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일운동’ 다시 강조하는 이유?

서울-박성우, 이현웅 parks@rfa.org
2017-08-09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일성화 축전 행사장 모습.  전시된 장식물에 '7·4 공동성명'과 '10·4 선언'이라는 글자가 각각 새겨진 깃발을 세우고 그사이에 설치한 전광판에 '조국통일 3대헌장'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일성화 축전 행사장 모습. 전시된 장식물에 '7·4 공동성명'과 '10·4 선언'이라는 글자가 각각 새겨진 깃발을 세우고 그사이에 설치한 전광판에 '조국통일 3대헌장'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월 4일자 1면에 실린 “위대한 수령님들의 유훈을 받들어 자주통일 위업을 성취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일이 1997년 8월 4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조국통일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제목의 노작 발표 20돌을 기념해 작성된 것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난국을 ‘조국통일’ 운동을 통해 돌파해보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 관철’을 촉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종북 및 친북세력을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격과 함께 통일투쟁 방향 및 지침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는 ‘지령 선전선동’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김정일 시기부터 유난히 ‘유훈 관철’을 강조했죠. 김정은 정권 역시 선대의 유훈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설도 같은 맥락인 듯 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이 사설은 김정일 노작에 대한 찬양과 칭송에 이어,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적 제재 국면에 대한 ‘아전인수’식 정세 분석을 한 다음, 난국 돌파를 위해 거족적이며 전면적인 통일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사설에서 언급한 김정일의 ‘노작’에 대해 “김일성의 조국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방향과 방도를 전면적으로 명시한 조국통일의 총서”이며 “유훈 관철을 위한 성스러운 애국투쟁에로 온 겨레를 불러일으키는 고무적 기치”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정일에 대해서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정립하여 민족 모두가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갈 투쟁지침을 마련해주었으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하는데 빛나는 업적을 이룩하였다는 것입니다. 김정은도 유훈 관철에 나서 ‘주체적인 조국통일 노선과 방침’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새로운 내용은 없으며 김일성이 주창한 통일방안들에 대해 명칭만 달리 붙인 것들이지요.

둘째, 현재의 조국통일 투쟁과 관련한 한반도 정세는 미국이 “핵전략 자산을 연속하여 투입하면서 제재 압박의 도수를 최대로 높이고 있으며, 한국도 외세와 공조하여 동족 대결에 기승을 부리고 있어 통일 위업 실현의 길에 엄중한 장애를 만들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위험천만한 정세를 조성하고 있다”고 억지를 쓰고 있습니다.

셋째, 이와 같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대내외 친북세력에게 통일투쟁 방향 및 지침을 다양하게 공개지령하고 있는 데요. 그 하나는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통일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외면한 독단에 불과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은 반민족적인 외세공조 책동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통일 문제를 주변 관련국과 논의하는 것을 “반민족적인 친미, 친일 매국 행위이자 반역행위”라며 “철저하게 매장하라”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통일노력을 이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배격하는 자세야 말로 반민족적인 반역 행위일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조선반도의 전쟁 위험을 제거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핵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는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이며 북한이 스스로 자초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소가 웃다가 꾸러미가 터질 일입니다. 네 번째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거족적인 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한국 내 사드 배치 반대’, ‘한국 정부의 반 공화국 핵 및 인권모략 소동 중단, 통일애국 세력 박해와 탄압 중지”, “통일운동 자유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이번 사설이 대내용이라기 보다는 한국 내 종북 및 친북 세력과 해외 친북 우호세력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현시점에서 대대적인 통일투쟁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에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통일투쟁 선동 내용들을 보면 기존의 통일투쟁 방향 및 방침과 비교할 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설이 갖고 있는 전술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핵무력 고도화를 위해 미국과의 대결을 부각시켜 왔으며 이로 인해 ‘반미투쟁’ 위주의 투쟁방향을 선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6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가장 혹독한 국제적 제재를 받게 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이미 사면초가의 길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런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과 해외에 있는 종북 및 친북 우호세력의 공격적인 대리투쟁과 측면지원을 선동하는 방법 외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이들의 한국 새 정부에 대한 ‘민족공조’ 압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남 전략적 관점에서 본다면 8월이라는 전통적 통일투쟁 시기를 맞아 총체적인 난맥상을 통일투쟁을 통해 극복해보자는 전술적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북한의 호전성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북한 지도부가 현 시점에서 해야할 일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한다 해도 미국과 한국의 군사력을 따라 잡지 못할 뿐 아니라 통일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모두 다 알고 있는 객관적 현실입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만들어 북한을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려놓았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은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조선노동당의 ‘김정은 업적 만들기’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북한 핵개발에 대해 ‘선제타격’을 넘어 ‘예방전쟁’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전쟁 불놀이’를 멈추고 진정으로 주민들을 잘 먹이고 보살피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 동안 북한 정권은 변화무쌍한 전술적 책략을 통해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들의 눈을 속여가며 핵무기를 만들어 왔죠. 그 결과 북한 정권은 좀 더 고립되고 소외됐습니다. 심지어는 ‘선제타격’과 ‘예방전쟁’의 대상으로 북한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 원인은 북한 정권이 제공했다는 점을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