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양호승 회장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4.04.21
yang_hoseung_305 양호승 회장
사진-한국월드비전 제공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올 초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기반구축 정책을 발표하고 이어서 지난달에는 독일을 방문해 대북지원을 포함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하자 민간단체들은 5.24조치로 동결된 대북지원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대북지원 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민간단체협의회’는 한국정부가 허용하는 대북지원 범위가 너무 제한돼 있어 본격적인 대북지원사업을 다시 펴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태라며 정부에 전면적인 대북지원활동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올 1월 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약칭, 북민협의 6대회장으로 선출된 양호승 회장을 모시고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봅니다.  양 회장은 지난 20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오고 있는 한국 월드비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수일: 저희 청취자들은 월드비전이라면 익숙해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북민협에 가입된 단체가 60개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이 회원 단체들이 경제활동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순수한 인도적 지원만 하는 단체들입니까?

양호승 회장: 네. 현재 52개 단체가 있는데요, 저희 월드비전처럼 엔지오- 즉 비정부기구로 순수 인도적 지원을 하는 단체들입니다. 정치적 상황과는 분리해 인도적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 지금 남북 교류가 5.24조치로 벌써 4년째 중단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사이에 북민협 회원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혹시 그런 중에도 지원한 단체가 있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그 간에 꾸준히 지원된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필수 의약품, 영유아를 위한 물자가 간간이 지원돼 왔습니다. 예를 들면 항생제 소염제 장애인보조기구 영유아용 전지분유 영양빵 이유식 등입니다. 어려운 가운데도 2011년에는 민간 회원단체들이 연대해 밀가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허나 지금은 밀가루 지원은 불가능 품목으로 지정됐습니다. 개발지원 사업에 필요한 농업물자나 병원기자재 의약품 어린이 시설자재등 대다수의 반출 신청은 보류되 있습니다.

전: 제가 알기로 한국월드비전은 국제 월드비전을 통해 대북지원을 해왔다고 하던데요.

양: 그렇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1994년부터 대북사업을 해왔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1998년부터는 농업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우리 한국월드비전의 여건이 어려울 땐 국제월드비전을 통해 농업개발사업장의 물자를 계속 전단하고 모니터링을 위해 저희 국제본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북해 왔습니다. 북한의 농업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제 프로그램도 국제본부를 통해 진행해 왔습니다.

전: 그 농업개발사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양: 생선을 잡아 주는 것 보다는 생선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북한에 농업기술을 전수해 주고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건 북한에 씨감자 사업인데요,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옥수수와 감자가 주식인 북한에 바이러스가 없는 씨감자를 북한 전국 5개 사업장을 만들어 거기에 지난 10여년 공급을 해왔습니다.

전: 한국정부가 올 들어 2, 3개월동안에 대북지원 신청을 승인한 게 미국돈으로 2백만달러정도-19억 3천만원이라던데요 그게 어떤 지원이었길래 승인했는지 궁금합니다.

양: 그 승인은 품목과 분야가 굉장히 한정돼 있습니다. 5.24 조치와 관련된 것이죠. 물론 이전에 전혀 승인이 없었던 것 보다는 낫지만 효과적인 지원의 측면으로 볼 때는 아직 아쉬움이 많습니다.

전: 주로 어떤 품목과 어떤 서비스 였습니까?

양: 영양빵 재료, 분유 등 식품과 내복, 결핵약, 감기약, 해열제 등 기초의약품 정도입니다.

전: 그렇군요. 아무래도 기초의약품은 주민 건강에 관련 된 것일 테니까요.

양: 네. 특히 아동들을 위해 지원한 겁니다. 애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아 그걸 개선하고 또 질병에서 자유로워 지도록 그런 품목을 집중 지원했습니다.

전: 최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대북 비료지원은 아직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타이밍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그런 말하면서 대북지원은 국민의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근데 북한에서는 2월부터 한 달 간 90발 가까이 단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한국정부는 그걸 도발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순수한 대북지원, 아까 언급된 기초의약품이라든가 식량 등을 지원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건 아니겠습니까?

양: 맞습니다. 특히 박대통령께서 통일이 대박이란 말씀을 해서 모든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내셨고 또 통일을 위해서는 상호간 신뢰가 필요하다는 말씀도 했습니다. 신뢰의 중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변화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남북간 신뢰을 쌓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또 통일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민간단체인 북민협도 정부와 협력해 이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전: 인도적 사업이라면 거반 남한에서 북쪽으로 가는 것인데요, 북쪽에서 비록 물질적인 것은 남한에 못 주더라도 남한에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남북 간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들의 상봉에 협조하는 것도 북쪽이 남쪽에 줄 수 있는 좋은 인도적 사업일 것 같은데요. 북민협에서는 이런 이산가족상봉 같은 인도적 사업이 보다 원활하게 되도록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양: 네. 북민협도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확대되는 데에 아주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은 정부 중심의 인도적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월드비전이나 북민협은 우리들이 하는 사업과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남북 간 상호 협력관계를 개선하는 노력들이 민-관 양측면에서 함께 될 때 시너지(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런 분위기 속에 이산상봉과 대북지원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전: 양 회장님은 대북지원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인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만, 이 말씀이 북한과 남한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양: 독일의 통일을 살펴보면, 통독은 동독 주민이 원했고 그걸 서독 주민이 동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북한 동포가 남북통일을 간절히 원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가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란 말씀에 적극 동의하지만 그 대박이 어느 한 쪽에만 나타날 경우 우리의 미래 세대는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남과 북 모두가 동의하고 또 대박인 통일을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지원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지원은 비용이 아닌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투자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 양 회장님은 민간 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일단 안보상황, 정치적 상황에 상관 없이, 북민협의 회원단체들이 요청하는 모든 대북지원을 허용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양: 그렇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민간단체가 할 역할이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부가 주도하고 북한 주민의 식량, 영양상태 보건상태 건강상태 개선 역할은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상의해야 하고 민-관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마지막으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북한 당국에 요청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양: 저희들이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해주고 우리가 지원하는 과정에서 북한 방문이나 북한 내 모니터링을 바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시행해 주면 좋겠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한국 내 대북지원 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민간단체협의회’의 양호승 회장을 모시고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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