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 당 기관지 비난전 점입가경

서울-박성우, 이현웅 parks@rfa.org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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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2일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제목의 6면 개인 필명 글에서 중국 인민일보·환구시보·인민망·환구망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선(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고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2일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제목의 6면 개인 필명 글에서 중국 인민일보·환구시보·인민망·환구망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선(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고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22일자 6면에 실린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그 자매지 환구시보, 그리고 온라인 신문인 인민망과 환구망이 북한의 노선과 체제를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실명을 거론하며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지난 시기 한중 국교수립이나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과 관련해 중국에 ‘배신감’을 토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중국’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에 나선 적은 많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이현웅: 이번 노동신문의 중국 비난은 ‘해당 언론’에 대한 비난만이 아니라 중국 당국과 중국 인민들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중국의 해당 언론에 대한 비난인데요. “인민일보와 그 자매지인 환구시보, 웹사이트들인 인민망과 환구망은 조선의 핵무기 보유의 합법성과 핵무력 강화의 자위적 성격을 외면한 채 감히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른 격’이라거나 ‘자기 목에 걸어놓은 올가미’라고 모독한 것도 모자라 ‘서산일락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망발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국제정치 현실을 제대로 볼 줄도 들을 줄도 표현할 줄도 모르는 눈뜬 소경, 멀쩡한 농아, 풋내기 매문가들”이라고 악평하면서 “주제 넘게 지시봉을 들고 남에게 삿대질할 것이 아니라 제 코나 씻는 것이 낫다”며 중국 언론 매체들을 비하했습니다.

둘째, 중국 당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계속 끌려다녀야만 하는 저들의 궁색한 처지에 대한 변명이라 할지라도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을 감히 건드린데 대해서는 스쳐보낼수 없다”고 위협하면서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면전에서 보란 듯이 수리아(시리아)에 군사공격을 감행한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해 베이징이 느끼는 바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중국의 ‘아픈 상처’을 꼬집었습니다. 이어서 한 중국인 기업가의 “중국이 무엇이 두려워서 미국에 굽신거리는지 창피하다”는 말을 옮겨 적어 대미(對美) 외교를 조롱하였고, “중국이 그 누구에게로 갈 때 납작 엎드리고 갔다고 해서 조선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그걸 배우라고 강요할 필요는 더욱 없다”며 중국의 조언(助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셋째, 중국 인민들에 대해서는 “우리 인민은 누구처럼 돈이나 점괘로 운을 재는 몽매한 인민이 아니다”, “덩치는 커도 넋이 없고 금전만 쫓는 이웃을 보면서 추연한 생각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북한을 “해솟는 아침”으로, 중국을 “서산낙일”로 비유하는 구절을 적시함으로써 조∙중 간 앞날에 대한 ‘저주성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박성우: 지금 소개해주시는 기사 말고도 최근 북한의 주변국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성 보도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이런 보도 행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북한 집단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주변의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더구나 ‘동방의 핵 강국건설’ 전략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혈맹인 중국에게조차 ‘불행의 씨앗’으로 취급받는 처지가 되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등을 돌린 지 오래되었고, 세계 최대강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제재마저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독재정권의 비이성적인 주변국 비난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단말마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북한 사회가 올바른 비판과 토론, 반대 의견의 허용 등 자유민주주의적인 포용과 관용이 완전히 억압된 극도의 경직된 체제라는 데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정치적 반대세력을 완전 봉쇄하려는 독재 정권의 권력 독점 야욕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1950년대 후반 김일성 시절에 중국 연안파의 도전을 철저하게 숙청하였으며, 그 후 권력 독점에 성공하여 지금의 세습독재 권력을 유지하게 되었지요. 김정은 집단의 ‘핵무력 완성’에 이견을 달거나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서산일락’의 처지를 면치 못 할 것이라는 위협을 함으로써 독재정권을 유지해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이 인민일보 등 언론에 대한 비난을 넘어 중국 당국과 중국 인민까지 공격하는 행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중국 측도 상당한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중국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이현웅: 우선 중국의 언론이 북한의 ‘핵미사일 불장난’을 왜 비난하고 나섰는지 그 배경을 추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미∙북 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중국에 미칠 영향을 타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국은 몇 백 년간 이어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잡은 지 불과 30~40년 밖에 안 되었으며, 이 기간에 이룩한 눈부신 발전 추세를 앞으로 반세기 이상 더 끌고 가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미∙북 간 고조된 전쟁 분위기가 지속되거나 전쟁이 발발한다면 현재의 위상과 ‘대국굴기’에 이은 ‘중국몽’은 물건너 갈 것이며 처참했던 과거로 후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냉철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중국몽’ 실현 의지는 김정은 집단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지만큼이나 강력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중국의 목소리는 ‘동방의 핵강국’을 외치는 북한의 목소리 보다 더 넓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조∙중 국경선에서 세계 최대의 군사강국인 미국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거대한 ‘미래의 꿈’을 포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미∙북 간 전쟁이 벌어질 때 쉽게 북한 지원을 위한 참전을 결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고 자국의 꿈을 이룩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의 기존 대북정책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20년마다 갱신하기로 되어 있는 ‘조중우호조약’의 폐기나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양국관계는 ‘우호관계’에서 ‘일반관계’로 약화될 수 있으며, 만약 ‘조중우호조약’의 ‘전쟁시 자동개입 조항’이 사라지게 될 경우, 북한의 몰락은 시간 문제가 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은 중국의 고언(苦言) 뿐 아니라 주변국의 충고를 받아들여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길만이 살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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