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미국 최고의 권위있는 언론.예술상 퓰리처 상 (Pulitzer Prizes)의 이사회는 2013년 소설부문 수상작으로 애덤 존슨씨의 The Orphan Master's Son, (고아원 원장의 아들)을 선정했습니다.
퓰리처 상 96년 역사상 북한문제를 다룬 소설이 수상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이 소설은 많은 문학비평가들로부터 북한 김씨 일가의 혹독한 전체주의 통치아래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인간애를 지키려는 보통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을 탁월한 환상적 현실주의 기법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30일 뉴욕에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저자 애덤 존슨 씨는 현재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수일: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이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의 줄거리를 먼저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애덤 존슨(Adam Johnson): I didn't set out to write a book about North Korea necessarily. I just became fascinated with the Korean peninsula.
원래 저는 북한에 대한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한반도에 대해 매료 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세상을 많이 알고 박식하고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상 한국이나 한국인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많이 읽게 되었는데요 읽을수록 더 빠지게 됐고 특히 북한 상황에 대해서는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북한에 관한 서적을 읽으면서 느낀 게 북한주민의 일상적인 얘기에 대한 것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정치 경제 군사 핵문제 등에 관한 서적은 많은데 어부 군인 배우 등 보통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다는 것도 모두 탈북자들에 관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묘사하고 싶었던 것이 예를 들면 생선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첩보장교 같은 사람 등 북한 사회 모든 분야의 인물들이었습니다.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사회 차원에서 그들의 삶이 훨씬 더 궁금했고 제게는 흥미 있는 관심사였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북한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최대한 제 소설로 독자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소설에 북한 군인이 등장하는데요, 보통 사람이면서 고아출신입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 전에 만난 사람이 북한 실향민인데다가 마침 고아출신이었습니다. 이분의 과거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제 책에 나오는 주인공도 고아로 설정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아무도 뒤를 봐주지 않는 그런 천애의 고아로 말입니다. 제 소설에 등장하는 이 주인공은 일본인 납치와 대남 땅굴 공작에 관여하고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어선을 이용해 위조달러, 무기, 마약을 수송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 설정이 비록 현실과는 동 떨어 질 수 있겠지만 일본인 납치, 땅굴, 위폐, 마약 밀매 등 그가 소설에서 겪는 일들은 실제 일어났던 사실입니다. 주인공은 결국 이런 여러 사건을 거친 뒤에 평양으로 들어가 지도층과 어울리게 되고 그 뒤에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북한의 밑바닥층에서 최고 권부까지 올라가는 인생을 경험하게 됩니다.
전: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많이 수집하시고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다고 들었습니다. 2004년부터 책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존슨: I just started reading books, you know, I read David Hawk's 'The Hidden Gulag, Bradley K Martin's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rtherly leader…
북한에 관한 책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북한에 관한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 (David Hawk)씨의 '숨겨진 수용소' (The Hidden Gulag), 브래들리 케이 마틴 (Bradley K Martin)씨가 쓴 '자애로운 어버이수령의 보살핌: 북한과 김씨 왕조'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그리고 브루스 커밍스 (Bruce Cumings)씨의 저서들과 로스엔젤레스타임스의 바바라 데믹 (Barbara Demick)기자의 책과 기사들도 읽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교수의 글들도 읽었습니다. 북한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제 호기심은 더 커졌습니다. 체제의 지령에 따라 살아야 하는 북한사회에서 개인이 정체성을 갖고 스스로의 동기부여에 따라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겠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인데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아버지로서의, 연인으로서의, 또 직장동료로서의 심리적 상황은 어떤 것일까를 서방세계인으로서 한 번 소설 이야기로 탐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And when I was starting to write the book, I just kept thinking this thought almost every day: What if I had been born there? I am a writer. Would I be allowed to write? Would I have to write propaganda? Or would I never know that it’s even possible to write? What would the life be for my children if I was born in Pyongyang or Hamhung or before the famine or after?
이 책을 집필하면서 매일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만일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떠했을까? 나는 작가이니까 글쓰기를 했을 텐데 글쓰기가 허용됐을까? 만일 쓰는 게 허용됐다면 선전선동하는 글만 써야 했을까? 아니면 쓰는 것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 조차 모르는 상황은 아니었을까?
내가 만일 평양이나 함흥에 태어났더라면 내 아이들은 (자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고난의 행군 이전과 이후의 삶은 어떻게 달랐을까?
그리고 나는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해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해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시골 농부의 삶을 영위할까? 지금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라, 미국에 살고 있지만 만일 북한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면 내 인생은 어떠했을까? 그런걸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전: 그러니까 실제 집필을 하기 전부터 북한 상황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군요.
존슨: 그렇습니다.
전: 2012년 1월에 책이 출판됐죠?
존슨: 그렇습니다. 책을 완성하는데 5년반에서 6년정도 걸렸습니다.
전: 책 쓰시기 전에 탈북자를 만나신 적이 있나요?
존슨: In 2004 it was hard to find the stories of North Korean defectors. There were people who were out collecting the stories. They were aid workers, humanitarians, Christian organizations, you know, in Southern China across the Yalu and Tumen river…
2004년 제가 책을 집필할 즈음에는 탈북자들에 관한 글을 찾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경험담을 수집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북 구호단체 직원들, 인도적 지원 활동가들, 또 기독교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 활동무대는 주로 두만강 압록강 국경 가까운 중국 동북삼성지역과 한국의 탈북자 정착기관인 하나원 등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탈북자들의 얘기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2006년, 2007년, 해가 갈수록 한국의 데일리 엔케이나 미국의 링크 등 탈북자 지원단체나 북한전문 매체의 인터넷 웹사이트가 여러개 생기면서 탈북자들의 수기와 경험담이 많이 실렸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제가 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직접 동북삼성지역이나 하나원을 방문하진 못했습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대학 교수로 학생들 가르치면서 돌봐야 할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 방문이 여의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금 언급한 많은 분들의 헌신적 활동과 그분들이 수집한 자료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제가 소설을 쓰는데 필요한 것들이었죠.
