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하나 된 교육 이야기] 스승의 날

지금은 아주 옛말이 됐지만,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같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이 존경의 표시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선 매년 5월 15일이면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이들을 존경하는 뜻으로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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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선물을 드리기도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은 ‘스승의 날’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교원 출신인 탈북자 이나경 씨가 나와 계십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이나경

: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 네, 내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고 또 감사하는 그런 날인데요. 학생들은 이날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리고,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기도 합니다. 이나경 씨, 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는지 아십니까?

이나경

: 글쎄요. 지난 5일이 어린이날이었고, 8일이 어버이날이었으니까 다음으로 스승을 생각하자는 뜻에서 만든 것 같은데요..

노재완

: 네. 스승의 날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그런 날인데요. 세종대왕을 겨레의 큰 스승으로 삼자는 뜻에서 이날로 제정됐습니다. 1958년도 강경여자고등학교에서 처음 스승의 뜻을 기리는 은사의 밤을 만든 이후에 계속 이어오고 있는데요. 1982년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을 기념해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습니다. 이날 보통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 노래 들어보셨나요?

이나경

: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생각이 잘 안 나네요.

노재완

: 그러면 잠깐 들어볼까요?

[스승의 날 노래]

이나경

: 노래가 되게 서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이네요. 북한에서는 보통 스승이라고 하면 김일성, 김정일을 말하고요. 한국에서 생각하는 스승은 그냥 선생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스승의 날이 이렇게 큰 의미가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세종대왕처럼 훌륭한 선생님들이 이 나라에 많이 있기를 바란다는 그런 뜻이겠죠. 그런데 제가 한국에 와서 보니까 촌지라고 하죠.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몰래 돈을 주는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돼 스승의 날에 학교를 쉬는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재완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촌지라는 말은 나쁜 말이 아닙니다. 작은 선물을 마음에 담아서 감사의 표시로 주는 말이거든요.


이나경

: 근데 북한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줄 정도로 선물을 줍니다. 한국의 그런 촌지보다는 뇌물성이 짙죠.

노재완

: 사실 한국에서도 촌지가 뇌물성이 있어 근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아예 스승의 날에 학교에 나오지 않게 했습니다. 한국교육총연합회는 매년 반복되는 교직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완화하고자 2006년도에 학교의 재량으로 휴교를 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운동을 통해 선생님들이 스스로 교직 윤리 확립과 헌장을 제정하기도 했는데요. 그 결과 2006년에는 약 66%의 학교가 스승의 날에 쉬었고요. 또 2007년에는 48%가 쉬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런 면이 많이 개선됐다고 보고 다시 정상 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늘어났습니다. 스승의 날 휴교와 관련해 학생과 교사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학생

: 스승의 날에 휴교하는 일은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학교에 계셔야 만나러 가기도 쉽고 또 촌지를 주는 사람은 어차피 학교가 쉬나 안 쉬나 어떻게든 주게 돼 있거든요. 오히려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스승의 날의 의미가 좀 퇴색된다고 봅니다.

교사

: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촌지라든가 선물 때문에 놀아야 한다. 그리고 받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휴교한다는 사실은 교사로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바엔 아예 (스승의 날을) 없애야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나경

: 그렇습니다. 스승의 날이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고 또 감사하는 그런 날인데, 촌지 문제로 스승에 대한 감사를 나타내지 못하고 학교를 쉬는 일은 선생님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노재완

: 네, 맞습니다. 많은 선생님은 학부모들이 제공하는 촌지를 거절해왔습니다. 일부 선생님이 촌지 문제로 사회 비판을 받으면서 이렇게 된 거든요.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스승의 날을 아예 집에서 보내는 일도 문제가 있죠. 교사의 문제만 아니거든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결국 선생님들을 믿지 못한다는 이런 얘기밖에 안 되잖아요.

이나경

: 네, 교사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학원 강사와 다를 바가 없죠. 돈을 매개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 말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진심으로 스승을 존경하고 또 스승은 진심으로 제자들을 사랑하는 뭐 이런 기본 말입니다.

노재완

: 네, 좋은 지적이십니다. 북한에선 어떻습니까?

이나경

: 북한도 선생님들이 존경을 받고 그렇지만, 남한 선생님들과는 달리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촌지를 은근히 좋아합니다. 반면 한국의 선생님들은 촌지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입니다. 조금 전 인터뷰에 나온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존심도 상한다고 했고요. 그런 점에서 한국의 선생님들이 더 정직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고상하고요.

노재완

: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얘기처럼 문제가 되는 때도 있지만, 대다수의 선생님은 그러지 않거든요.

이나경

: 제가 생각할 때는 뭐니뭐니해도 선생과 학생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 관한 설문 조사를 보니까 교직에 자부심을 자부심을 느낀다는 선생님이 76%,그러니까 네 분 중에 세 분이고 그런데 반대로 교직 생활에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한 분도 53%나 됐습니다. 두 분 중의 한 분은 현재 교직 생활에 불만스럽다고 답했더라고요. 어떻게 해서 이런 괴리가 생길까요?

노재완

: 일단 제자를 길러낸다는 그런 자긍심은 한국 교사들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한 반에 4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 명의 교사 혼자 지도하기엔 힘이 많이 듭니다.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또 행정 업무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기 때문에 교직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점들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나경

: 결국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교육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라고 볼 수 있네요. 교사도 사람인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근무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본연의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짜증스럽고, 그렇게 되면 그런 감정이 수업 때 그대로 반영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텔레비전을 보니까 어느 학교에선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정문에서 일일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런 모습은 정말 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데요.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촌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병드는 스승의 날 행사 때문에 휴업을 하는 일이 없기를 정말 바랍니다.

노재완

: 네. 좋은 말씀이십니다. 오늘 <남남북녀의 하나 되는 교육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