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현단계에서 북한 민주화 혁명은 불가능"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1-02-28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러시아 출신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가 최근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2월 넷째주 미국 서부의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열린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토론회에 참석해 구소련과 위성국들의 몰락과 북한의 변화 전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토론회 참석 전 저희 방송국을 들른 란코프 박사에게 북한의 주변국과의 관계, 식량난과 권력세습 문제 그리고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독재 민주화 시민혁명이 북한체제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 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1980년대 구 소련 레닌그라드 대학교에서 동양학을 전공했고 1985년에는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교에서도 공부한 란코프 박사는 현재 한국의 국민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북한문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andrei_Lankov_rfa-200.jpg
러시아 출신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 RFA PHOTO
전수일: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미국의 현재 대북정책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지도부와 일반 인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북한언론에서는 미국의 정치인들이나 외교관들이 밤낮 북한만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도되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정치인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북핵문제 뿐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있는 중국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미 말씀드린대로 북핵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이 북핵에 대해 공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일반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 어디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정치인들은 북핵,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북핵 때문에 얼마간 더 높아진 핵무기확산 가능성입니다. 다시말해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추진할 경우 다른 나라에 확산될 우려입니다. 하지만 요즘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미국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근동과 중국입니다. 최근 애굽을 비롯한 근동 여러나라에서 민주화 혁명이 발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는 놀라울 정도로 낮습니다.

: 그럼 중국문제는 주로 어떤 분야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까?

란코프: 미국은 중국이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초강대국이 될 나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945년이후에는소련과 미국의 대립시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수십년 간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련과 미국 간 대립관계가 적대적 경쟁적이었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대립과 경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입니다. 미국인이 입는 옷, 쓰는 소비품 거의가 중국 제품입니다. 그뿐만아니라 북한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중국은 미국에 돈을 많이 빌려줬습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은 고급기술을 미국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 불법수입도 있지만 합법적인 수입이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것이 정치 외교적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편으로는 중극의 영향을 차단하려는 생각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국과 무역을 비롯한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이것이 중-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북핵문제의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른지 등에 대해 생각합니다.

: 결국은 미국이 북한문제를 생각할 때에도 중국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란코프: 네. 미국 일반인들의 경우도 중국문제를 가장 비중있게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중동, 근동에 대한 문제입니다.

: 미국이 중국과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의 민주화 사태를 가장 큰 현안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북한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즉 미국이 외교의 중점을 중국과 근동에 두고 있다면 북한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그래서 제 생각에 북한지도부는 지금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작년에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유발한 이유는 미국과 남한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지원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 경제적인 지원입니까?

란코프: 물론 경제적 지원도 있고 다른 양보도 얻겠다는 것이지만 북한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입니다. 북한경제는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북한은 외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서 적지않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중국에만 의존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중국에서만 올 경우 중국이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해 많은 영향력을 구사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 북한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겠죠.

란코프: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상식입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 지도부의 희망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고 남조선과 특히 미국에서 돈(지원)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남한에서 집권한 보수파 뿐만 아니라 일반 남한 국민도 북한에 돈 주는 것을 절대 반대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원래도 많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 북한은 다음 몇개월 이내에 다시 한번 대규모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형식의 도발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남한 내 어떤 지역을 공습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하기 어려운 다른 도발을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관심을 끌기위해 제3차 핵실험 아니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런 도발의 근저에는 위협을 하겠다는 것 보다는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지도부는 이런 도발을 통해 북한 자신의 존재와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지원을 제공하라는 메세지를 서울과 워싱턴으로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 송영대 전 통일부차관은 금년보다는 내년, 강성대국 문을 연다는 2012년, 특히 4.15 김일성 100주년 생일 이후 5월 부터 12월 초까지 단계적으로 북한이 대남도발을 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전망했고 그 도발의 목적은 한국의 보수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란코프: 송 차관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내년보다는 올해 2011년에 도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2012년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해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세습정권이 견고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느정도 좋아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가능한한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올해에 도움을 받으려 할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 분위기로 봐서는 현재 대북지원이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말입니다. 북한은 올 봄쯤에 한번 시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도한다는 것은 곧 도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지금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 한가지 의문이 가는 건, 북한이 그런 도발을 함에 따라 한국 내 젊은 청년들이 북한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해병도 입대 경쟁률도 높아지고 최근 끝난 북한청치범수용소전시회에 관람객 2만여명이 몰려 들었고 그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에 강력한 대북제재에 찬성하고 있는 젊은이가 60퍼센트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대남도발의 반작용의 하나로 북한이 중시하는 남한 내 북한 지지세력의 확산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특히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한국 내 여론이 반대쪽으로 가게 될 것 아닙니까? 그런 부정적 결과을 생각하지 못한 겁니까?

