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황장엽 전 비서 1주기 맞춰 펴낸 ‘마지막 대화’ 서문 집필 손광주 씨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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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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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2011년 10월 10일 황장엽 전 북조선 노동당비서의 사망 일주기 날 ‘마지막 대화’라는 책이 서울에서 출판됐습니다. 황 전 비서가 자연사하기 전까지 북한문제 전문가들과 북한 민주화 단체 인사들에게 비공개적으로 강의하고 토론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서문을 집필한 손광주 씨는 황장엽 전 비서의 죽음은 한반도 전역에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의 업적은 북조선 문제의 본질을 밝히고 그 해결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씨가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시 그의 비서로 3년 동안 황 씨의 집필과 대외활동을 도왔던 손광주 씨는 그 누구보다 황 전 비서의 북한 민주화 전략과 통일관에 대해 정통한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인 손광주 씨는 현재 경기개발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며 북한전문 인터넷 언론 ‘데일리 엔케이’ 산하 통일전략연구소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바로 전에 워싱턴을 방문한 손광주 씨를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황장엽 전 비서의 ‘마지막 대화’라는 책이 6장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초반부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핵을 만들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남한을 협박하는데 왜 이런 김정일국방위원장이라고 하는 민족 반역자를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도와야 하느냐?”고 했고 또 햇볕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손광주: 이 책을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황장엽 선생의 북한문제 해결 방법 중에서 북한문제란 무엇인가를 밝혔고 또한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밝혔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밝혔으니 사실상 북한 문제의 핵심을 다 밝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방안을 중점적으로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은 북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김정일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북한 문제의 핵심은 수령절대주의 체제, 수령절대주의 사상이기 때문에 이 사상을 제거하고 이 체제를 변혁시키는 게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고 핵을 포기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제 이의 해결 방안의 첫째는 수령절대주의를 제거하고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중국의 경우 모택동에서 등소평체제로 갔고, 구소련은 스탈린체제에서 고르바쵸프 체제로 변화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의 전체주의 사상을 바꾸는 게 북한문제 해결의 첫 과업임을 분명히 제시하셨습니다. 북한문제의 4가지 큰 이슈는 핵문제 개혁개방문제 인권문제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통일문제인데 그 해법은 수령절대주의 사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황장엽 선생이 제시한 방안은 이렇듯 선명합니다.

전: 수령절대주의를 타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황장엽 씨는 어떤 생각이었습니까?

손광주: 미국 중국 한국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1990년대 초에 제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고 1994년에 제네바 Agreed Framework합의가 체결됐습니다. 그러나 94년 이후 17년이 지남 현재까지 북핵문제는 해결이 안됐습니다. 더욱이 2천6년 10월에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고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 북한 핵문제는 더욱 더 커졌습니다. 이것은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핵문제에만 집중해선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 체제를 전환하고 수령절대주의를 제거하는 것을 중심으로 세워야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실마리가 잡힌다는 말입니다.

전: 황 선생께서 그 접근방법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로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손광주: 아까 언급한 북한의 4대 이슈를 해결하는 중에서도 핵심은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민주화 전략이 바로 황장엽 전 비서의 중요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전: 북한을 민주화하기 위한 전략의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손광주: 그럼 북한의 민주화의 주체세력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가 대두됩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조선 인민들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김정일 스스로는 수령절대주의를 지켜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수령절대주의 사상을 주입시켜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 스스로가 개혁개방 정권으로 바뀌기는 불가능합니다. 김정은이 3대세습을 완전히 받는다고 해도 수령절대주의 사상을 못 바꿉니다. 김정은 정권이 유지되는 골간은 김씨 패밀리 김일성 일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김일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김일성을 부정해야 김일성 수령절대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김정은은 자기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고 김정일은 김일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자기 집안을 뿌리를 스스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김씨 패밀리가 바뀌지 않는 한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는 게 황 선생의 생각이었습니다.

전: 그렇다면 어떻게 힘이 없는 북조선 주민들이 개혁개방과 변화를 이끌어 나갈수 있겠습니까?

