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지방, 행방불명자 재조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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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신의주에서 주민들을 검열하고 있다.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신의주에서 주민들을 검열하고 있다.
AFP PHOTO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최근 북한 국경 지역에서 행방불명자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북한 보위부가 지난 8월 20일부터 행방불명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가족을 불러 행방불명의 시기와 원인 등을 조사하며 한국 또는 중국으로 탈북했을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는데요, 이는 ‘탈북자 가족’을 파악해 추가적인 탈북을 차단하려는 당국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한국에 갔냐?, 중국에 갔냐? 정말 행방불명이냐?’ 등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한국행․중국행과 관련이 있는 사람의 가족에 대해서는 엄하게 감시하자는 것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행방불명자의 가족 중에는 당 간부나 국경경비대원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행방불명자로 처리하는 것이 좋았지만, 철저한 재조사가 시행되면서 체제에 대한 동요나 북한 주민의 민심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일반 주민 사이에서도 ‘탈북자 가족’이 아닌 ‘행방불명자의 가족’으로 남으려는 노력도 계속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북한 보위부, 행방불명자 가족 재조사

- 시기․원인 등 파악하며 한국․중국 탈북 파악

- ‘탈북자 가족’ 파악해 추가적인 탈북 가능성 차단 목적

- 행방불명자 가족에는 당 간부․국경경비대도 있어

- 행방불명자 재조사 강화할수록 민심 이반 심화할 듯


최근 북한의 해외 노동자부터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이 이어지면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행방불명자 가족들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방불명자가 실제로 한국 또는 중국으로 탈북했는지를 파악함과 동시에 가족의 추가 탈북 가능성도 감시하기 위해서인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취재협력자를 인용해 보위부가 지난 8월 20일부터 행방불명자의 가족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했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에 사는 취재협조자가 이미 보위부 조사를 받은 복수의 주민을 만나 들은 내용에 따르면 보위지도원과 보안원, 인민반장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직접 행방불명자 가족의 집을 방문하거나 보위부로 호출하는 형식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행방불명된 날짜와 원인, 이후의 행방 등에 관해 물어보고 있는데요,

행방불명자가 과거에 중국과 밀수를 한 적이 있는지, 화교와 접촉한 적이 있었는지, 혹시 밀수를 통해 돈을 받은 기록이 있는지 등을 들추어 한국 또는 중국으로 탈북했을 가능성을 분류하는 것 같다고 취재협력자는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 탈북해 중국 또는 한국에 간 이후 ‘언제, 어디로 갔느냐?’에 대한 조사가 들어갑니다. 남아 있는 가족으로서는 한국 혹은 다른 곳으로 도망친 것이 발각됐을 때 상황이 불리하기 때문에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처벌을 피하려 하죠. 그런데 ‘애매하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지시가 중앙에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해외에 나간 사람이 한국으로 도망치거나, 북한을 떠나려는 사람이 계속 발생하니까 중앙에서 많이 신경 쓰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북한 보위부와 보안 당국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국경 지역에서 행방불명된 사람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탈북이나 한국행이 확인되면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처벌을 가해왔는데요,

하지만 북한에 남은 행방불명자의 가족은 실제로 가족 구성원이 한국이나 중국으로 탈북했어도 보위부나 보안서에 ‘생활고로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하다’고 핑계를 대거나 뇌물을 주며 이를 무마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보위부 조사에서도 처벌을 예상한 탈북자 가족은 사라진 가족 구성원에 대해 행방불명이라며 거짓 진술을 하고 탈북자 가족이 아닌 행방불명자 가족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탈북은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에 ‘탈북자 가족’과 ‘행방불명자 가족’에 대한 대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Ishimaru Jiro] 탈북한 이후에는 북한과 연락하면서 새로운 탈북을 낳을 수 있죠. 이전처럼 무작정 중국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중국 등에 나간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을 데려오면서 탈북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이 지금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정말 골치 아픈 일이죠. 중국 국경 가까이 사는 사람은 탈북이 비교적 쉬우니까 최근 조사에서 ‘한국에 갔냐?, 중국에 갔냐? 정말 행방불명이냐?’ 등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한국행․중국행과 관련이 있는 사람의 가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감시하자는 것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여러 인민반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 조사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행방불명자에 대한 보위부의 재조사가 북한 주민의 생활과 민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요,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인민들을 조이고, 공포심을 주는 방법으로 통제하는 것이 정권의 기본 방침이었잖아요. 이번에도 탈북한 것이 확실치 않은 행방불명자에 대해 조사를 다시 한다는 식으로 통제가 심해질수록 당연히 일반 사람의 마음이 정권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김정은 정권은 ‘말을 듣지 않은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4년 넘게 통제를 강화해왔습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떠날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행방불명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 그런 마음이 더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행방불명된 사람 중에는 당 간부나 국경경비대 등의 가족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으로 탈북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요, 따라서 국경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는 ‘행방불명자’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조사를 통해 간부와 국경경비대원까지 엄격히 조사하며 체제에 대한 동요나 북한 주민의 민심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이젠 행방불명자에 대한 파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합니다.

[Ishimaru Jiro] 국경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애매하게 행방불명자로 처리하자’는 것이 더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처리 방법이거든요. 그런데 정말 꼼꼼하게 행방불명자를 조사하면 국경 지역의 경우 간부나 보안기관 사람까지 조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애매하게 처리해왔다는 것이 국경 지역 탈북자의 증언인데요, ‘이제는 안 된다’, ‘중국에 갔는지, 한국에 갔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라는 새로운 방향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 비교적 선택받은 사람이라 여겨졌던 해외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에 이어 고위급 외교관들의 잇따른 망명으로 북한 지도부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북한 사회를 더 통제하고 공포정치를 강화하는 분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미 한국이나 중국으로 탈북해 북한 내 가족과 연락하며 돈과 정보를 전달하고 탈북까지 권하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도 행방불명자의 상황을 명확히 하고 탈북자 가족의 추가 탈북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감시체계 강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다급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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