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옷 입고 잘 먹고 아무 걱정 없이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세상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그래서 나의 행복이 중요하지만 나만을 위한 인생이 아니고 어려운 사람의 고통을 나누면서 행복을 찾겠다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남한생활 4년차가 되는 탈북여성 서정연 씨가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남한에서 상담사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서 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서정연: 사무실까지 버스 타고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몸살이 왔어요.
한 달 전 시작한 상담사일이 힘들었는지 기자가 전화를 했을 때 서 씨는 몸살로 하루 회사 결근을 하고 집에 있었습니다. 서 씨는 북한에서는 함경북도에 있는 탄광에서 공무직장 준기사로 일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볼트, 너트도 깎고 용접도 하고 설계 도면도 그리면서 힘을 쓰는 그런 일입니다. 그런 힘든 일을 한 서 씨가 몸살을 앓을 정도의 일이라면 어떤 일인가 하고 궁금하실 덴데요. 하루 종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 서정연 씨가 하는 일입니다.
서정연: 솔직한 말로 그냥 전문 상담사도 아니고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사잖아요. 내 마음도 치유가 다 안됐는데 상담하면서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도 마음이 아프거든요. 마음이 아파서 꿈에까지 나타나요. 그래서 저도 상담사지만 심리상담을 받으려고요. 그렇게 안하면 힘들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우울증이 오는 거처럼 말하기가 싫어지거든요. 고통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다가 올 때마다 저절로 눈물이 나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마음이 아프거든요.
남쪽에는 전문 상담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직업상담사를 찾아가고 청소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청소년 상담사에게 가서 조언을 받습니다. 그리고 또 괜히 마음이 울적하거나 의욕이 없거나 하면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면 됩니다. 서 씨는 남한에 사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상담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정연: 탈북과정에 아픈 상처가 있잖아요. 그런 것을 쭉 이야기 하면 처음에는 그냥 듣기만 해요. 그러면서 이 사람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 살펴보죠. 법률상담도 있고, 의료상담도 있고 상담 후에는 여기 있는 상담사 선생님 다섯 명이 이 사례를 놓고 보는 거죠. 법률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보고 심리적으로 힘들면 가정의학과에 가서 정신건강에 대해 치료를 받게 하고요.
탈북해서 자신도 한 번 중국에서 강제북송을 당해 노동단련대도 갔었다는 서 씨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죽음을 각오한 탈출과 제3국에서의 힘든 생활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아픔은 상담을 통해 많은 부분 치유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도 처음 남한에 갔을 때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벅찬 희망보다 두려움이 앞섰다고 합니다.
서정연: 처음에는 솔직히 제 성격이 활발한데 한국에서 살자고 하니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집 한 채만 있고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도 있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처음에는 북한에서 했던 준기사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이도 이젠 50대를 바라보고 또 높은 곳에 올라가 용접을 하는 힘든 일을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리학원엘 다녔는데요. 비록 요리사는 아니었지만 서 씨가 일한 첫 직장은 식당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신랑도 만나게 됩니다.
서정연: 요리학원 6개월 졸업하고 제가 회사도 몇 군데 다녔어요. 그런데 그냥 나 혼자 사람들이 내가 북한에서 왔다고 없이 보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회사도 몇 군데 옮겼어요. 제대로 정착도 못하고요. 그러다가 신랑을 만났어요. 신랑이 떡 방앗간 하고 있어요. 식당에서 일하는데 친구들과 같이 왔더라고요. 내 말투가 한국 사람과 다르니까 사장님에게 중국 사람인가 하고 물었더라고요. 북한여성이라고 하니까 자기도 처음 눈에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말을 걸고 식당에 처음 온 날인데 그 다음부터 자주오고 인연이 되려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기자: 지금 남편이 떡 방앗간 한다고 했을 때 느낌이 어땠습니까?
서정연: 저는 방앗간이라고 하니까 떡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떡도 하고 기름도 짜고 고추도 빻고 다하더라고요. 우리 북한에는 이런 곳이 없거든요.
기자: 방앗간 일은 좀 도와주세요?
서정연: 저는 상담사 일을 하면서도 신랑한테 미안한 짓 안하려고 엄청 노력해요. 일감이 많으면 퇴근해서도 뒤처리 내가 하고 피곤해도 새벽에 신랑하고 같이 일어나서 일하거든요. 힘든 것도 있지만 부부란 것이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하잖아요. 저는 많이 노력해요. 내가 신랑에게 잘해야 나도 받을 수 있구나 하고 하니까 신랑도 저를 많이 생각해주고 많이 위해주니까 고맙더라고요.
방앗간을 운영하는 신랑과 가정을 꾸려 사는 서정연 씨. 열심히 일한만큼 수입도 생기니까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지냅니다. 물론 먹을 것이 없어 걱정을 하던 것은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 그는 이렇게 방앗간 일도 도우면서 새로 시작한 상담사 일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정연: 내가 변해야 상대방도 변할 수 있구나 그런 것도 느끼고 인생의 전부가 돈이 아니구나. 그런 것도 느끼고요. 저는 상담사로 제 인생 시작했으니까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탈북여성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랑해 줄 수 있겠는가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줘야 받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것을 상담을 통해 이 사람들의 마음도 치유해 주면서 제 경험을 말해주고 싶도 그러면서 긍지도 느끼며 살고 싶어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자 상담사로 일하는 서정연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