손광주: 현재는 2천4백만 북한 주민들이 체제를 바꾸기 위해 들고 일어날 역량이 아직은 충분치 않습니다. 아주 미미합니다. 리비아의 주민들보다 훨씬 더 미미합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이냐?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첫째 북한에 정보자유화가 선행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방안은 세가지인데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네트워킹이 되어 일어나야 합니다. 우선 바깥 정보를 북한 주민에게 충분히 알려줘야합니다. 대외 방송, 삐라, 책, 유에스비, 씨디, 디비디 그리고 무엇보다도 휴대폰으로 소통이 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로써 바깥 정보가 북한 내부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 째 조건은 북한 내부 정보가 바깥으로 계속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북의 진실과 허위를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세번 째는 북한 내부 주민들 사이의 상호 정보가 소통되어야합니다. 북한에서 60년 동안 정보유통구조는 조선중앙방송 하나의 정보매체뿐이었습니다. 이걸 다양화 해야합니다. 평양주민이 회령주민과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회령 열차사고를 평양주민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회령의 장마당의 쌀 1킬로 값이나 경찰서장이 피살된 소식을 평양주민과 사리원 주민이 알아야 합니다. 60년간 북한주민은 다른 지방의 소식을 전혀 모릅니다. 오로지 평양에서 중계되는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 듣는 것만 압니다. 조선중앙방송에서 다루지 않으면 열차사고이든 주민이 굶어 죽는 사실이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전: 주민들 간 소통이 안되는 상태에서 어떻게 회령 주민이 평양 주민에게 소식을 알릴 수 있겠습니까?

손광주: 바로 그 점에서 대북방송이 중요합니다. 대북방송을 통해 회령에서 일어난 일을 평양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죠. 이처럼 첫째로 중요한 것이 정보의 자유이고 이 자유에는 세 가지 영역이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두번 째는 북한 내부의 시장화입니다.

전: 시장화라는 것은 장마당을 가리키는 것이겠죠?

손광주: 북한에는 공식화된 시장이 있습니다. 평양의 통일시장이나 청진의 수남시장 등입니다. 그것들은2001년 7.1조치로 당국이 세운 시장입니다. 둘째로 장마당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물물교환의 장터였습니다. 이제는 물물교환 대신에 화폐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마당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북한 주민의 70퍼센트가 시장과 장마당 통해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 장마당의 증가는 북한 사회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60년 간 북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수령-당-대중의 수직적인 독재 체계입니다. 수령은 지시와 명령을 하달하고, 당은 그것을 주민에게 연결하고 주민은 오로지 수령의 지시와 교시에 복종을 하는 체계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수평체계를 지향합니다. 개별 인민들 사이가 이 장마당을 통해 연결되는 것입니다.

전: 먹고 살기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이 장마당이 퍼지고 있겠지요?

손: 그렇습니다. 과거에 먹고사는 방식에서도 국가가 배급을 합니다. 이것은 수령-당-대중의 체계와 성격이 똑같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주민이 돈을 내고 물건을 사고 파는 것입니다. 생존 자체를 배급이 아닌 주민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것이죠. 이건 수령-당-대중 체제에 따른 주민들의 피동적인 삶을 시장을 매개로 능동적 주체적인 삶으로 바꿔주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시장의 기능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에 대해서도 황장엽 전 비서는 여러 얘기를 했었는데요 특히 이번 책에서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정권의 반인민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주민에 대한 식량 원조는 해줘야 한다. 식량원조를 해 줄 경우 그건 단순히 먹는 것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통일을 위한 추동적인 의미도 있다고 하던데요.

손광주: 황장엽 선생이 말씀하신 식량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먹고 사는 육체적 식량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 북한 문제가 무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 주민들에게 깨닫게 해주는 정신적 식량입니다. 정신적 식량은 북한의 수령절대주의사상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식량입니다. 대북방송이나 바깥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나 김정일 정권의 문제를 알려주는 것도 정신적 식량입니다.

전: 그러니까 돌아가는 사정에 대한 의식을 갖도록 돕는 것이네요.

