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사망후 민주화 정권교체 어려워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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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에리카 프란츠 정치학과 교수의 연구논문 'When Dictators Die'.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에리카 프란츠 정치학과 교수의 연구논문 'When Dictators Die'.
Photo: RFA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지 5년이 됐습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후계자인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기대하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확산했는데요, 오늘날 북한은 비교적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독재자의 단순 사망이 정권 교체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는 미국 교수의 연구 논문이 관심을 끄는데요,

“독재자의 사망은 정권이 바뀔 기회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독재자 정권을 맞아하기가 더 쉽습니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경우 독재자가 숨진 이후 정권이 유지되거나 현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46년부터 2012년 사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79명의 독재자가 자연사했는데, 이후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된 나라는 고작 4%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87%가 후계자에 의해 독재정권을 유지했는데요, 김정일 사망 5주년을 맞아 이 연구결과가 북한에 어떤 의미를 시사하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 미국 교수 연구 논문, ‘When Dictators Die’

- 북한 포함 장기집권 독재자의 사망 후 87%가 기존 정권 유지

- 김정일 사망이 정권 교체에 계기 되지 못해

- 북한이 유지한 절대적 권력과 기득권 노린 핵심 권력층 성향 탓

- 독재자 사망보다 민주화 시위가 정권 교체 가능성 높아


[조선중앙TV]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2011년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립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증급성 심근경색과 심장 쇼크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지 5년이 됐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공식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았는데요, 17년간 북한을 통치하며 독재자로 군림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진 이후 많은 전문가와 언론, 전 세계는 과연 김정은 체제의 북한 정권이 제대로 유지될까? 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도 어린 후계자 김정은이 권력을 잡고 북한 정권을 장악할지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했는데요, 심지어 북한 체제가 곧 무너지지 않을까? 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오늘,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큰 흔들림없이 기존의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의 에리카 프란츠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흥미로운 연구논문(When Dictators Die)을 발표했습니다.

장기집권한 독재자가 사망했을 때,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느냐?에 관한 내용인데요, 1946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의 김정일을 포함한 79명의 독재자가 집권 도중 자연사했는데, 이후 민주화 정권으로 교체된 사례는 겨우 4%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87%가 기존의 독재정권을 유지했는데요, 오늘날 북한이 바로 이 경우에 속합니다.

에리카 프란츠 교수의 설명입니다.

[Erica Frantz]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 나이를 먹고 사망하면서 해당 국가의 정치적 변화를 예상하거나 전망하죠. 1946년부터 2012년 사이 독재자가 자연사한 이후 과연 정권이 바뀌었는가?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이뤄졌는가? 아니면 쿠데타를 통한 새 정권이 들어섰는가? 등을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대다수의 경우 독재자가 숨진 이후 정권이 유지되거나 현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쿠데타나 민주화 시위에 따른 정권교체가 아닌 독재자의 자연사는 정권이 바뀌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북한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고요, 실제로 대다수 독재국가의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정권 교체를 기대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는데요, 프란츠 교수는 숙련된 독재자의 통치 기술과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핵심 권력층의 성향을 배경으로 지적합니다.

[Erica Frantz] 꼭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쿠바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대부분 독재자는 사망하기까지 오랜 기간 권력을 잡아 왔죠. 또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고 후계자도 미리 지목해놓을 만큼 숙련된 독재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사망해도 정치적 공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독재자의 자연사가 정권교체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또 핵심 기득권층이 후계자의 곁에서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는데요, 현 상황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재빨리 후계자를 도와 권력 잡기에 나서는 겁니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대다수 독재정권의 새로운 후계자는 정권을 유지하기까지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고, 1~2년 이내에 정권의 안정화를 위해 강한 억압 정치를 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지난 5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숙청과 단속, 통제를 이용해 공포정치를 휘둘렀는데요, 강한 독재정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겁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이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북한이 빨리 그를 절대적 독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따라야 합니다. 또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죠. ‘김정은’이란 젊고 실적도 없는 사람을 절대적 유일 독재자로 만들려다 보니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총살 사건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생긴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연구에 나타난 통계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12년 사이 독재자가 사망한 이후 5년 이내에 독재정권이 무너진 사례는 24%에 불과합니다. 1년 안에 정권 교제가 이뤄진 경우는 10%를 조금 넘고요, 이중 민주화를 이룬 사례는 37%, 결국, 나머지는 다시 독재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특히 북한은 개인 중심적인 다른 독재국가와 달리 매우 조직적이고, 당과 군대의 힘이 강력해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기초가 되고 있는데요, 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민주화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란츠 교수는 북한의 독재정권이 좋은 형태는 아니라고 평가하는데요,

[Erica Frantz] 독재자가 사망한 이후 누가 정권을 잡던 처음 3년은 매우 중요한 기간입니다. 북한을 보면 다른 독재정권과 달리 매우 조직적이고, 강력한 당이 집권하고 있고, 강한 군사력도 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독재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요, 이런 형태는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죠. 냉전 이후 시민이 주체가 된 민주화 시위가 많이 일어났고, 전 세계적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지만, 북한에서는 이를 억압하고 있고, 이것이 현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이죠. 이는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도전입니다.

결국,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독재자의 사망이 아닌 민주화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정권교체 시기 민주화 정권을 이루는 배경으로 독재자의 사망이 가장 낮은 가능성을 보인 반면, 민주화 시위가 90% 안팎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요, 실제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국가의 50%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Erica Frantz] 독재자의 사망은 정권이 바뀔 기회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독재자 정권을 맞아하기가 더 쉽습니다. 하지만 시민이 주체가 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민주화를 이루는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 새로운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시민운동이 민주화를 이루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환경의 변화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민주화 정권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시마루 대표도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내부의 반응은 매우 냉정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합니다.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공포통치와 통제에만 매달리고 사회∙경제적으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김정은 정권의 미래에 대해 북한 주민의 기대와 평가는 매우 낮은데요,

[Ishimaru Jiro] 북한 주민의 머릿속에는 역시 숙청과 공포 정치에 대한 강한 인식이 있죠. 특히 고모부인 장성택을 죽였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이 많고, ‘젊어서 그런지 정말 무서운 일을 한다’, ‘아버지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합니다. 공포정치를 하면 주민으로서 좋아할 수 없지 않습니까? 다시 정리하면 ‘아직 어리다’란 평가, ‘경제는 지방에서는 좋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무섭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김정은 시대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지만, 김정은 독재정권의 끝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지난날 독재정권의 변화와 교체 과정을 보면 북한의 민주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요, 독재자의 사망,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의 정권 교체, 권력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결국, 북한 주민 스스로 이뤄내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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