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남녀가 만나서 사귀는 거에 대해 서로가 동의하면, 그 때부터 우리는 흔히 연인관계라고 부릅니다. 청춘남녀에게 이성교제 만큼 관심 있는 주제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청년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주제가 이성교제로 바뀌는 경우가 많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사실 남녀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는 일인데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남자가 알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 반대로 여자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시간은 남녀관계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신록의 계절 5월입니다.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달'로서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이 있습니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의 경우 공식적인 휴일로 정해져 있어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다채롭게 열립니다. 어린이들에겐 적어도 이날만큼은 세상의 주인이 된 기분일 겁니다.
이하영: 맞아요. 한국에 와서 보니까 어린이날, 특히 아빠들이 잘 챙겨주지 못하면 자녀들한테 1년 내내 시달린다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요즘 남쪽 아빠들 대부분 가정적이어서 자녀들한테 기꺼이 다 시간을 내 즐겁게 놀아주더라고요.
노재완: 아무리 바쁜 직장이라도 어린이날만큼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충분히 배려를 해줍니다. 근데 이하영 씨는 어린이날 뭐하실 거예요?
이하영: 저야 뭐 혼자니까 집에서 반찬거리 만들고 밀린 빨래나 하면서 보내야죠.
노재완: 혼자 산다고 어린이날 집에만 있을 거예요? 어린이날 날씨도 화창하다고 하는데, 기분 전환할 겸 가까운 분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 그래요.
이하영: 사실 지난 주말에 가까운 분들과 함께 경기도 양주에 다녀왔어요. 화창한 봄날을 시샘하는 봄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즐겁게 보내다 왔습니다. 벚꽃이 지긴 했지만 철쭉이 만발하고 온갖 꽃과 나뭇잎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또 이 좋은 계절에 젊은 남녀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요.
노재완: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여자들은 유난히 봄철에 사랑을 많이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이하영: 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저도 그러니까요(웃음)
노재완: 화창한 봄날에 백마를 탄 멋진 남자한테서 사랑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이하영: 멋지고 잘 생긴 남자로부터 꽃을 받고 청혼까지 받는다면 그 기분은 최고겠죠. 아마 이건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어요. 근데 한국에선 청혼이라는 말 대신에 영어 표현을 그대로 써서 프르포즈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노재완: 네, 나이든 분들은 여전히 청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젊은 사람들은 청혼이라는 말 잘 안 씁니다.
이하영: 청혼은 전통적으로 남자가 많이 하는데요. 요즘 한국에선 여자가 먼저 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노재완: 맞아요. 과거에는 남자가 모든 걸 좌지우지 했는데요. 요즘엔 모든 면에서 남녀의 차이를 떠나 능력 있는 쪽에서 주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어떻습니까?
이하영: 북한에서는 아직도 남자들이 거의 주도 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사회적 관습상 그런데요.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걸핏하면 '자본주의 날라리'라고 사상투쟁이 심합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애정관계를 드러내 놓고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한국에서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애정 표현도 서슴없이 하지만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노재완: 물론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도 있지만 솔직함, 이런 것들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하영: 사실 북한 남자라고 웃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을까 생각이 들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이 수령이란 '뇌수'를 떠나선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한 주체사상 때문에 세뇌 과정에서 그 세 가지를 철저히 소멸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 남쪽 남자들은 자유와 자주성이 늘 몸에 배여서인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좋더라고요. 실례로 김일성의 3년제 기간에 잘 못 웃었다가 죄 아닌 죄로 일생을 망친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노재완: 그렇군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북한 주민들 특히 남성들은 준엄한 표정으로 하고 다닐 때가 많더라고요.
이하영: 너무나 가정적인 남쪽 남자들, 너무나 보수적인 북쪽 남자들. 남쪽 남자들이 여자를 위해서 같이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북쪽 여성들이 볼 때 남쪽 여성들이 너무 부럽죠.
노재완: 이하영 씨는 살다가 정말 이 남자다 하는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남성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실 거예요. 아니면 다가가서 유혹을 한다든지 먼저 말을 걸겠습니까?
이하영: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다 그러면 일단 그 사람이 나한테 일단 관심을 갖게 어떻게 해야겠죠.. 자존심에 늘 겉돌며 다가서는 노력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관계의 진척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연애에도 여러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과 제일 처음 할 일은 역시 다가서는 겁니다.
노재완: 네, 맞습니다. 남자들도 그래요. 이 여자한테 다가서다 퇴짜 맞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을 먹을 것이 아니라 일단은 부딪혀야 퇴짜를 맞던 사랑을 하던 그 어떤 결실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하영: 봄이 되면서 북한에서도 남녀 간의 만남이 한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경우 추운 겨울에는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어디 실내를 들어가서 만남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 한국처럼, 커피상점이나 영화관 시설도 좋지 않고 영화 내용도 낭만적인 게 별로 없어서 청춘남녀들이 즐겨 찾지는 않습니다.
노재완: 겨울에는 남녀가 만나도 갈 곳이 없지만, 이렇게 따뜻한 봄이 되면, 그래도 강변이나 공원 등에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습니까?
이하영: 북한 영화에서도 잘 나오죠. 대동강변이나 모란봉 주변을 거닐거나 보트를 타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이 북한식 만남인데요. 그래도 이 정도도 아무나 못합니다. 여유 있는 집안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노재완: 북한에서는 중매결혼이 일반적이라고 들었는데요. 지금도 그럴까요?
이하영: 1990년대를 넘어서면서 연애결혼이 많이 늘었는데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사랑 때문에 부모가 반대하면 집을 뛰쳐나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재완: 북한은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남녀가 만남을 갖는데도 불편함이 많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이하영: 한국 같은 경우에는 휴대폰, 그러니까 손전화를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수시로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만날 약속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약속을 잡더라도, 혹시 다른 일이 생길 경우에 애인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약속 장소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고 경우에 따라서 바람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불편이라고 느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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