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위해 뛴다-62] 대북 식량 지원과 인도적 지원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1.02.08
rice_shipping_gunsan-305.jpg 2007년 6월 군산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보낼 쌀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인 적절한 식량에 대한 접근권이 없는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냐가 뜨겁게 논의된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Amb. Robert King) My question there is...

(더빙) 미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와 별개입니다. 인도적 지원의 필요(need)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정부가 들여다 볼 약간의 필요(some needs)가 명백히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필요에 바탕을 두고 지원 여부를 고려해야하며, 인도적 지원이 올바른 장소에 전달되는 일을 확실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럴 경우,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북한이 시장경제로 나아가도록 하는지의 여부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워싱턴에서 "전환의 목격: 탈북자를 통한 북한 통찰"이란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킹 특사의 질문은 토론회가 열린 날 미국 국무부가 정례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2시간도 채 안된 시점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약간의 필요가 명백히 있다'고 말한 것이어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킹 특사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은 토론회의 주제 발표에서 놀랜드 부소장이 북한의 시장은 단순히 주민들이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자유지대라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도 맡고 있는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하며, 특히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의 식량기근과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관한 일련의 논문과 저술로 북한의 경제와 인권 문제를 아우르는 몇 안 되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 중의 한명입니다. 특히 북한에 지원한 식량의 분배 문제에 관한 연구는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정책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킹 특사의 질문에 대한 놀랜드 부소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마커스 놀랜드) Historically there has been an argument that providing aid can actually undercut markets by reducing food prices...

(더빙) 역사적으로 식량을 지원하면 실제로 식량가격을 떨어뜨려서 시장의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경우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북한처럼 식량가격이 높은 나라에서 식량지원은 오히려 시장을 활성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식량을 선적한 배가 일단 북한에 도착해서 이 식량을 확보한 뒤 시장에 팔면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점을 보십시다. 북한 정부가 시장의 확대를 두려워하지만, 북한 권력층은 동시에 시장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군부가 북한에 지원된 단백질 과자(비스킷)를 막사에 가득 쌓아놓고 이걸로 배를 가득 채우진 않거든요. 이것 내다 팔아야 돈이 생긴단 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식량이 북한에 지원되면 식량가격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부패효과로 인해 북한 내 시장 활동은 촉진될 수 있다고 봅니다.

놀랜드 박사는 이어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소한 두 가지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는 쌀이나 옥수수대신 북한 지도층이 별로 내켜하지 않는 보리나 수수를 식량난이 최악인 북동부 지역에 보내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대북 지원 식량은 되도록 남포항을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놀랜드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둘째는 첫째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주로 밀과 옥수수 등 미국 내 잉여농산물을 정부예산으로 구입해 인도적 지원용으로 보내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킹 특사에 이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 주미대사관의 황준국 정무담당공사도 질문에 나섰습니다.

(황준국) My question is that stopping of humanitarian assistance...

(더빙) 제 질문은 이겁니다. 아시다시피 한국 정부가 보내주던 쌀을 포함한 인도적 식량 지원이 중단되자, 북한에서는 불가피하게 암시장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부가 자국민에게 충분한 식량을 배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인도적 지원의 중단은 북한정부가 막으려 했지만, 결국 시장 형성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지메이슨대학교의 잭 골드스타인 교수는 한발 나아가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아예 대북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잭 골드스타인) Might not aid simply be providing crutches to sustain the regime...

(더빙) 식량지원이 단지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버팀목을 제공해주는 것 아닙니까? 현재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대응방안으로 제재할 방법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시점에서 북한에 식량이나 물자를 주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과거 지원이나 물자가 끊기면 오히려 시장이 생기고 시장의 수가 늘어났는데, 바로 이런 현상이 우리가 보기 원하는 것 아닙니까?

이에 대해 놀랜드 박사와 함께 주제 발표자로 나섰던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인도적 지원이 중단됨으로서 시장이 번창된 면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시장 확대 자체가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스티븐 해거드) People can starve in the presence of market for food if they don't have income to buy food...

(더빙) 식량을 구할 시장이 있어도 식량을 살 돈이 없으면 북한 주민은 굶어죽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에서 시장 형성이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시장에 의존하게 된다는 사실만을 보고 지나치게 기뻐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식량 가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일부 시장은 폐쇄됐습니다. 그러면 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없게 됩니다. 조금이나마 있는 돈은 자꾸 오르는 식량 구입에 써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적절한 수입이 없으면 시장이 있어도 제대로 사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게 됩니다. 이건 도덕적, 윤리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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