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워싱턴-이규상 leek@rfa.org
2012.05.22
graduate_train_305 서울역에서 임진각역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 졸업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녕하십니까? 북한 이탈주민들의 직업문제를 살펴보는 행복의 일터입니다.

과거 남한의 청소년들에게 장래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많은 학생들이 의사나 과학자, 또는 검사와 판사와 같은 직업을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의 장래 희망이나 꿈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행복의 일터에서는 남한의 청소년들이 꿈꾸고 있는 장래 희망을 살펴봅니다.

과거 남한의 어린이들에게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변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들에게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대통령이라는 답변은 듣기 힘듭니다. 물론 어린이들이 말하는 장래 희망은 구체적이 계획 이라기보다는 공상이나 꿈에 가깝습니다.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꿈이 바뀔수도 있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어떤 측면에선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더 예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유명인, 또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물론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답변이나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답변 모두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희망이라고 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도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 보다는 직업관이 비교적 확고한 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어떨까요?

이들의 답변은 어린이들의 답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과거 남한의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상당수가 의사나 과학자 법조인 등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직업을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장래희망도 어린이들의 희망과 마찬가지로 많이 변해 있습니다.

이달 초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청소년 통계’를 보면 남한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은 ‘국가기관’이었습니다. 바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몇 차례 소개해 드린바 있지만 남한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보수가 많거나 발전 가능성이 큰 직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철밥통’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안정된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김경림 씨도 공무원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이렇게 말합니다.

<선배 후배 가릴 것 없이 많은 것 같다. 지금 경제상황이 그렇게 밝지 않고 지금 사람들이 도전적인 것 보다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한의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는데 있어 경제성이나 발전성 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손유미 연구위원은 남한 청소년들의 최근 장래희망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에 직업의 발전성과 경제성 안정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아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을 하기 때문에 교사와 공무원이 1순위로 뽑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IMF가 터지면서 직원들이 구조 조정되어 나가는 것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손 연구위원이 말한 IMF는 남한이 1997년 겪은 큰 외환위기를 말하는데요.

이렇게 공무원이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남한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주는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보는 시험을 행정고시라고 하는데, 이 행정고시를 통과하게 되면 중앙 정부나 지방정부의 5급 공무원이 될 수 있습니다.

5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채용될 수 있지만 이렇게 행정고시를 보지 않고 공무원이 될 경우 20에서 30년을 근무해야 5급 공무원까지 진급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대학졸업자들은 행정고시를 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청소년들이 공무원에 대한 직업에 매달리는 이유가 학생들 스스로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라고 손유미 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선호도는 학생개인의 선택 이라기보다는 학부모의 의지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인식변화가 같이 간다고 하면 이러한 것도 바뀌지 않을 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남한 정부가 내놓은 또 다른 자료를 보더라도 학부모들의 선호직업이나 학생들의 선호직업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학생과 학부모 4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고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교사 그리고 2위는 공무원이었고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 그리고 2위는 교사였습니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손유미 연구위원은 이렇게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호 직업이 교사와 공무원으로 편중되는 이유는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가치판단을 들어서 이것이 ‘바람직하다’, ‘안 바람직하다’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선택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나 공무원 말고도 다른 직업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여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선호도는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직업 전문가들이 내놓는 자료들을 보면 남한에서 선호되는 직업과 미래가 유망한 직업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사의 경우 대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유망한 직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선호를 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직업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손유미 연구위원은 앞으로 유망한 직업으로 환경과 첨단기술 그리고 세계화 관련 직업을 꼽고 있습니다.

<유망하다는 기준이 연구자 마다 다르다. 유망하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돈을 많이 벌수 있다던가, 취업을 하는데 쉬워지는 직장이라든지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21세기의 유망 직업은 여건의 변화 등으로 달라질 것 같다. 첨단기술관련,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환경 그리고 첨단기술과 반대되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글로벌화와 관련된 직업들이 유망한 직업들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그리고 전문가들이 보는 미래유망 직업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선호하는 직업을 잡는 사람들은 극소수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젊은 인재들이 소질과 적성에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구하기 쉬운 직장으로 편중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손유미 연구위원을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을 졸업을 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사회적 문제이고 정부에서도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지금 대학생들에게도 출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생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회전체가 더 노력을 해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들 중에서도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 이와 같은 남한의 사회현상에 휩쓸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편하고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편승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경우 더 치열한 경쟁에 휘말려 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행복의 일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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