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겨울철, 물 해결에 곤란 겪는 북한 주민
- 추위에 강물 얼어붙고, 가뭄에 수자원 말라붙어
- 우물 이용하거나 강물 길어 식수로 사용
- 북한 당국, 물 부족 문제 알지만 대책 없어

북한의 지난 겨울은 추위와 가뭄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준 시기였습니다.
특히 추위와 가뭄 때문에 강이 얼어붙거나 말라버려 북한 주민에게는 겨우내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큰 고민 중 하나였는데요, 북한 내부에서는 말 그대로 '물 고생'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월 북한 중부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했는데요, 북한 여성이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지붕 위와 길에는 눈이 쌓여 있고, 여성이 입은 두툼한 옷과 귀를 감싼 귀마개, 손에 낀 장갑 등은 당시 매서운 추위를 짐작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양손에는 물을 가득 채운 빨간색 통이 들려있고, 어깨에는 우물물을 퍼 올리는 데 쓰는 두레박을 메고 있는데요, 물을 길어 써야 하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겨울철에 강이 얼어붙고, 전력난 탓에 펌프도 움직이지 않아 수도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주민끼리 돈을 모아 우물을 파거나 강의 얼음을 깨서 물을 길어 먹는다고 전했는데요, 2015년 오늘날 북한에서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아시아프레스'가 2013년 3월에 촬영한 동영상에서도 평안남도 평성시 아파트의 북한 주민이 우물물을 길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주민은 10년 동안 우물물만 먹었다고 말하는데요, 북한 당국에서 수도시설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주민 스스로 우물이나 강에서 식수를 날라다 먹는 실정입니다.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평양 시내도 고급 아파트, 간부용 아파트, 부유층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수돗물이 잘 안 나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전기 사정의 악화 때문에 펌프기를 쓰지 못해 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낡은 수도관을 바꾸지 못해 그렇죠. 아파트에서 우물물을 쓴다는 것은 평양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해 12월,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북부 지방의 취재협력자와 한 전화통화에서도 겨울철 식수 사정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 요즘 물은 나옵니까?
[북한 주민] 좀 나오던 게, 현재는 다 얼어붙어서 모두 압록강 물을 길어 먹습니다.
- 물도 안 나옵니까?
[북한 주민] 예, 수도관이 다 얼어붙어서 강물을 먹은 지 오래됩니다.
- 압록강 물을 길어 먹습니까?
[북한 주민] 예. 위에서는 빨래를 하고, 아래에서는 물을 길어 먹고 그렇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열악한 식수 사정은 북한 평양과 중부 지방은 물론 북부 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인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의 취재에서도 겨울철 가뭄 탓에 수원지로 흐르던 물이 모두 말라버리고, 산골짜기에 있는 북한의 모든 농촌의 샘이나 시냇물까지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4월이 되면 모내기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당장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물론 북한 당국도 물 부족 현상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추운 겨울철만 되면 더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 눈길을 헤치며 양손 가득 우물물을 길어 가는 북한 여성의 뒷모습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