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지원·자재 구매 등 농장원 삼중고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5.31
mobilization_women_b 농촌에 동원되어 김매기를 하는 여성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 등에 동원된다.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에서 농촌동원전투가 시작된 가운데 농장과 농장원 사이의 갈등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농장이 농민에게 추가적인 군량미 징수에 이어 농촌지원에 동원된 학생들에게 줄 부식물까지 떠넘기고 있는데요, 농민으로서는 동원된 학생이 전혀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부식물까지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당연히 농민의 입장에서는 일도 안 하는 애들을 받으면서 부식물까지 내놔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개인 분담제’를 통해 개인 농사를 짓는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은 향상됐지만, 기본적인 농경 자재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데다, 계속되는 군량미․부식물 공급의 부담으로 농민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5월 20일부터 본격적인 농촌동원전투 시작

- 농장원 부담 1: 올해 초 추가로 징수된 군량미

- 농장원 부담 2: 농촌동원 지원자에 대한 부식물 공급

- 농장원 부담 3: 농약․비료 등 현금 구매, 현금 수입 원활치 않아 빚

- 농촌동원 ․ ‘200일 전투’ 등으로 주민단속 강화, 주민 불만 고조

지난 5월 초 개최된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북한에는 농촌동원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5월 20일부터 봄철 농촌동원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하지만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하는 농장원들과 각종 부담을 떠넘기는 농장 측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1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농민 일 인당 20~50kg의 군량미를 추가로 징수한 데 이어 (관련 기사) 농촌동원전투 기간에 동원 나온 지원자에 대한 부식물 공급을 놓고 농장과 농민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설명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shimaru Jiro] 이번에 농촌 동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려온 대상에게 누가 부식물이나 국거리 등을 주는가? 에 대한 책임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농장에서는 농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농민은 농장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죠.

북한에서는 2014년부터 실험적으로 ‘포전 담당제’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개인 분담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농사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농장원별로 논이나 밭 일부분을 맡겨 담당하게 했는데요, 농장의 ‘공동땅’에서는 같이 농사를 짓고, 나머지 땅은 가족이나 개인이 담당해 이곳 생산물의 70%는 농민이 갖고, 30%는 국가에 바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비료나 농기계, 농약 등 농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은 농민이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요, 기본적인 지출 외에도 농장이 추가로 군량미는 물론 농촌 동원 지원자에 대한 부식물까지 일반 농민에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동원에 나선 학생들이 공동경작지를 먼저 지원하고 개인 땅 농사에도 투입되는데, 부식물에 대한 부담은 매번 농민들 차지라는 것이 불만의 핵심인데요, 실제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북한 주민] 지원 나온 학생들이 개인 땅 농사를 도와줄 때 농장에서 애들 부식을 책임지라고 한 것은 괜찮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국가 농사도 도와주는 데 농장에서 매번 농장원에게 국거리나 부식물을 내놓으라고 한다. 계속 내놓으라고 하지만, 하는 집도 있고 못 하는 집도 있다. 농장원들이 계속 리(里)당 문제를 제기하니까 농장에서 해결한다고 하는데, 지원자들만 배를 곯고 있다.

게다가 농촌지원에 나선 학생들이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 시간만 때우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농촌 동원 대상이 된 학생 중 이미 잘 사는 집 아이들은 돈을 내고 빠졌고, 농장에 나온 학생들도 열심히 일하기는커녕 닭, 토끼 등을 훔치면서 농장원들의 속을 태우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부잣집 자녀들은 뇌물을 바치고 오지도 않는데, 1/3정도가 안 온다고 합니다. 동원된 학생은 가난한 집 애들이잖아요. 농촌 동원은 계속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자꾸 도둑질을 한다는 거죠. 당연히 농민의 입장에서는 일도 안 하는 애들을 받으면서 부식물까지 내놔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또 개인농사를 짓는 농장원들은 직접 현금을 내고 농약, 비료 등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요즘 현금 수입이 녹록지 않은 것도 농장원의 고민입니다.

게다가 돈이 없는 농민은 미리 물품을 받은 뒤 가을철 수확 후 이자를 더해 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농사가 잘 안 되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농민 사이에서 생산의욕이 많이 향상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2014년부터 기본 농경 자재는 농민부담이 됐잖아요. 외화벌이 단위가 중국에서 수입해 납품하고 농민들이 현금으로 구매해서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농민에게 불만이 많지만, 생산 의욕이 많이 향상됐어요. 기본적으로 7:3이라는 비율은 작년에도 지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농민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죠.

한편, 농촌 동원 기간을 포함해 ‘200일 전투’에 관한 북한 사회의 분위기는 밝지 않습니다. ‘70일 전투’를 마친 뒤 다시 ‘200일 전투’에 돌입하면서 북한 주민의 피로와 불만은 쌓여가고 있는데요, 이제는 매일 아침 남새밭 김매기까지 동원되면서 “힘들어 못 살겠다”는 푸념이 터져 나옵니다.

또 매년 그랬듯이 농촌 동원에 맞춰 초소마다 단속을 엄격히 하고 있는데요, 시장 운영시간 외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무조건 붙잡아 동원 현장에 보내는 형편입니다.

[Ishimaru Jiro] 농촌동원 시기에 주민 통제는 매년 하는 일입니다. 규찰대가 장마당이나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붙잡아 단속하고, 농촌 동원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농촌 동원에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진과 같은 큰 도시에서도 낮에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농촌개혁 중 하나로 시도한 ‘개인 분담제’에 따라 농민의 생산 의욕은 많이 향상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금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기본 농경 자재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다 ‘군량미도 더 내라’, ‘부식물도 직접 공급하라’는 농장의 요구는 농민들의 부담이 더 키우고 있는데요,

이는 농장 운영의 변화를 불러온 ‘개인 분담제’ 운영이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