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비- 영화감독 김규민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5.07.07
movie_place_b 영화 '겨울나비'를 촬영하고 있는 김규민 감독.
사진-김규민 감독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가 남한전역 60여개 극장에서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겨울나비란 제목으로 상영이 됐는데요. 이 영화는 탈북자 출신 김규민 씨가 세상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남한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김규민 감독의 영화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기자: 겨울나비가 어떤 영화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죠.

김규민: 겨울나비는 제가 1999년 외꼴탄광에서 제가 실제 목격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아버지도 굶어죽고 형도 군대 가서 영양실조로 죽고 엄마와 아들만 사는데 엄마도 굶어서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 요리사가 꿈인 아들과 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가 괴멸해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안 된 거죠. 아들이 산에 가서 나무해오면 엄마가 시장가서 팔아먹고 살 수 있었는데 그마나도 보장이 안 돼서 비극을 맞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 겨울나비는 황해북도에서 1999년 김규민 감독이 목격한 사실을 남한에 가서 영화한 겁니다. 탈북자 감독이 만든 영화라 북한의 현실을 실감나게 영상화 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기자: 남한사람이 만든 영화와 김 감독님이 만든 영화의 차이는 뭔가요?

김규민: 제가 모셨던 안판석(국경의 남쪽) 감독님이나 김태균(크로싱) 감독님이 다 훌륭하신 분이고 그분들은 저나 다른 매체를 통해 북한을 알다보니까 어쩌면 좀 더 깊이나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죠. 한국 관객이 볼 때 너무하다 싶은 장면은 다 삭제를 했거든요. 예를 들어 크로싱 영화에서 수용소에서 매 맞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나 배급사에서 이것은 관객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삭제를 했죠. 제 경우에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예요. 그것을 보여줘야 진실이지. 저도 겨울나비를 찍으면서 마지막 장면 때문에 투자도 못 받았고 솔직히 고통이 있었지만 제 경우는 그것을 보여주자고 만든 영화거든요. 우리나라 영화는 상업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힘들었다면 난 세상에 이런 일도 있습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차이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기록영화라고 하면 좀 다르겠지만 일반 영화라면 상징성도 들어가고 실제와는 좀 달리 변형도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을 텐데 제작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습니까?

김규민: 어제도 감독님과 술을 한잔 했는데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첫 번째가 당신이 그 정도 능력이면 일반 상업영화를 해도 충분히 된다 인지도를 충분히 올린 다음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 말이고 두 번째는 이왕 말할 것이면 힘들게 말하지 말고 관객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 수 없겠는가? 예를 들어 ‘인생은 아름다워’ 그런 영화처럼 만들면 어떻겠는가? 이런 말을 듣습니다. 저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민하는데 물론 감독님마다 자기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상업성과 비상업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이야기라도 즐겁게 본 이야기는 한 달을 못 간답니다. 하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을 치면서 본 영화가 있고 다른 하나는 즐겁고 웃으면서 봤다면 그것에 대한 기억은 웃으며 본 영화는 순간 사라지지만 슬프게 본 영화는 기억이 평생을 가기도 한답니다. 개인적으로 상업영화를 만든다면 그런 식으로는 안하겠죠. 두 번째 작품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북한인권 영화로 슬픈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에는 너무 슬퍼서 못 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단 한 사람이 보더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을 바라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만들고 다른 영화와 달리 북한인권영화는 상업적으로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신파적 방식이 옳다고 보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잠시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경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가면 너무 배가 고파서 어머니는 흙을 쌀로 착각해 먹기도 하고 사진 속에 있는 닭을 실물로 착각해 사진을 찢어 먹는 등 정신착란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산에가 나무를 하다 다쳐서 꼼짝 못하고 앓아누운 아들을 들개로 착각한 나머지 자신의 아들을 죽여 탕을 끓이고 맙니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기에 일반 대중이 보는데 힘들어 했다는 소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의 연출 의도를 설명한 거죠.

이렇게 어렵게 나온 영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상영이 되는지 다시 얘기를 나눠봅니다.

기자: 어떻게 해서 한 편의 영화가 나오는지 간단히 설명을 해주시죠.

김규민: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이런 영화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라 하면 끝인데 여기선 일단 내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작품을 가지고 투자자에게 가서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 해서 투자를 받아야 해요. 그리고 그 다음 투자한 돈을 가지고 영화에 적합한 배우를 찾아가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는데 제 영화에 출연해 주십시오. 하면서 그 사람을 설득해 최고의 배우를 모셔와야 하고 그 다음 최고의 스텝에게 가서 돈과 배우가 있으니 내가 돈을 얼마를 줄테니 우리영화에 참여해 같이 만듭시다. 이렇게 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 다음엔 상영 극장에 가서 당신에게 수익을 줄 수 있으면 상영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고 또 관객에게는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상영을 하는데 재밌고 좋은 영화니까 와서 봐주십시요 이런 수십 개의 단계를 거쳐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기자: 영화감독의 삶은 어떻습니까?

김규민: 제가 영화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13년인데 그동안 제가 만났던 연출부 사람들이 다 감독을 하겠다던 분들이 1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금 알고 있는 2분 정도가 입봉을 하셨고 나머지 한 두 분이 영화계 에 있고 그 외는 어디 있는지 뭐하는지 모릅니다.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성공한 감독님도 힘드시고요. 하지만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규민 감독은 조만간 나올 다음 작품을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습니다.

김규민: 제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딱 하나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행동해도 좋고 그들을 위해 행동하지 않아도 좋지만 단 기억은 해 달라 전 그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김규민 감독의 영화 겨울나비 제작과 관련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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