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화폐개혁은 김정일 정권 유지의 수단'이라는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을 하게된 이유에 대해 화폐의 유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경제강국 건설을 이루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 가운데 이번 화폐개혁으로 자신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나아지고 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탈북자 김미옥(가명) 씨는 북한 당국은 과거에도 주민들에게 저금을 권유하며 주머니 속 쌈지돈까지 가져간 전력이 있다면서, 이번 화폐 교환도 결국 주민들의 돈을 빼앗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미옥: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는 한사람당 5000원 씩 저금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러면 일하는 노임을 수표로 받아서 저금하라고 했습니다. 그 돈도 10년 후에 준다고 했는데 다 무효가 됐습니다. 이제 또 화폐 교환을 한다면 다 돈을 떼어 먹기 수단이라는 것을 다 압니다. 이제는 속지 않습니다.
통상 시장경제 국가에서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 즉 통화팽장을 억제하고 음성적인 화폐유통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다릅니다. 최고 지도자 한사람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일당 독재 국가인 북한에서 화폐개혁 조치를 발표했을 때는 경제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외국지도부 연구담당 국장은 이번 화폐개혁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의 차기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 당국은 시장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을 당과 국가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차기 후계자 구축을 위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고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분석했습니다.
Ken Gause: 경제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동안 북한의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북한 정부의 간섭 없이 경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모아 놓은 현금을 거둬들이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누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되건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김 정일 이후의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고 지금보다 주민들을 통제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연구원도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위기에 봉착한 김정일 정권이 화폐개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재정 확보’과 ‘통제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국가의 재정을 확보하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일은 결국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을 겨냥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진: 결국은 화폐개혁이라는 것이 국가차원에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그런 부담을 무릎 쓰고 한 것은 당국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은 후계체계를 확실하게 하고 경제적으로 차기 후계자에게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가재정을 확보해서 당분간이라고 국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통제 수단입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화폐개혁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철저하게 비밀리에 추진하고 갑자기 실시한 방법도 결국 이번 조치가 주민들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격적인 화폐개혁으로 주민들은 시장에 나가 힘들게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게 됐지만 김 위원장과 권력계층의 개인 금고들은 큰 도움을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광진: 김정일 정권에는 많은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수혜자들은 권력 지배계층, 엘리트들입니다. 이들은 외화 벌이로 재산을 축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권력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환을 할 수 있습니다. 절대 다수의 인민들만 피해가 큽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은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이번 화폐개혁은 강성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재정 확보와 주민 통제에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강압적인 체제 아래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이번 조치에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번 화폐개혁으로 주민들 사이에 확산된 김정일 정권에 대한 반감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알았기 때문에 국가가 시장 경제 활동을 통제할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한 북한은 혹시 이번 화폐개혁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희생양까지 마련해 두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김영일 내각 총리가 지휘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남한 언론이 전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화폐개혁이 만약에 실패로 끝날 경우 그 책임을 김 위원장이 아닌 김 총리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권력 구조상 화폐개혁이라는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 김 위원장의 결심과 지시가 없이 이뤄졌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화폐개혁은 김정일 정권은 모순과 한계를 드러냈으며,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수많은 주민들의 희생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