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식 장마당

워싱턴-이원희 leew@rfa.org
2012.06.28
defector_market_305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있는 와싱턴 한인교회에서 열린 탈북자 돕기 일일 장터 모습.
사진-헨리 송 제공

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가까운 맥클린에 북한식 장마당이 섰습니다.

cut: 국수를 너무 맛있게 드시는데요 ---맛있어요. 북한 식 막국수래요/ 무엇 무엇이 들어갔어요? ---국물은 모르겠고요 오이하고 양배추 무침하고 그런데 국물 맛이 끝내주어요.

시원한 육수에 담긴 흰 국수에 채로 썬 파란 오이, 역시 가늘게 썰어 발그스름하게 무친 양배추, 그리고 노른자가 드러난 삶은 달걀 반쪽을 올린 국수를 섞어 한입 가득 먹고 있는 한 교인의 얘기이었는데요, 육수 맛 칭찬이 대단합니다. 맥클린에 있는 와싱턴 한인교회에서 6월24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탈북자들이 마련한 일일 장터, 여성시대에서 찾아갔습니다.

음악:

와싱턴 한인교회는 교회는 한국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서 기도 하는 모임으로 시작을 했기에 교회역사도 62년이나 됩니다. 그래서 해마다 6.25 가까운 주일을 북한선교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탈북자 돕기 북한 음식 장마당도 연거죠. 이른 아침부터 워싱턴 인근에서 온 탈북자 7명, 그리고 이들의 일손을 돕는 청년 10 여명이 텐트로 장터를 만들고 판매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주요 북한음식인 감자 지짐, 즉 감자전을 만들기 위해 감자를 강판에 가는 작업이 시작 되었는데요

cut: (감자 강판에 가는 소리) 기자: 강판이 여기서는 보기 힘든 것인데 감자 두 개를 두 손에 들고 함께 가는 데요--- 저희 감자가 많이 나는 곳에서 이런 강판 만들어 많이 쓰고 있습니다. 계속 감자만 먹고 있으니까 그것만 먹으면 새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것을 갈아서 가공해서 먹는 거죠 이 강판은 북한식 강판인가요?---네 / 이 강판 북한에서 가져 온 거에요?--아니죠 제가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어요?--- 철판에 못을 가지고 구멍을 뚫어서 손을 다치지 않게 잘 다듬어서 만든 겁니다. 여기서 많이 쓰면 더 잘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많이 쓸 일이 없지 않습니까? 쌀 밥 만 먹으니까요.

지난 2009년에 미국으로 들어와 정착한 20대 청년인 현호 씨, 쉬지 않고 감자전 재료인 감자 갈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현호: 감자 갈고 있으니까 북한 생각나요 집에서 감자 갈아서 먹던 그런 생각?

교회 마당 불판 앞에는 여선교회 회원들이 부지런히 기름을 두르고 감자전을 부치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교인들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때에 맞추어 따끈따끈한 부침개를 지지고 있는 현장,

현장 음; 음 맛있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데요, ---네 정말 맛 있어요. 감자전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강판에 갈아서 소금 좀 넣고 양파 넣고 하는데 맛이 굉장히 특이하고 여기서 평상시에 못 먹던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교회 교인으로 탈북자 돕기 장마당에 직접 참여 하시는데 어떠세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우리가 작은 거지만 북한을 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라 너무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 북한에서 오신 탈북자들과 함께 일을 하시는데요---네 탈북자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시고 생활력이 무진장 강한 것 같아요. 제가 금요일에도 나와서 도와드렸는데 와! 꿈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런데 우리가 너무 무관심 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습니다.

2007년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미국에 정착한 조진혜 씨는 이번 장마당의 총 책으로 준비한 재료가 넉넉한지, 조리하는 음식에는 차질이 없는지 점검하면서 감자전과 함께 판매할 튀김을 빠른 손놀림으로 거의 마쳐가고 있네요.

조진혜: 탈북자 분들이 어제도 새벽 1-2시에 자고 5-6시에 깨어서 모여서 준비하고 그런데도 튀김을 다 튀기고 나니 힘든 것도 모르겠어요. 주변의 탈북자분들께 어떻게 하면 과외로 돈을 모아서 탈북자 분들께 도움이 될까 생각하다가 바자회를 생각했습니다. 그냥 바자회보다는 북한 장마당을 상징할 수 있고 또 여기 분들에게 북한 음식을 소개해 드리고 또 탈북자인 우리가 몸은 미국에 있지만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음식이 곧 무산 장마당이나 북한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금 막 지져낸 감자전과 튀김을 모듬으로 해서 일회용 접시에 담은 것, 감자전만 따로 담아 싸 가지고 가는 교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늘어선 줄도 길어지네요.

