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중되는 여성 노동력 착취

서울-박성우·이현웅 parks@rfa.org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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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여성이 남성 2명과 함께 지름 약 50㎝에 달하는 바위를 양손으로 굴리는 모습.
군복을 입은 여성이 남성 2명과 함께 지름 약 50㎝에 달하는 바위를 양손으로 굴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지난 3월 8일자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만리마 시대를 자랑찬 위훈으로 수놓아 가는 녀성들을 열렬히 축하한다”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3.8 국제부녀절’을 맞아 “당과 수령에 대한 ‘백옥 같은’ 충정심과 복무정신, 조국과 인민에 대한 숭고한 도덕 의리심은 여성들의 사상정신적 특질이며 이런 여성 혁명가들을 지니고 있는 것은 우리 당의 크나큰 자랑”이라는 이른바 김정은의 “말씀”에 기초하여 여성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박성우: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이현웅: 이 사설은 먼저 북한 여성들이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맡아 “조국의 건설과 전후 복구를 위한 천리마 시대의 영웅적 투쟁 역사에 고귀한 피와 땀으로 뚜렷한 자욱을 남겼다”고 여성들의 노고를 언급하면서도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조선여성운동을 현명하게 이끌어왔기 때문”이라며 여성들의 공적을 김씨 일가에 넘기고, ‘만리마 시대’인 김정은 통치하에서도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전 분야 근로현장에서 앞장설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여성 모두가 천리마 시대의 기수처럼 달려나가고, 당과 수령의 사상 및 영도를 ‘순결한 양심과 의리’로 받들며, 경제건설의 총돌격전에서 만리마의 기수 및 선구자가 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우리식 사회주의’ 및 가정의 혁명화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칠 것” 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요구와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이 여성중시와 여성존중을 기치로 삼는 여성운동의 ‘위대한’ 개척자이며 영도자일 뿐 아니라 북한 여성들의 ‘영원한 어버이’이므로 이들의 업적을 끝없이 빛 내여 갈 것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즉, 선대 수령들을 ‘영원한 태양’으로 모시고, 유훈을 끝까지 무조건 관철하며, 김정은을 목숨으로 옹호보위하고, 사회주의를 견결하게 고수하며, 당의 선군 영도를 충실하게 받들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고지 점령에 헌신 분투하며, 고향 땅을 ‘사회주의 무릉도원’으로 만드는데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동맹에게 “여성들을 김일성 김정일주의자로 준비시키기 위한 사상교양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전민 총돌격전에서 뚜렷한 자욱을 새겨나가도록 힘있게 떠밀어 주어야 한다”는 별도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여성의 역할’을 이처럼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 듯 한데요?

이현웅: 국제부녀절은 191년 국제여성대회에서 남녀평등과 노동권리를 요구하며 결정한 기념일입니다. 북한은 매년 부녀절 행사를 통해 남녀평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성노동력을 생산현장에 보다 많이 투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행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이면서도 수령중심 가부장제도가 고착화된 북한에서 남녀평등과 관련한 법 제도나 구호는 허울에 불과하며, 여성은 가사노동은 물론이고 국가 주도의 온갖 경제건설 과업과 군사활동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강제 동원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배급제가 무너져 각 가정마다 여성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장마당 활동에 나서서 해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가사노동’, ‘건설현장 노력동원’, ‘가정경제 해결’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관철 및 김정은의 결사 옹위전에까지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 하에서 사상,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마당은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허용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시장경제 방식인데, 지금은 북한 여성들이 가장 중시하는 생존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정권의 사회통제 기제들이 잘 먹혀 들지 않고 있고 심지어 감시와 단속에 저항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여성들의 정치사회적 일탈 현상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은 장마당을 ‘밑으로부터의 저항’이 폭발할 수 있는 위협 요인의 하나로 보고 여성들의 장마당 참여를 민감하게 관찰하며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갈수록 자유 분방해지는 여성들의 사고를 체제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집단주의’ 사상으로 개조하고 견인하기 위해 국제부녀절을 고도의 정책적 선동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는 여성들이 ‘백옥같은’ 충정심을 회복해서 당이 시키는 일을 다 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요. 요즘같은 세상에 이게 과연 가능할까요?

이현웅: 불가능하죠. 설명을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이 사설에는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는데요. 하나는 당의 외곽조직인 ‘여성동맹’(‘45.11.18창립)에 ‘여성 정치사상교육’을 철저하게 실천하라고 지시한 부분입니다. 정기적인 사상학습을 통해 여성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동맹에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은 북한 여성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과 정권에 대한 신뢰 및 믿음이 상실되어 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른 하나는 여성들에게 ‘가정의 혁명화’ 임무를 다하라는 것인데요. 가정생활에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뿌리 뽑고 가족 구성원들을 ‘혁명적 수령관’으로 무장시켜 가정을 혁명을 위한 하나의 ‘세포 조직’으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입니다. 북한의 여성들은 당과 국가가 먹고 사는 문제를 저버린 지 오래된 터여서 개인적인 수완과 방법으로 식의주(食衣住)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이 일상화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해방 이후 70년이 넘게, 평생 동안, 노동력 착취만 당해온 북한 여성들로서는 핵무기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김정은 체제 아래서 ‘이 밥에 고깃국’이라는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하였기 때문에 “백옥 같은” 마음으로 선뜻 당의 지침을 따라나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법규만 놓고 보자면 북한처럼 여성의 권리가 잘 보장된 나라가 없다고 하죠. 법제도 상으로는 남녀가 매우 평등한 나라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 남녀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북한에서는 여성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해 주셨는데요. 이런 상황이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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