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54] 최근 타계 솔라즈 전 의원-북 주민 위해 김일성까지 만난 ‘행동하는 삶’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0.12.07
steven_solarz_305 지난달 타계한 스티븐 솔라즈 전 미 연방 하원의원.
AFP PHOTO/Gary Way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북한 인권 활동을 돌아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Stephen Solarz:
The mild expressions of rhetorical dismay over the slaughter of hundreds, perhaps thousands of Chinese by their own troops... (더빙)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중국인이 자국 군대에 의해 죽임당한 천안문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절망감을 수사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한 것만 가지고는 전체 미국인이 느끼는 도덕적 분노를 전달하기에 불충분합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경제 제재를 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미국의 대 중국 무기 판매는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이 무기로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잖습니까?

방금 들으신 내용은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이 지난 1989년 6월 중국 당국이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에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하는 언론 회견입니다.

지난달 29일 별세한 솔라즈 전 의원은 연방하원의원 9선을 지낸 정치인으로, 또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외교안보문제 전문가로 중국, 캄보디아, 남아프리카, 필리핀, 터키 등 세계 각처에서 다양한 인권 활동을 펼쳤습니다.

솔라즈 전 의원은 특히 1980년 7월 18일 미국 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인물로 유명합니다. 솔라즈 전 의원과 김 주석의 면담은 사실상 미국과 북한 관계에서 한국 전쟁 이후 최초의 공식 접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솔라즈 전 의원의 방북 직전 공식 설명회(브리핑)를 담당했던 헬렌-루이즈 헌터 전 미국 중앙정보부 북한담당 수석분석가의 말입니다.

헬렌-루이즈 헌터:
He was disappointed that it was such a brief conversation, happened in the middle of the night, which I think it's typical of Kim Il Sung... (더빙) 솔라즈 전 의원은 면담 시간이 짧고, 한밤중에 이루어져 실망했다고 방북 후 제게 털어놨습니다. 김일성 주석을 포함해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행태죠. 전혀 예정에 없다가 갑자기 사람을 깨워서 한밤중에 회의하는 거죠. 게다가 면담 내내 김일성 주석 혼자서 주로 말했다고 해요. 김 주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진지한 대화를 하기를 원했던 솔라즈 전 의원은 무척 허탈해했죠.

'북한'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기에 솔라즈 전 의원은 방북 이후 북한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의 혹독한 인권유린의 고통을 알아보는 눈과 귀가 서서히 열려갔습니다. 솔라즈 전 의원은 특히 북한의 심각한 출신성분 차별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미국 내 북한 인권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의 말입니다.

수전 숄티: It reminded him of the terrible apartheid in South Africa that fortunately had ended, partially thank to his work on exposing the unfairness of that system... (더빙) 솔라즈 전 의원에게 북한의 출신성분제도는 남아프리카의 소수 백인과 다수 유색인종의 관계를 지배했던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솔라즈 전 의원은 유색 인종에게 불리한 인종 분리와 정치, 경제면에서의 차별 대우의 부당성을 폭로하는 일에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였던 터라 북한의 성분제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주민을 핵심계층, 기본군중, 복잡한 군중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51개 부류로 구분해 차별하는 게 말이 됩니까?

솔라즈 전 의원은 '알면 행동하는 사람'이었다고 지인들은 말합니다. 솔라즈 전 의원이 비영리 단체인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이사회에 참여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됩니다. 1980년 말까지 북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 단체가 대북 인권 지원 사업을 시작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솔라즈 전 의원이었다고 칼 거쉬먼 국립민주주의기금 회장은 말합니다.

칼 거쉬먼:
It was around 1993, I think, when he started encouraging NED to become active on North Korea... (더빙) 1993년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솔라즈 전 의원이 북한 문제를 다뤄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게 말입니다. 국립민주주의기금은 민주적 제도를 수립하려는 민간교육기관, 인권 단체, 그리고 언론기관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주된 과제인데,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할 단체나 기관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란 나라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가 아닙니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솔라즈 전 의원은 어떻게든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룰 방안을 찾아보라고 수차례 권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1990년대에 들어 탈북자들의 한국 내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인권유린 행태가 하나 둘 씩 베일을 벗으면서, 미국 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민간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결국 2001년 9월에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워싱턴에 설립됩니다. 솔라즈 전 의원이 창립 초기부터 음으로 양으로 이 단체를 후원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입니다.

척 다운스: He was the leading force behind many of our studies. He was with our organization from the very beginning in 2001.. (더빙) 솔라즈 전 의원은 저희 단체의 여러 북한 관련 보고서를 발간해 내는데 지도적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2003년 '숨겨진 수용소,' 2005년 ‘기아와 인권: 북한 기근의 정치학,' 2009년 ‘팔려가는 삶' 등에는 솔라즈 의원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특히 지난 6년간은 저희 단체의 공동대표로 뛰면서 운영자금 마련, 보고서 발간 등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민주당 출신인 솔라즈 전 의원은 2년 전부터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게 하려고 자신의 폭넓은 의회 내 인맥을 활용하고, 민주당 출신 인사가 많은 행정부를 대상으로 각종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진보적 성향의 부르킹스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로베르타 코헨 씨의 말입니다.

로베르타 코헨:
I went with him on some of these strategic meetings with US officials in order to discuss the importance of focusing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더빙) 저도 솔라즈 전 의원과 함께 미국 관리들과 만나는 전략 회의에 몇 번 참석했는데요, 이 회의의 목적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토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솔라즈 전 의원은 회의 때마다 이 말을 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겪는 비참함은 다루기에 너무 어렵고, 북한 정권이 외부 압력에 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종종 논외로 처진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자국민 탄압은 세계적 우려 사항이며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알릴 조치들이 많이 있다"라고요. 이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솔라즈 전 의원의 기본적인 철학이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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