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30일자 2면에 실린 “강위력한 핵 억제력을 마련하신 민족사적 공적 길이 빛나리”라는 제목의 ‘김일성 일가 위대성’ 선전 기사입니다. 북한이 7월 28일 야심한 시간에 기습 도발한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은 김일성의 1962년 12월 ‘경제건설과 국방건설 병진노선 채택’, 김정일의 컴퓨터 수치제어(CNC) 기술 투자와 이를 바탕으로 한 ‘로케트 공업 및 원자력 공업’ 발전, 그리고 김정은의 2013년 3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이라는 ‘새로운 병진노선’ 채택과 핵무력 완성을 위한 사생결단의 의지로 인해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 강국과 로케트 맹주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을 빌미로 한 전형적인 ‘김씨 일가’ 찬양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측은 정권 차원에서 이룬 성과를 김씨 일가의 공적으로 둔갑시키곤 했죠. 이번 기사도 그 맥락에서 작성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기사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이현웅: 이번 기사는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의 의미를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과업을 빛나게 실현”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나라 위상”은 물론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과시하였으며 ‘전승절’에 이어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이룩한 또 하나의 ‘빛나는 승리’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승리하기까지는 김씨 일가의 대를 이은 통치가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인데요.
먼저, 김일성은 반세기 전인 1962년 12월 ‘조선노동당 제4기 5차 전원회의’에서 1962년 10월에 있었던 이른바 ‘까리부해 위기’(쿠바사태)를 계기로 국제정세를 분석한 후 ‘경제, 국방 병진노선’을 채택하였고 이후로 북한은 무적필승의 국방력을 억척스럽게 다져 나가게 되었으며 오늘의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성과는 50여년전에 김일성이 채택한 ‘전략적 노선’이 없었다면 이룩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일성이 천리혜안을 갖고 있었던 위대한 인물인양 그의 위인상을 그려내는데 주력했습니다.
다음은 김정일이 김일성의 병진노선 구현을 위해 남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핵 강국과 로케트 강국을 향한 어려운 길을 한 치 한 치 열어 나갔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김정일이 컴퓨터 수치제어에 귀중한 자금을 투자하고 과학자들에게 사랑과 믿음, 세심한 영도의 손길을 주었기 때문에 로케트 공업의 비약을 가져왔고 핵 보유 대업까지도 성과적으로 이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경외심을 자아내려는 속셈이지요.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이라는 새로운 ‘병진노선’을 전략적 노선으로 제시한 것은 핵 무력건설을 위한 분수령이자 ‘역사적 장거’였다고 추켜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을 “위대한 수령님들의 숭고한 애국 위업을 받들어 조국을 명실상부한 주체의 핵 강국, 세계적인 로케트 맹주국의 지위에 높이 올려 세우신 백두의 천출명장, 절세의 애국자”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지난 7월 4일에 이어 24일 만인 7월 28일 또다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 여쭤보죠.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이며, 여기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한국을 무력으로 ‘흡수통일’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은 겉으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당 규약은 한국을 경제,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미국과 ‘판가리 전쟁’을 통해 한국을 해방시키고 적화 통일하는 것을 체제존립 목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군 무력 증강에 북한이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2015년 미국으로 망명한 전 39호실 고위간부 출신 탈북자 리정호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전쟁 통일’ 방식을 미련 없이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미 북한은 6.25전쟁 도발을 통해 한 차례 ‘전쟁 통일’을 기도한 바 있습니다. 6.25전쟁은 김일성의 권력욕과 계획으로 시도되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한반도 전체가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국제 전장터’로 변해버렸으며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함께 남북한 전 지역의 산업시설과 농업시설까지 폐허가 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김일성의 거듭되는 패퇴와 130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중공군의 참여로 중공군 팽덕회가 실질적인 군사작전을 지휘하게 되었으며 김일성은 총사령관의 지위를 사실상 상실하였습니다. 한반도는 중공군과 유엔군 간의 전쟁터로 변질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금의 국제정세를 감안해 볼 때, 만약 김정은이 핵무력을 바탕으로 ‘전쟁 통일’을 시도할 경우, 또다시 한반도 전체가 국제 전쟁터로 변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일성이 만든 한반도 전체의 폐허와 동족상잔의 비극의 길을 김정은이 다시 가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팽개친 채 핵무력 고도화에 목을 매면서 ‘전쟁불사’의 길을 계속 가고 있는데요. 북한 정권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생명을 단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권의 붕괴는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경우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우로 나누어 집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이 원하는 정치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외시한 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만 목을 맨다면 주민들의 내부 불만이 갈수록 팽배해질 것입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 때, 주민 불만 팽배가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량국가의 경우, 국제사회의 공동 제재와 군사적 대응에 의해 정권이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재 불량정권으로 취급 받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상국가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강력한 국제적 제재와 압력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의 핵무력 완성을 향한 질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북한 주민들도 불안한 마음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