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대북방송, 큰 영향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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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 들었던 북 주민 "듣기 좋았다"

- 한국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 방송 내용에 빠져들어

- 방송에서 들은 내용에 점차 신뢰감 생겨

- 제대 후 입으로 전해지는 외부소식의 확산이 더 문제

- 오늘날 장마당 세대, 신세대 병사에게 더 큰 영향력


- 위안화 절하 이후, 대금 결제로 시비 늘어

지난 4일, DMZ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최근 설치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하사관 두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조사결과 "당시 폭발한 목함지뢰는 북한군의 것과 일치하며 북한이 한국군을 살상할 목적으로 최근 의도적으로 매설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한국군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응징으로 북한이 민감해 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2004년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1년 만에 재개된 건데요, 한국군 당국은 성능을 강화한 신형 이동식 확성기까지 투입해 대북방송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동식 확성기는 기존의 것보다 음향 출력이 뛰어나 20km 이상까지 방송을 전할 수 있는 데다 차량에 설치돼 있어 북한이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 기습적으로 방송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한국은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정말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될까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통해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라디오 세상'에서 오랜만에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목함지뢰로 도발한 것에 대해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보복대응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대북 방송이 대응으로서 효과가 있겠느냐?'란 말도 있는데, 실제 북한에서 전해 듣는 반응에 비춰볼 때 정말 효과가 없는 건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한국군 하사관 두 명을 다치게 한 대가치고는 예상치 못한 큰 보복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말도 들립니다.

-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이번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과거 북한 당국이 집요하게 요구한 끝에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군장성급 회담에서 얻어낸 성과였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매우 골치 아픈 문제였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려고 과거 김정일 정권이 애를 많이 썼던 겁니다. 이번에 목함지뢰의 도발로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린 셈인데요, 실제로 제가 만난 북한 주민도 대북방송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 네. 김준호 특파원이 만난 북한 주민은 어떤 반응을 내놓던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실제로 과거에 휴전선에서 군 생활을 했던 북한 주민인데요, 당시 남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들으면서 군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휴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 병사들이 남한의 확성기 방송을 아주 즐겨 들었다고 하는데요, 서울 말씨로 방송하는 한국 여성의 목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답니다. 북한 병사들은 그동안 북한의 최고 방송요원으로 꼽히는 이춘희 방송원 목소리만 들었는데요, 공포를 느끼게 하는 앙칼진 목소리에 선동적인 내용만 듣다가 대북방송에서 한국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해 듣는 내용은 봄바람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또 음악 방송이 나올 때 어떤 병사는 음악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이거나 한쪽 발로 살짝살짝 박자를 맞추며 콧노래로 따라 부르는 병사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과 달리 일단 듣기 좋으니까 저절로 방송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 네. 일단 듣기는 좋은데, 방송 내용에 관해서는 북한군 병사가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북한 주민은 뭐라고 하던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주민의 말에 따르면 방송을 듣는 북한 병사들이 모르는 북한 내부 소식을 듣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이를 잘 믿지 않다가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방송에 나왔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점차 신뢰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아무리 교양 시간에 '남조선의 확성기 방송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 해도 병사들이 오히려 '그 교양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군 복무 후 제대를 한 병사들이 고향에 가서 군 복무 당시 한국의 확성기 방송에서 들은 외부세계의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휴전선 인근의 병사들만 듣던 내용이 북한 내부로 입소문을 통해서 확산하는데요, 이처럼 대북방송이 지닌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그동안 집요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던 겁니다. 그런데 최근 목함지뢰 도발로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됐습니다.

- 네. 북한 주민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는데요, 한국의 탈북자 중에는 휴전선에서 군 복무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탈북을 한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은 11년 전의 상황과 다를 것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오늘날 북한군은 장마당 세대입니다. 외부세계의 정보를 조금씩 접해본 경험이 있고, 약간의 정보만 들어도 그 이면의 내용까지 재빠르게 눈치를 채는, 다시 말해 과거보다 훨씬 깨어있는 신세대들인데요, 11년 전에 근무하던 북한 병사들이 좀 보수적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북한 병사는 세상을 보는데 더 눈이 뜨인 신세대들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 병사들에게 주는 영향이 과거보다 더 클 수가 있는데요, 이제 와서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를 설득해 다시 대북 방송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은, 아주 큰 골칫거리를 만난 셈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네, 잘 알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다른 주제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중국이 최근 계속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이 생긴 것 같습니다. 특히 위안화를 갖고 있던 북한 주민의 손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위안화의 평가절하와 관련해 북․중 국경지방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내부의 소식은 제가 아직 접해보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국경 지역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람 중에는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보통 중국 대방이 북한 대방에 물건을 먼저 보내주고 대금을 나중에 받는 방식의 무역이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런 경우 상대 대방과 대금 결제에 관한 시비가 생기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즉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보다 가치가 하락한 건데요, 그러다 보니 달러 값이 과거보다 올라서 외상으로 물건을 보낸 중국 대방은 당시의 물건값을 달러로 환산한 금액으로 결제해 달라고 하고, 반면 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북한 대방은 위안화 평가절하 이전, 즉 물건을 받은 당시의 위안화로 환산한 금액을 달러 또는 위안화로 결제하려 하기 때문에 서로 시비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시비가 붙을 경우 대개는 중국 대방이 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대방은 외상으로 물건을 보내준 것도 억울한데 환율의 변동에 따른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는 말이 들리고 있습니다.

- 네. 잘 알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대북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 전광판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대북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 군인의 인식을 바꾸고,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하는 대북심리전을 시행해야 한다는 건데요,

일부 전문가는 전광판을 통해 한국의 여성가수가 나오는 노래 방송이나 시사방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라디오를 비롯한 대북방송으로 북한 군인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이들이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한국의 대북라디오 방송을 꾸준히 듣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그만큼 대북심리전이 북한군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목함지뢰로 한국군 두 명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줬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한국의 대북 방송으로 수많은 북한 군인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하고, 나아가 북한 체제까지 흔들 수 있는 되돌릴 수 없는 대가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