손광주: 그렇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육체적 식량은 쌀이나 곡물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황장엽 선생은 북한 주민에게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식량이라면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쌀보다는 옥수수를 빻은 것을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군이나 당 간부가 가져갈 수 없도록. 쌀은 6개월 이상 저장이 가능하지만 옥수수가루 같은 것은 저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돌아 가는 게 더 쉽겠죠.

전: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은 남에게는 독하지만 자신에게는 독하지 못한 독재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을 감행할 용기는 없는 위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손: 그렇습니다. 통상 독재자라면 카다피나 후세인을 예로 드는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인민에게는 가혹해도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 리비아의 카다피도 죽은 다음에 발표된 것을 보면 엄청난 궁전을 갖고 있었다죠.

손광주: 대부분의 독재자가 그러합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 주민에게 잘 해주는 독재자가 있습니다. 그건 독재자가 아니라 권위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박정희 대통령의 정부는 권위주의 정부입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이광요 정부도 마찬가지로 권위주의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의 경우는 완전히 독재체제입니다. 자기 자신한테는 얼마나 엄격하지 못했는가의 예를 들면 김정일이 건강검진을 한 뒤에 독일 의사가 체중을 줄이라고 권유했습니다. 몸무게를 빼려고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담배도 끊으라고 했는데 잠시 끊었다가 다시 피웠습니다. 의지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민에게는 아주 가혹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이 전쟁을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죠. 김정일은 내부적으로는 외유내강해야 하는데 외강내유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쟁할 위인도 못된다는 말씀이었죠.

전: 그런데 황장엽 씨는 김정일이 전쟁을 안한다고 해서 평화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한미동맹과 한국군을 강화하고, 전국민이 단결할 때에만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손광주: 그것이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김정일이 전쟁할 위인이 못된다는 건 김정일의 성격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6.25 이후 한 번도 한국을 침략하지 못하는 건 한미군사동맹 때문입니다. 만약에 군사동맹이 폐기돼 한국이 단독으로 안보를 지켜야할 상황이 되어 김정일이 남침전쟁을 할 경우 중국은 미국이 있는 한미동맹 조건에서는 남침전쟁을 절대로 지지하거나 묵인하지 않겠지만 미군이 한국에 없을 경우에는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묵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지나 찬성은 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묵인할 가능성은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미군사동맹 아래에서는 김정일이 전면전을 일으키려 한다면 중국은 강력히 반대할 것이고 그럼에도 김정일이 전쟁을 하겠다면 그걸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황장엽 선생도 그런 말씀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김정일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한 때문입니다.

전: 이제 황 전 비서의 1주기가 지났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남한 탈북자 사회의 주춧돌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분의 타계로 대북정책이나 탈북자들의 정착문제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강화하는 구상이 공백을 맞지 않겠습니까?

손광주: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께서 작고하심으로 해서 북한민주화운동의 구심체와 큰 동력이 사라진 건 사실입니다. 탈북자사회에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민주화의 큰 별을 잃어 버린 것이죠. 당분간 황장엽 전 비서를 대신할 만한 사람이 나타나긴 어럽습니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의 큰 흐름, 북한 체제의 변화 추세가 결국은 북한 민주화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역사의 진행방향에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황 위원장이 안계셔도 뭉치고 제대로된 북한민주화 전략을 구사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으로 믿습니다.

전: 손 대표께서는 ‘김정일 리포트’라는 김정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의 책자를 2003년에 내셨습니다. 6년여 간의 자료를 수집하고 탈북자들과의 회견을 통해 만든 리포트로 알고 있습니다. 손 대표께서는 과거 여러 북한인권문제 토론회에 참석해서 후계구도가 모호한 상황에서 통치권이 불안해 질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 게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겠나?

손: 현재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배급제로 환원되지 않고 시장경제화와 시장자유화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는 자유로, 자기 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으로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황장엽 선생도 무엇보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선결되어야 남북 간 통일과 이질성의 해소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처럼 저도 선-북한개혁개방, 후-남북통일과정 이야말로 순차적이고 연착할 수 있는 좋은 통일 방안이 될 것라고 생각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씨가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시 그의 비서로 3년 동안 황 씨의 집필과 대외활동을 도왔던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황 전 비서의 북한민주화 전략에 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