 석방해야 하는 이유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3.12.02
us_flag_305 지난달 말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메릴 뉴먼(85)씨의 거주지인 '채닝 하우스' 아파트에 22일(현지시간) 성조기가 반기(半旗)로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뉴먼씨를 석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85세 미국인 할아버지가 북한에 붙잡혀 있습니다. 관광 갔다가 돌아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강제로 끌려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거주하는 메릴 뉴먼 할아버지는 지난 10월 26일부터 계속 갇혀 있습니다. 가족들의 속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뉴먼씨를 체포한 지 한달 여만에 관영매체를 통해 뉴먼씨가 북한에 적대행위를 했기 때문에 억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뉴먼씨가 이를 인정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입니다. 아직 이 사안과 관련한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당장 할아버지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뉴먼 씨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령입니다.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약을 상시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뉴먼 씨에게 건강상 불미스런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북한당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픈 노인을 가둬 비극을 초래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충격을 받게 될 뉴먼 씨 아내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뉴먼 씨를 석방하는 게 북한이 부담을 더는 길입니다.

둘째, 뉴먼 씨는 이번 방북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큽니다. 설령 현지에서 잠시 북한당국의 눈에 나는 행동을 했다 한들 이토록 오래 억류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일회성 관광객 뉴먼 씨를 마치 불온세력인 양 취급한다면 ‘자신감 없는 정권’임을 자처하는 겁니다.

셋째, 뉴먼씨 긴급 체포를 인민보안부에서 주도했는지 국가보위부에서 관장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들이 국내법을 적용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외국관광객 체포라는 엄청난 일은 국제적 파장도 고려하면서 집행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는 통치의 문제입니다. 국내 치안 담당 세력의 ‘협소한 판단’에서 비롯됐다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이를 즉각 바로 잡았어야 했습니다. 뉴먼씨 억류는 과연 김정은이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력을 가졌는지 의심하게 합니다. 억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생각을 더욱 굳게 할 겁니다.

넷째, 세계의 핵 문제는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고 이번 타결이 한시적 효과를 지니지만, 미국이 규정한 ‘악의 축’에서 이란이 한 발짝 빠져나갈 틈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미 정권교체로 ‘악의 축’이라 하기도 적절치 않습니다. 그러니 온전히 남은 건 북한뿐입니다. 지금껏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을 반복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판국에 외국인 관광객마저 가뒀으니, ‘악의 축’임을 재확인시켜준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미국인을 가둬 미국정부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심산이었다면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케네스 배씨를 1년 넘게 억류해도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작심하고 노인 뉴먼씨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려 했다면 미국을 모르고 덤빈 것입니다. 미국민은 이런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런 민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길은 뉴먼 씨를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말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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