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방미선: 너무 가슴이 뜨겁고 미국까지 와서 보니 우리를 위해 이렇게 힘써주는 일꾼들이 있다는 것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저는 우리 탈북여성들이 중국에서 너무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을 증언하려고 합니다. 제가 중국에서 잡혀나가 매 맞고 해서 다리도 못쓰고...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 북한인권위원회가 탈북여성 77명의 육성 증언을 토대로 한 인신매매 보고서 ‘팔려가는 삶(Lives for Sale)'을 발간하는 것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한 탈북여성 방미선 씨.
50대의 방 씨는 증언을 하다말고 의자에 올라가 검은색 긴 치마를 걷어 올리고, 왼쪽 허벅지를 드러냈습니다. 그 순간 기자회견장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7년 전 남편이 굶어 죽은 뒤 두 자식에게 밥이라도 배불리 먹여주겠다는 일념으로 탈북을 감행했지만,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고, 수용소에서 당한 고문으로 방 씨의 허벅지는 끔찍한 고문의 흔적으로 가득 찼던 겁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나 이 기자회견으로 인신매매를 통한 강제결혼 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중국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탈북여성들의 삶이 공개돼 국내외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얼마 후 반 페이지나 할애해 북한인권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대서특필하기도 했습니다.
척 다운스: 사실 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북한인권위원회의 이사진의 희생이 컸습니다. 서울에 있는 전문가인 이혜영 씨가 지린성, 헤이룽장성, 산둥성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체류하는 탈북여성들을 만나도록 의뢰했는데요, 이사진 일부가 이 조사 작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개인적으로 마련해 지원해주었습니다.
지난 2001년에 창립된 북한인권위원회 이사진에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다양한 철학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각계각층에서 비교적 골고루 망라돼있습니다. 미국 인권단체인 디펜스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 국제사면위원회의 잭 렌들러 북한 담당관, 국제 유대인 인권기단체인 사이먼 위젠털 센터의 아브라함 쿠퍼 부소장 등 저명한 인권운동가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할머니가 있는 풍경’을 쓴 재미한인 작가인 이혜리 씨, ‘CIA 북한보고서'를 쓴 극동문제 전문가 헬렌-루이즈 헌터 씨가 있습니다. 또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모턴 아브라모위츠 센추리 재단 고문, 존 F. 케네디 도서관 재단의 존 샤덕 대표, 그리고 앤드루 나치오스 전 국제개발처 처장 등 굵직굵직한 이름도 눈에 띕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우려해 만들어진 이 단체가 처음 모여 한 논의 주제는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존재 여부를 놓고 학자들 간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운스: 저희 단체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분명히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를 증명해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습니다. 많은 이사가 회의에서 위성사진을 찍어서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보여주고, 어디가 어딘지 정밀하게 확인 작업을 벌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결실이 바로 2003년에 출간된 '숨겨진 수용소'입니다. 이 보고서는 31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수용소 건물과 숲, 울타리, 도로 등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 사진으로 미국 상업위성이 북한의 감옥과 정치범 수용소 7군데를 찍은 겁니다. 게다가 최초의 서양인 피수용자 알리 라메다 씨를 비롯한 24명의 증언까지 포함됐습니다.
북한 민주화의 최대 장애물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이고, 북한정부가 그 존재를 부인하는 현실 속에서 정치범 수용소와 기타 수용소들을 총체적으로 국제사회에 소개한 이 보고서의 출간은 오늘날 이 분야의 중요한 자료집이 됐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는 이어 인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북한의 식량난 문제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2005년에 출간한 ‘기아와 인권: 북한 기근의 정치학’은 당시 급증하고 있던 인도적 지원의 분배투명성에 대한 북한의 처리가 국제적인 규범에 크게 미달한다고 지적하고, 지원이 전용되는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대북지원에는 전혀 조건이 부과되지 않고 있으며, 당시 세계식량계획 지원규모의 90% 정도를 지원하는 남한이 조건이나 취약계층을 평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이 단지 분배 감시를 위한 의례적인 절차만을 갖고 식량을 지원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운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에 지원되는 지원 식량의 25-30%가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되지 않고 군대나 특권층에게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이 보고서가 나간 뒤 서울을 방문했더니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를 포함해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더군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치범 수용소, 중국 내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식량문제 등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정권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세우고, 북한 지도부의 사치생활을 폭로하는 일에도 관심을 두는 점은 북한인권위원회를 다른 인권 단체들과 구별하는 본질적 차이입니다.
다운스: 저희는 인권을 전통적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국제적 인권 단체들은 김정일 정권의 사치 행태는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합니다만, 저희는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개인별장만 17개입니다. 승용차도 수백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은 굶주리고, 군사비는 엄청나게 씁니다. 그러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습니다. 이게 인권 유린이 아니고 뭡니까?
그래서 북한인권위원회는 현재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대적인 선물 정치를 펴고, 북한이 차량사고, 공장 화재, 홍수 피해 등을 이유로 전 세계 재보험회사로부터 돈을 타내는 실체를 벗기기 위해 밤낮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이 시점에, 북한인권위원회의 향후 결실이 크게 기대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저는 장명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