란코프: 그런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남한 젊은이들이 북조선 정권을 과거보다 훨씬 더 싫어하게 됐습니다. 제가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남한 대학교 교수로서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남한의 30, 40세대와 그리고 중년층 들은 안정을 선호합니다. 도발은 바로 이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발로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수 있고 긴장이 고조될 수 있습니다. 안정을 바라는 이런 연령 계층은 경제 불안정과 긴장고조 보다는 그냥 북한에 지원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바로 이점을 노리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남쪽이 압력에 굴복하고 긴장에 대한 공포와 우려 때문에 북한이 기대하는 양보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 북한 식량문제에 대해 알아보죠. 최근 북한지도부가 해외공관에 지시를 내려 최대한 식량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천영우 한국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다"며 "특히 연평도 도발 이후 지난 석 달 동안 북한의 쌀값이 두 배 정도 오르고, 환율도 두 배 오를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의 군량미 비축 등 다른 목적이 있다며 '강성대국 원년'을 천명한 2012년을 앞두고 과시용 행사와 주민들에게 줄 선심성 선물 등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란코프: 저는 후자의 의견과 동일합니다. 쌀을 비롯한 곡식 값이 많이 비싸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처럼 굶어죽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북조선에 기근이 발생한다면 중국이 식량을 지원할 것은 확실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제가 볼 때 현 시점에서 북한이 외부의 식량 지원을 확보하려는 조치는 2012년을 위한 준비라고 봅니다. 특히 김정은 ‘샛별대장’이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배급 잘 주고 그들이 100프로 잘 먹도록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물론 군량미 비축 의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년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 지난해 12월 폭로전문 인터넷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르면 중국 고위관료들은 “북한은 한반도 미군과 중공군 사이의 완충국가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잃었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수용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이 북한의 가치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보십니까?

란코프: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키리크스 자료가 새로운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중국 학자와 외교관들을 자주 만나 그같은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 됐습니다. 현재 북조선이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있긴 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현 단계에서 한반도의 분단유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단유지와 통일을 막기 위해 어느정도 북한을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때만 북한을 지원할 겁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북한의 기근을 막고 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데 들어가야 하는 중국의 지원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중국만큼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는 없습니다. 50만톤 80만톤의 대북식량 지원은 중국으로서는 별 부담이 안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진짜 위기가 발생해 북한체제가 흔들릴 경우에는 이 정도의 지원으로는 안됩니다. 중국으로서도 부담이되는 큰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란 말이죠.

: 만일 북한이 위기에 처해 2백만, 3백만톤의 식량을 보내야 하거나 중국 군을 투입시켜야 하거나 외교 정치적 문제가 커져 부담을 많아 진다면 중국은 손을 뗄 것이란 얘깁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럴 경우 중국은 지원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현재 그마나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큰 부담없이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북조선의 남조선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중국입장에서는 나쁠 것도 없지만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 큰 돈 안들이고 싼 값에 한반도 분단의 현상유지가 가능하니까 지원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담이 많아지게 되면 다시말해 북한정권이 치명적 위기에 처해 진짜 무너지게 된다면 중국은 북한을 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러면 위키리크스 전문처럼 종국적으로 북한의 가치가 중국에는 그만큼 크지 않아서 결정적 순간에는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네요.