교인: 이거 뭐예요?... 감자로 갈아서 만든 감자전인데 맛 있겠죠? /얼마에요---3쪽에 5달라 입니다./ 맛있게 생겼네요. 처음 먹어 보는 데요 싸가지고 가게 10달라 어치만 주세요./ 조금 기다려주세요.

감자로 만든 음식은 요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예전에 남한에서 쌀이 부족했던 시절, 감자 떡 이라든지 부침 등은 고향음식으로 감자가 많이 나는 곳에서 주식으로도 먹었지만 지금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그 때 그 시절의 별미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감자전이 인기입니다. 1차로 준비한 것이 모두 동이 났네요. 튀김을 담당했던 조진혜 씨는 이렇게 날개 돋친 듯 판매가 될 줄 몰랐다는데요,

조진혜 : 튀김을 다 튀기고 나니까 힘들어서 쓸어 질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권사님들이 지나가시면서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맛있더라고 그리고 감자전을 보니까 불티나게 팔리고 튀김도 튀겨 놓는 족족 팔리니까 힘든 것이 다 가시는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하나 맛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는 조진혜 씨,

조: 탈북자들이 했다고 하면 탈북자들이 무얼 맛있게 했겠나, 이런 생각을 하고 안 드시면 어떻게 하나 그런 근심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부감이 없으신 거예요. 저희가 맛있게 만든 것도 있겠지만 맛있게 생각하고 드셔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하고...

감자전 재료가 다 떨어졌습니다. 2부와 3부 예배 교인들을 위해 다시 감자를 사러 가까운 시장으로 뛰어가고 감자가 도착하자마자 여러 명이 달려들어 껍질을 까기 시작합니다. 부직런이 손을 놀리는 하지만 조금 어색한 한 젊은 청년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장마당을 돕기 위해 시비행기를 타고 시카고에서 온 홍성환 씨 입니다.

홍: 제가 멀리 있어 도와드릴 기회가 없어서 이번에 휴가가 남아서 왔습니다. 저는 탈북 민들이 어렵게 탈출하시고 어렵게 정착하시는 것을 뉴스로 보았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제가 이분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그러는데 도움을 드리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서 장마당 이 일을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저의 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탈북자들이 있죠?---시카고에는 한 11명쯤의 탈북자들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서 제가 아는 분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들은 탈북자들을 돕고 싶어 하는데 정착하는데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공개적으로 나오시는 것이 불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뒤에서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2차 감자전 재료가 다 준비 됐고 이제 감자전이 노릇노릇 하게 익어갑니다. 그런데 감자전을 막 맛보시더니 부지런히 판매를 하시는 이 교회의 중진 이신 박중현 장로님,

박 장로님: 열심히 쟁반 들고 도와주시는데--- 정말 도와야죠./ 지금 감자전을 맛보셨는데 어떠셔요? ---이건 처음 먹는데 그래도 특이한데요.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 네 감자전이라고 해서 장로님 북한에 몇 차례 다녀 오셨데요---네 작년에 평양에 두 번 갔었는데요, 금년에도 또 갈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거기 결핵 퇴치 문제 때문에 평양에 있는 결핵 병원에 거기서 일하는 의사들 기술자들 교육시키고 그런 역할을 하죠. 미국의 선교팀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 Christian friends' Korea 그 단체에서 제가 초청을 받았죠? /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요? ---당장은 눈에 뜨이는 효과보다 지금 효과를 보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요 그것이 시간이 좀 걸려요 북한에 환자들이 많고 아직도 조직이 좀 잘 안되었다고 할까 시간이 좀 걸리죠. 북한의 병원 측에서도 결핵 퇴치를 위해 열심히 일해요. / 평양에 가셨을때 감자 지짐이는 못 드셔 보았어요--- 거기서 감자 지짐이는 못 먹어 보았어요. 평양의 외국사람들이 가는 호텔에 있었는데 감자 지짐이는 메뉴에 없던데... 그렇지만 지짐이라는 것은 있어요.