전: 소설을 쓰시는 과정에 혹시 탈북자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까?
Johnson: No. It’s interesting because once I started writing this book, my goal was to get to North Korea to see the places for myself. And I knew that the tour would be very managed…
존슨: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북한을 한 번이라도 꼭 방문해서 현장을 구경해야겠다는 목표는 잡았습니다. 물론 관광객으로 북한을 방문하면 모든 게 당국의 감시아래 통제된 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사회의 진정한 면모를 볼 수 없으리란 건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저는 적어도 내가 쓰는 책 안에 나오는 북한사회의 사물은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이를테면 북한에서 여름에는 어떤 나무가 꽃을 피우고 건물들은 무슨 색갈이고 주민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등에 대한 묘사 말입니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남한에서는 북한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역사에 관심은 많았지만 한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들어갈 계획을 잡게 된 것입니다. 또 책을 집필하는 데 필요한 제 시간과 자금이 빡빡하기도 했고요. 제 책이 나오기 전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에 가서 하나원을 방문해 탈북자들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전: 2007년에 북한을 방문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동안이나 머무르셨습니까?
존슨: When you set up a trip, they will tell you when to come, when you will go, and where you will stay, what to eat. I believe I was there 6 days…
아리랑축전 관광객으로 갔었습니다. 여행 일정은 모두 북한당국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하는 것이죠. 언제 들어가서 언제 출국하고 어디에 머물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하는 것 조차 모두 당국의 일정에 달린 것이었죠. 6일정도 체류했던 것 같습니다.
전: 북한 방문이 책을 쓰시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존슨: Well, everything, I would say. It was a very fascinating place…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신기한 나라였습니다.
우선 중국 베이징에서 낡은 러시아제 일류션 여객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그랬고 입국해서는 차량으로 개성시와 판문점을 돌아보고 묘향산도 관광했는데요,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또 옥수수 밭에 있는 감시망루도 그랬습니다. 밤에 파수꾼이 그 망루에 올라가 배고픈 농부들이 옥수수 훔쳐가는 것을 감시한다고 했습니다. 또 길을 따라 만들어 놓은 대전차장애물도 봤는데요, 아직도 한국전쟁시의 사고방식에 매여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념비가 무수히 많고 호텔도 대형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양각도 호텔에 묵었었는데 50여층 높이가 되는 고층 건물이었습니다. 아리랑 축전이라서 관광 성수기인데도 6층과 24층에만 관광객이 묵었습니다. 밤에는 그 두 층만 불이 있고 나머지는 완전히 암흑이었습니다. 전시용임을 쉽게 알 수 있었죠. 평양이 도회지 풍의 국제적인 도시라는 걸 과시하려는 게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쓸데 없는 일이죠.
전: 북한 방문에서 목격하신 일들이 결국은 북한 전체주의에 대한 존슨 교수님의 평소 생각을 확인시켜 준 것 같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죤슨: Yes, but there are many things. For one thing, you know the capital is the city of the elites…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습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은 선택된 엘리트들이 거주하는 수도입니다. 그래서 평양시내 주민들의 생활은 다른 지역보다 낫습니다. 물론 전시적인 면도 있지만 노인들이 길 모퉁이에 삼삼오오 모여 한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또 만수대 공원에서 젊은 남녀가 거니는 것과 대동강변에서 친구들이 함께 산보하는 것도 보였습니다. 평범한 풍경이었죠.
하지만 문제는 제가 그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게 얘기 거리가 될 질문을 할 수 없었고 거니는 사람들한테 얘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전: 존슨 교수님한테만 허용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존슨: 그렇긴 합니다.
전: 이 책이 소설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도 수년 동안 수집하셨고요. 뉴욕타임스 신문에 난 서평에 따르면 450여페이지나 되는 긴 소설이지만 굉장한 흥미를 자아내는 책이라면서 재미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만.
존슨: Yes, it is a novel. I was trained as a journalist as a young person, so even though I turned out to be a fictional writer, I love to research and I love to do interviews…
그렇습니다. 소설임에는 틀림 없지요. 하지만 저는 젊은 시절부터 언론인으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은 소설가가 됐지만 원래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걸 좋아합니다. 소설적으로 쓰는 내용이지만 저는 그 모든 걸 사실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What is it like to be in a place where to be your true self, to follow your passions, to pursue your dreams, to try to be your best possible self put you in danger with the State because you must glorify the Dear leader…
제가 이 소설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에 충실했다가는 내가 위험해 지는 그런 사회, 나 자신의 열정을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 최선을 다 하면 내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그런 사회, 오직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만을 찬양해야 하는 그런 사회에 내가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
그리고 당국이 할당한 노동 목표량을 달성해야 하는 사회.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나 일을 할 수가 없는 사회. 우리들이 위대한 것으로 간주하는 '인간 정신'이 전체주의 통제아래 옥죄이는 사회.
다시 말해서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도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핵심적인 의문이었습니다. '거기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의 목표가 체제의 방향에 유익하지 않더라고 실현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는 아마도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문제를 다룬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로 지난달 미국 최고의 권위있는 언론예술상인 2013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저자 애덤 존슨씨와 얘기를 나눠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