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에서 굶어 죽은 제대군인

서울-노정민 nohj@rfa.org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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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모습의 병사들이 훔쳐온 옥수수를 먹기 위해 불을 지필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인민군에는 영양실조가 만연돼 있다.
앙상한 모습의 병사들이 훔쳐온 옥수수를 먹기 위해 불을 지필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인민군에는 영양실조가 만연돼 있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제대군인의 비참한 현실을 반영하는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제대군인 2명이 열차 안에서 굶어 죽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전기사정으로 열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보름 동안 열차에 갇혀있다 보니 제대로 먹지 못해 숨졌다는 겁니다.

군대에서 걸린 영양실조 상태에서 열차를 타고 집에 갔는데, 음식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걸릴 구간을 보름이나 걸려 갔으니까요. 결국,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어 굶어 죽은 비극 아닙니까?

이번 사건에서 엿볼 수 있는 북한의 열악한 현실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군대의 열악한 식량 사정과 처우, 또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열차 사정 등이 맞물려 또 한 번의 비극을 낳았다는 지적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집으로 돌아가던 제대군인, 열차 안에서 숨져

- 열차 사정으로 보름 동안 가다 서다 반복

- 식량•돈 준비 못 한 제대군인, 결국 버티지 못하고 굶어 죽어

- 북한 군대의 열약한 식량 사정•개선되지 않은 열차 사정

- 오늘날 북한의 현주소가 낳은 또 다른 비극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제대군인 2명이 열차 안에서 굶어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10일, 함경북도 무산군과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의 말을 인용해 제대군인 2명이 열차 안에서 음식을 먹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같은 소식이 북한 곳곳에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협력자가 전한 사건의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대한 군인 2명이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평성을 출발한 기차가 전기 사정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했고 보름이 되도록 도착하지 못하면서 결국 사망했다는 겁니다.

이들이 미처 식량을 준비 못 한 상황에서 열차에 올랐다가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제대로 먹지 못했고, 허약한 몸을 지탱하지 못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것은 우리가 추측하는 부분인데요, 군대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열차를 타고 집에 갔는데, 음식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걸릴 구간을 보름이나 갔으니까요. 결국,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어 굶어 죽은 비극 아닙니까? 군대 시절에 영양 상태가 안 좋았다는 것, 집에 가는 도중에 먹지 못해 죽었다는 것은 정말 전 세계에서 북한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재협력자가 전한 이후의 상황은 더 비참합니다.

열차 안에서 숨진 제대군인의 시체를 어랑역에 내려놓았는데, 부모들이 찾으러 갔지만, 너무 부패하다 보니 결국 어랑역 주변의 야산에 묘비도 없이 묻고 왔다는 겁니다. 또 부모들은 “굶어 죽을 바에 차라리 강도질이라도 하지 그랬냐”며 아픈 마음을 토해냈다고 하는데요,

나라를 지켰던 군인이 집으로 가는 도중 전기 사정으로 멈춘 열차 안에서 굶어 죽었다는 소식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좀처럼 믿기 어렵지만, 오늘날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Ishimaru Jiro] 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지만, 북한의 열차 사정이 매우 나쁘지 않습니까? 전기사정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열흘에서 보름씩 가야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서요.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음식이 떨어진 승객 가운데 열차 안에서 굶어 죽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잖아요? 돈만 있으면 역 안이나 차 안에서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어야 하죠. 젊은 제대군인이 집에 가려가 굶어 죽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엿볼 수 있는 북한의 열악한 현실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군대의 열악한 식량 사정과 처우인데요, 지금도 군부대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국경경비대 병사도 하루에 고작 수백g의 식량 밖에는 섭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직접 식량이나 현금을 보내주기도 하는데요, 국가가 보장해야 할 북한군의 처우를 부모들이 대신 부담하는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는 제대군인이 열차 안에서 굶어 죽기까지 북한 당국이 이들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입니다.

둘째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열차 운행의 마비인데요, 전력 사정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하루면 갈 수 있는 양강도 혜산과 평양 구간이 열흘 이상 걸리거나, 아예 오랫동안 열차 운행을 하지 않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면, 탈북과 밀수 방지를 위해 국경지방에 세운 철조망에는 24시간 내내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한데요, 결국, 일반 군인과 주민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오늘날 북한에서 현역 군인은 물론 제대군인의 비참한 처지를 반영하는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나라를 위해 20대의 청춘을 바친 군인의 공로를 외면하는 북한의 현실이 이들을 계속 비극적인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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