이번에는 교회 부엌에서 북한식 국수를 삶아 고명을 올리는 한송화 씨,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교인: 아, 이게 옥류관 냉면 국물이에요?... 한송화 : 네, 사실은 처음에 국수를 시작할 때는 제가 살던 고향 함경도 시장 그 국수 맛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함경도 국수 맛을 하면 여기 미국에 사시는 분들이 맛이 없어서 못 잡숴요. 그래서 평양 옥류관 국수 식으로 제가 따라 했어요. 여기 잡숫는 분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다고 하셔서 대박을 쳤어요. 저희들이 하는 음식이 저희가 내는 맛이 아니라 잡숫는 사람들의 모든 입맛에다 맛있게 해달라고 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놀랍게 너무 맛있다고, 어떻게 만드느냐고 그 비밀을 대 달래요 그만큼 맛있으니까 비밀을 알려달라는 것 아니겠어요? 이번에 대박이 나서 확신이 생겨요/ 여기 국수에는 재료가 뭐가 들어갔어요?---국수에요 그건 좀 비밀인데 하하하하..... 교인)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주시네

다시 국수를 맛있게 드시는 교인, 김진희 씨 표정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네요.

김: (국수 먹는 소리) 여기 고기도 들어갔네요 ---네, 많이는 안 들어갔어요. 국물이 정말 맛있어요./ 여기서 드시는 다른 분들의 반응은 어때요?---너무너무 맛있데요 이렇게 맛있는 국수 처음 먹어 보았데요/ 국수 한 그룻 에는 얼마에요? ---3불하는 데요/ 3불 가격이면---싸죠, 샌드위치 값 하나도 안 되죠./ 한국 국수 맛 하고 좀 달라요?--- 음 맛이 깊기도 하고 감칠맛도 있고 정겹기도 하고 정다운 맛이에요.

모든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일을 총괄한 한송화 씨는 조진혜 씨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조진혜 씨에게 살짝 물었습니다.

기자: 국수 어떻게 만드냐고 했더니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조진혜: (웃음) 어머니가 북한에서 어린 시절 부터 가수로 살아오시다가 시집가셔서는 높은 군관들 식당에서 일을 하셨어요, 거기서 북한 옥류관 냉면 국물을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셨어요. 평양 옥류관은 직접 가보지 못하셨지만 옥류관에서 식모하시던 분이 추방당해서 우리가 사는 고향에 내려 오셔서 저희 어머니와 일하시다 보니 그분에게 많이 배우셨어요. 그래서 옥류관 식으로 소고기 닭고기 넣고 육수를 어제 하루 종일 우려서 밤새도록 그것을 짜고 해서 만들었는데 맛이 있어 다행이에요.

역시 정성을 들이고 또 경험이 많은 손 맛 이었네요. 몸은 힘들고 피곤했지만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게 되어 기쁘다고 조진혜 씨,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북한인권, 탈북자관련 모든 행사에 참석하며 자신의 뜻을 당당히 펼치고 있습니다. 장마당을 열게 된 것도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조: 우리가 탈북자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정착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기초 삼아서 다른 탈북자들은 우리가 힘들었던 것만큼 힘들지 않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오늘 장마당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조진혜 씨,

조: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만 한다면 성공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지금 우리가 자기일 이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 만큼 북한 땅에서 했으면 더 잘 살 수 있었겠는데..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한 것 만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것 같지 않아요. 이 며칠 동안 준비하고 판매 하면서 모두 다리가 아파 절뚝절뚝 거리면서도 열심히 기쁘게 했어요.

한 지역에 살면서 탈북자들끼리도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곳 10여명의 탈북자들이 달라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기뻐합니다.

조: 탈북자 10명이 거의 다 모였는데 서로 눈치 보고 그런 것 없이 너무 잘하고 그래서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말다툼이 없었던 것이 제일 큰 성공이었던 것 같아요. 울퉁불퉁한 돌들이 모였는데 성격이 많이 유연해 지고 지금은 대리석 같은 품격을 가진 탈북자들로 변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 기뻐요.

아울러 60여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이지만 남북한 인들이 얼마든지 협력하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한민족임을 확인한 장마당 이었다는 군요.

조: 도와주시는 권사님들이 얼굴이 빨갛게 익은 상태로 막 뛰어 다니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우리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갑자기 통일이 되어도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음악: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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