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오늘 다룰 기사는 노동신문 4월 25일자 1면에 실린 “조선인민군은 수령 결사옹위군, 혁명적 당 군의 영광스러운 전통을 끝없이 빛 내여 나갈 것이다”라는 제목의 긴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인민군 창건 85돌을 기념해 통치자의 우상화 선전과 함께 북한군 창군과 올해 건군절 행사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 조선인민군의 과거 업적, 역할과 기능, 사명,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등을 총괄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의 사설이 노동당의 지시와 지침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이 번 사설은 현재의 시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조선인민군 운용 전략과 방침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박성우: 구체적인 내용들을 말씀해 주시죠.
이현웅: 이 사설은 인민군 창건일을 1932년 4월 25일로 주장하고 있으며, 그 때 ‘조선인민혁명군’을 조직함으로써 민족 수난의 역사를 끝장내고 총대의 위력으로 전진하는 조선혁명의 영광스러운 역사가 시작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05돌 기념 열병식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 열병식은 “김정은 시대 승승장구하는 조선인민군의 기상을 뚜렷하게 보여준 대서사시적 화폭”이었으며 인민들에게는 승리의 신심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적대세력들에게는 “무서운 공포”를 안겨주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조선인민군의 운용 전략과 관련한 내용들을 열거하고 있는 데요. 먼저 조선인민군의 기본적인 성격은 “혁명무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방무력이 아니라 북한 세습독재 권력을 혁명적 차원에서 확대하고 더욱 강화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김정은 정권의 군건설을 위한 “총적 임무”를 “전군의 김일성주의화”라고 밝히면서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으로 “독창적인 선군정치로 인민군대를 최정예 전투대오로 강화발전”시키고, “전대미문의 사회주의수호전을 연전연승으로 이끌며”, “북한을 세계적인 군사강국의 지위로 올려 세운 것”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설은 조선인민군의 사명을 “수령옹위와 혁명수뇌부 보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조선인민군은 이러한 사명완수를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인민군 운용전략 및 방침과 관련해서는 첫째 사회주의 조국 수호를 위한 실전형의 강군으로 만들고, 둘째 정밀화 소형화된 각종 핵무기와 잠수함 수중 탄도탄 등 첨단무장장비를 동원 활용하며, 셋째 미국과 괴뢰들이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대응함은 물론 사전 경고나 통고 없이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징벌적인 선제타격을 가하고, 넷째 이런 전쟁을 조국통일위업으로 연결시킨다는 것입니다.
이외에 특징적인 내용은 무적의 첨단 핵무기를 보유한 군답게 병사들을 “일당백의 전사, 백두산 호랑이”로 만들고 군대를 ‘새 세대 청년’들을 혁명수행의 맹장으로 키우는 “혁명대학”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군 영도력과 관련한 우상화 선전도 있다고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이현웅: 김정은이 북한 인민군의 ‘총사령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총사령관에 걸맞은 자질을 구비하고 있는 양 허위 선전을 하는 대목이 빠질 순 없었겠지요. 이 사설에서는 김정은을 “무비의 담력과 배짱, 천리혜안의 예지와 탁월한 영도력”을 갖고 있으며 군력강화의 최전성기를 개척한 “천출명장”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김정은을 모신 인민군대는 “영원한 수령 복과 최고사령관 복을 누리고 있어 창창한 미래를 보장 받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검증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들은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독주와 전쟁 불가피성 주장이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고 있는지를 감추기 위한 언술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박성우: 이번 사설은 미국과 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서 나왔는데요. 북한 주민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을 통해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을 핵무기 보유국 입장에서 운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객관적인 사실과 달리 자신들의 무력을 과신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상향 평가한 무력에 맞춰 북한 정권은 전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항시적인 전시 동원체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의 평상시 삶의 기준과 가치를 송두리째 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될 것입니다.
또한 김정은의 선군정치를 ‘독특한 선군정치’로 언급하면서 새롭게 표방한 ‘인민군대의 혁명대학화’는 앞으로 인민군을 북한의 혁명과 건설에서 핵심 주력군으로 삼고 사회 전 영역에서 군의 역할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으로 ‘병영국가’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일상생활이 군 기강 수준으로 경직되고 쌀과 각종 생활물자가 군에 집중됨으로써 삶의 질이 황폐화될 수 밖에 없겠지요.
더욱이 김정은의 군건설 총적 임무를 “전군 김일성주의화”로 내건 것은 조선인민군을 체제보위를 위한 무력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를 지켜내기 위한 사병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고대 노예제 사회 또는 중세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권력의 영원한 사유화를 위해 역사발전 단계의 후퇴를 각오한 모습입니다.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는 그 만큼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이런 모순들을 숨기기 위해 ‘인민군의 수령 복과 총사령관 복을 외치며, 김정은을 천출명장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아직 한 번의 전장 경험도 없는 나이 어린 통치자가 ‘천출명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북측이 ‘인민군대의 혁명 대학화’라는 새로운 표현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앞으로 이 표현이 북한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