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4차 핵실험 임박, 북․중 국경지방은?
- 세관검열 5월 말까지 재연장
- 4월 들어 북한에 '내화벽돌'과 시멘트 대량 들어가
- 고열에도 견디는 '내화벽돌', 사용처는 어디?
- 최근 북한 내부 전화통화 어려워, 경비 강화
요즘 국제사회의 눈과 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쏠려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했고, 미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정치적 판단만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며 주시해왔는데요, 지난 21일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 차량의 움직임이 증가하면서 4차 핵실험의 임박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때에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국경 지역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중국의 김준호를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조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성사진이 포착됐고, 어느 때보다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요즘 국경 지역에서 특이 동향은 없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동향을 포착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긴 한데요, 우선 지난 3월 초부터 북한의 접경도시 모두에 동시에 시작된 세관 검열이 오는 5월 말까지로 또다시 연장됐다고 합니다. 이 검열을 시작한 지난 3월 초순경에는 3월 20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3월 20일이 다가오자 다시 4.15 태양절 전날까지 연장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5월 말까지 연장된 것이죠. 이 소식은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북한과의 최대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의 맞은편 도시, 신의주 주민에게서 들은 내용입니다.
- 그렇군요. 특히 최근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빨간 벽돌과 시멘트가 많이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최근 북․중 국경지방에서 감지된 또 다른 이상한 징후는 이달 들어 얼마 전까지 북한에 빨간 벽돌과 시멘트가 아주 많이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시멘트는 북한에서 수요량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니까 별로 이상할 것이 없지만, 빨간 벽돌은 얘기가 다릅니다. 북한에서도 빨간 벽돌은 황토을 틀에 넣어 벽돌 모양으로 찍어 낸 뒤 구우면 되니까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한데, 가뜩이나 외화가 부족한 현실에서 돈을 들여가며 빨간 벽돌을 수입해야 할 이유가 없지요.
또 한 가지는 요즘 북한에서도 건축물을 지을 때 빨간 벽돌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에 따르면 대부분 시멘트 블록을 사용하는데요, 그럼에도 이 빨간 벽돌이 대량으로 북한에 수입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에 관한 취재를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북한과 건축 자재 무역을 하는 중국의 대북 상인은 최근 북한으로 들어간 빨간 벽돌은 평범한 벽돌이 아닌 '내화벽돌'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습니다.
- '내화벽돌'이요? '내화벽돌'이 뭐죠?
[김준호 특파원] 네. 벽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에게는 그저 빨간 벽돌로 보이겠지만, '내화벽돌'은 자세히 보면 약간 누런 빛깔이 납니다. '내화벽돌'은 섭씨 1,500도의 고열에도 견디는 벽돌인데요, 가격도 일반 건축용 빨간 벽돌보다 훨씬 비쌉니다. 한마디로 '내화벽돌'은 고열을 견뎌야 하는 시설물에 쓰이는 건축 자재인데요, 쇳물을 녹여서 무쇠 제품을 만드는 주물 공장 등에도 이 내화벽돌이 쓰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 '내화벽돌'을 들여간 예가 자주 있지 않아서 용도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는데요, 이에 관해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 '내화벽돌'이 북한의 핵 시설물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습니다. 영변 원자로의 시설물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내화벽돌이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핵 시설에는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화벽돌'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요, 특히 그동안 북한이 꾸준히 핵 개발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핵실험 가능성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 시점이라 이같은 의심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 그렇군요. 특히 이달 들어 북한이 대량으로 수입한 '내화벽돌'의 사용처가 과연 어디일까? 더욱 궁금해집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짚어보죠. 최근에 '북한 내부 주민과 전화통화를 하기 매우 어렵다', '북한에서 좀처럼 전화가 오지 않는다'라는 소식을 곳곳에서 듣는데요, 4월 들어 북한 무역 일꾼과의 전화통화도 뚝 끊어졌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세관 검열을 하고 내부 분위기가 엄중하다고 해도 북․중간에는 중국 휴대폰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요, 4월 들어서는 북한 대방들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한 무역상은 자신이 대방에 보내줘야 할 돈이 있는데, 이에 관해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 같으면 득달같이 돈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했을 텐데, 이렇게 연락이 없으니 참으로 이상하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대방들이 이미 '물건을 보내지 말고 기다리라'는 연락을 했기 때문에 민간 무역이 거의 얼어붙다시피 한 상황인데요, 그러다 보니 북한의 장마당 상인들은 장사할 물건을 받지 못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밀수꾼들이 민간 생활 물자를 북한에 몰래 넘기는 밀수 행위가 성행하고 있고요, 중국 해관 당국의 밀수 감시도 부쩍 강화됐는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 밀수꾼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밀수행위를 하던 북한의 외화벌이 주재원 1명이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 네, 받을 돈이 있어도 '돈을 보내라'는 연락을 하지 못할 만큼 북한 국경 지역 감시가 매우 엄중한 것 같은데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북․중 국경지방도 그리 평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 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웹사이트, '38노스'는 24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최근의 위성사진을 추가로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풍계리 실험장 남쪽 구역의 시험터널 두 곳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서 차량과 자재의 이동이 증가했다는 건데요, 지난해 2월 핵실험 때에도 폭발 2~3일 전에 준비 작업이 절정에 달했던 당시와 비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의 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부가 크게 줄어 구호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기어코 핵실험 준비를 감행하는 북한 당국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북한 주민, 4차 핵실험의 가능성이 임박한 오늘날 북한이 가진 두 가지 모습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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