란코프: 맞습니다. 가치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닙니다. 남북통일을 바람직 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중국에 북한은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 계속해서 중국 관련 문제인데요,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 결의 1695호, 1718호, 그리고 2009년 또 하나의 핵실험에 따른 결의 1874호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 강화될 경우 북한이 결국 기댈 데는 중국밖에 없고 그에따라 북한의 중국에 대한 종속 현상이 심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란코프: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대중 종속을 아주 싫어합니다. 김정일 정권은 중국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이 없습니다. 왜냐면 중국은 김정일 정권과 김 씨 일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중국의 유명대학 교수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중국이 자본주의냐 혹은 사회주의냐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은 정확하게 분명하게 봉건주의다” 라고요. 중국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한 지배계층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하지 않도록,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중국의 학자가 북한을 봉건주의라고 지칭할 만큼 중국은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서도 부정적일 것 같은데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 김정은에 대한 후계작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근래 모든 북한관련 매체에서 보도되는 바에 따르면 김정은이 이제 실질적인 2인자로 공식화 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세습과정이나 1인자 등극 후 통치에 문제가 없겠습니까?

란코프: 없을 겁니다. 중국은 비록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긴 하지만 국제정치에는 냉정합니다. 중국 만큼 냉정하게 국제 정세에 대처하는 나라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중국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북한 정권을 봉건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해도 중국의 동북지역을 안전하게 막아주는 완충세력으로 간주해 북한의 세습을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좋고 나쁘고 반동세력이냐 진보세력이냐를 떠나국익에 따라 북을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외교라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이렇게 냉정한 것입니다.

: 중국 얘기를 좀 더 해 보죠. 중국의 환구시보가 18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북한이 최근 제2 미사일 발사기지 공사를 끝냈다면서 ‘미사일기지 완공소식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고 보도했습니다. 그럼 중국은 이에 대해 우려합니까?

란코프: 어느정도는 우려합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개발보다는 남북 분단 유지가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이 두나라에는 통일한국이 북핵보다 더 나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남북 분단 상태의 유지를 위해 이들의 북한의 핵개발 방치는 불가피한 양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럼 북한의 농축우라늄개발도 마찬가지입니까?

란코프: 러시아는 중국보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우려가 있긴 하지만 북한에 압력을 많이 가하겠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우라늄 개발에 대해 비판은 하겠지만 동시에 대북지원은 일정 규모 계속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규모가 값비싼 부담이 아닌 한에서 말입니다.

: 북한으로서는 세 차례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아 점점 더 경제적으로 힘들게 되고 있는데 도 불구 지난 11월 둘째 주, 우라늄농축 시설을 미국 과학자에게 보여줬고 또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그달 말30일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현대적 우라늄 농축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풀리지 않고 더욱 강화될 게 뻔한데 왜 우라늄 개발사실을 공개했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그 때문에 국제제재가 더 강화될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우라늄 시설 공개는 일종의 협박으로 기본적으로 미국의 관심을 끌고 미국과 남한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북한은 그런 방법으로 미국 내 대북 전략가들이나 정치인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지원해 주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 그런 북한의 생각이 미국에 먹히겠습니까? 이성적 판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란코프: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뜻대로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미국 내 분위기를 보면 대북지원을 하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2-4년 후에는 그런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국가의 특성은 정치적인 분위기나 정부의 입장이 자주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만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남한과 미국의 지원을 바라는 것이라면 한국과 미국의 시각에서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대북 지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란코프: 물론 미국과 한국은 앞으로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중국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나 북한이 미사일, 핵 개발을 하지 않도록 대북지원을 다시 제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서울이나 워싱턴에서 그렇게 하자는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희망대로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세습에 대해 한 가지 더 묻고 싶습니다. 작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개인적으로 3대 권력 세습에 반대한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란코프 교수님께서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위정자들에게 개혁을 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하는 전략이며,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은 재앙을 기다리는 정책이다 “라고 쓰셨는데 무슨 뜻입니까?

