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배고픔에 기생충 약까지 내다 팔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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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시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북한 여군. 하사관 계급장을 달고 있다.
골목 시장에서 서성이고 있는 북한 여군. 하사관 계급장을 달고 있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넘어온 북한 병사의 몸에서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돼 큰 충격을 줬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병사조차 영양실조와 기생충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일반 주민의 삶을 그대로 반영했는데요, 특히 북한 군대에서는 식량이 부족한 나머지 보급되는 기생충 약마저 시장에 내다 팔 정도라고 합니다.

“여러 물자를 군대에 공급해도 식량과 바꾸기 위해서, 또는 부정부패 때문에 공급된 물자를 장마당에 내다 팔다 보니 위생 관련 물자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은 늘 기생충 감염에 노출돼 있는데요, 북한 지역 대부분은 시설이 낙후해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없는 데다 인분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이를 먹는 주민이 다시 기생충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보급되는 기생충 약도 장마당에 내다 팔아

- 여성 군인은 위생대도 아꼈다가 시장에 팔 정도

- 기생충에 늘 노출된 북한 주민, 예방 의식 부족해

- 이것이 북한 군인과 일반 북한 주민의 삶


미국의 CNN방송이 지난 4일,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수술 장면을 독점 공개했습니다.

수술 과정에는 북한 병사의 장기에서 기생충을 제거하는 모습도 공개됐는데요, 북한 병사의 귀순 내용도 그렇지만, 특히 병사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한국 언론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외국 언론도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고요, 미국의 유력신문인 뉴욕타임스는 "귀순 병사를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엿볼 수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에 거액을 쏟아부으면서 민생을 내팽개친 결과 결국 출신 성분이 좋은 최전방의 병사조차 영양실조와 기생충에 시달리는 현실을 낳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우가 좋다고 알려진 공동경비구역의 북한 병사에게는 구충제조차 공급되지 않는 걸까요?

북한 주민이 직접 전하는 내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싼 가격에 구충제를 구매할 수 있고, 당연히 군대에도 공급하겠지만, 식량과 바꾸기 위해 약을 시장에 되파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북한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알벤다졸'이라는 기생충 약을 시장에서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은 중국 돈으로 한 알에 0.5위안, 유엔에서 무상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기생충 약이 남포항으로 들어오면 이 중 일부가 유출돼 약 장사꾼에게 흘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일반 주민이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예상은 했지만, 기생충 약은 많이 보급돼 있고, 장마당에서 아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일반적인 기생충 약은 ‘알벤다졸’이란 약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약이고요, 이것이 평양부터 지방 도시까지 보급됐고, 한 알에 중국 돈으로 0.5위안이니까 누구든지 살 수 있는 값이었어요. 또 중국에서 수입된 기생충 약이 보급돼 있었습니다. 이것도 한 통에 1.5위안밖에 안 되니까 수입이 별로 없는 북한의 일반 서민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약이었습니다. 이렇게 대중적이고 값이 싼 약조차 엘리트 병사에게 보급되지 않은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군대에는 기생충 약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걸까요?

북한 취재협력자의 설명에 따르면 군대에 기생충 약을 공급해도 다 팔아버리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군대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군대에 공급하는 것은 대부분 상인에게 팔아넘기기 때문인데요.

[Ishimaru Jiro] 군대의 식량 사정이 나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생 물자가 공급돼도 장마당에 내다 팔아 식량과 바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좀 놀랐습니다. 북한 전체를 볼 때 식량의 절대량은 부족한 상황이 아닙니다. 식량 사정을 말할 때 인민군대의 식량 사정이 특히 나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물자를 군대에 공급해도 식량과 바꾸기 위해서, 또는 부정부패 때문에 공급된 물자를 장마당에 내다 팔다 보니 위생 관련 물자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생충 약뿐 만이 아닙니다. 여성 병사의 경우 공급된 위생대, 즉 생리용품도 아껴서 시장에 팔 정도인데요, 그만큼 군대의 식량 사정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취재협력자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주민은 늘 기생충 감염에 노출돼 있습니다.

북한 지역 대부분은 시설이 낙후해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없고요, 인분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이를 먹는 주민이 다시 기생충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건데요, 그렇다고 북한 주민이 기생충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퇴비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생충은 북한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일반 사람은 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해서 약을 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기생충 때문에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약을 먹지, 기생충 방지를 위해 미리 약을 쓰거나 준비하는 교육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생충에 대한 대비보다 더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겠죠. 그것이 바로 먹는 문제고, 기생충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국무부의 브라이언 훅 정책기획관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귀순한 북한 병사의 역경이 북한 주민의 삶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때마침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일 소개한 북한의 지방 도시는 여전히 소가 수레를 끌고, 비포장도로에 바다 위에 떠 있는 나무배 등 낙후된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화려한 평양, 미사일 강국과 전혀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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