란코프: 중국이 개혁 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에는 남중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만일 중국식의 개혁을 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은 남조선 주민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게 될 겁니다. 물론 지금도 남한 사람들이 자기들 보다 잘 사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만큼 잘 사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잘 사는 나라의 기준은 쌀밥을 매일 먹는 것입니다. 쌀밥 못 먹는 사람들이 못 사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사람들이 못 사는 사람입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기준이 남북 간 이처럼 차이가 납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장 통일을 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한과 통일하면 하루 아침에 북쪽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물론 환상에 불과합니다. 통일이 되어도 남쪽이 북쪽보다 수십년 간 더 잘 살고 있을 것입니다.

: 통일 독일의 동서독 처럼 말입니까?

란코프: 독일 경우보다 더 심할 겁니다. 사실상 김일성과 김정일은 북한경제를 완전히 무너뜨린 사람들입니다. 이런 경제적인 재앙을 극복하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20-30년은 걸릴 것입니다. 결국 북한이 개혁을 하면 중국처럼 급속 성장을 하기보다는 하루 아침에 정권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에게 개혁은 죽음을 초래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세월이 갈수록 통제력이 약해질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가 돼 버렸습니다. 장마당을 알고 자란 북조선 사람은 주체사상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외부상황은 잘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몰라야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10년이고 20년이 가면 통치력은 점점 더 약화 될 것입니다. 결국 체제가 붕괴될 것입니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 비상구가 없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 의미있는 대북전은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요.

란코프: 북한사회에서 평화가 정착하도록 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이중 제일 중요한 방법은 북한에 외부 소식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남조선을 비롯해 외국 국가의 생활을 북주민에게 알려줘야합니다. 대북방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방송 말고도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대북 확성기는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왜냐면 비무장지대 인근의 북한 군인들보다는 일반 주민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소식을 알려주고 그들이 새로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 이집트 튀니지 그밖의 주변 아랍국가에서 장기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무너진 나라들이나 앞으로 무너질 수 있는 아랍권 국가들의 경제정책 실패,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 또 일부 국가에서의 권력세습 등이 닮은 꼴인 북한의 장기 독재체제 김정일 정권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란코프: 그렇지 않습니다. 독재도 독재 나름입니다. 아랍권 국가들은 북한에 비교하면 독재도 아닙니다. 거기의 집권자들은 언론을 통제해도 사람들이 정치적인 얘기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고 기회가 오자 정권에 도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터넷, 이동통신, 신문도 있습니다. 신문만 해도 예를 들어 튀니지의 신문은 북한의 노동신문과 다릅니다. 주석 만세만을 외치는 그런 신문이 아닙니다. 중동국가 정권들이 중국과 비슷한 부드러운 독재라고 한다면 북한은 엄격하고 초강경한 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만큼 국민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탄압하는 정권은 없습니다. 현단계에서는 북한에서 민주화 혁명은 불가능합니다.

: 김일성대학에서도 수학하셨는데 만일 란코프 교수께서 김정일 지도부에 자문 역할이 주어진다고 가정하면 북한의 어려움을 타개위해 어떤 식으로 자문하겠습니까?

란코프: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 지도부의 최우선 목적이 현 체제를 지탱하겠다는 현상유지라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하면서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겠죠. 주민들의 굶주림에는 관심을 쏟지 않고 반대 세력을 죽이고 외부 소식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탄압을 계속할 겁니다. 국민을 굶어죽지 않고 잘 살게 하려면 중국식 개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식으로 개혁을 할 경우 민중운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북한 국민을 위해서는 개혁을 시작하라고 자문하고 싶습니다. 물론 일단 개혁이 시작되면 지도부는 외국에 비자금을 숨기고 마카오나 동남아 국가 같은 곳에 망명할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한국과 국제사회와는 은밀하게 반인륜범죄에 대한 사면을 받기 위해 물밑작업을 해야 할 겁니다. 비록 북한 지도부가 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 체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만간 무너질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최후의 위기를 연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체제 붕괴까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클 것입니다. 바로 북한 주민들의 희생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북한 주민을 죽이는 정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를 만나 북한의 대내외 정치와 권력세습, 그리고 최근 중동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독재 민주화 시민혁명이 북한체제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하고 싶은 말 (0)
  • 인쇄
  • 공유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