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명절의 진정한 의미

서울-오중석, 김현아 ohj@rfa.org
201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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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맞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들이 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가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2월 3일 어제는 음력 설날이었죠. 뜻 깊은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남한에서는 설날을 맞아 3천5백만이 넘는 인구가 고향의 부모님을 찾거나 국내와 해외여행을 위해 움직이는 민족 대이동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설날을 보내면서 한민족이 대대로 중시하고 있는 명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현아: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도 남한 식으로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중석: 언젠가 이 시간에 한민족의 명절에 대해 잠깐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설날이나 추석 같은 전통 명절을 별로 중요하게 쇠지 않는다면서요?

김현아: 네. 북한에서 가장 큰 민족적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탄생일입니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2월 16일, 4월 15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약간 전통명절쪽으로 흘러가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다른 것보다 추석에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산소에 찾아가거든요. 남한하고는 약간 개념이 다르지만 추석을 참 요란하게 쇱니다. 그 다음에 설 명절은 1월 1일 하고 음력설이 끼어서 가운데서 좀 어정쩡하게 해요. 물론 북한에서는 최근에 음력설쪽으로 휴일을 더 많이 주긴 하지만요.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2월 16일, 4월 15일보다 추석대가 제일 잘 팔린다고 말합니다. 장마당에서 음식이 젤 많이 팔릴때가 가장 큰 명절이죠.오히려 1월 1일, 12월 31일이 잘 된다고 할때도 있고요.

오중석: 양력설, 음력설 다 쇤다는 말씀이시군요.

김현아: 네 근데 양력설은 하루 밖에 안쉬거든요. 음력설은 이틀 휴식입니다. 북한은 휴식일이 하루니까 운좋게 일요일 하루 끼면 삼일도 쉬죠.

오중석: 아무튼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수 천년 이어져 내려온 한민족 고유의 명절입니다. 중국도 공산주의 체제로 바뀐지 오래지만 지금까지도 구정,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하지요. 이 설날과 중추절이라고 부르는 추석, 두 명절은 13억 중국인에게도 최대의 명절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중시하는 명절이 그동안 북한에서 푸대접 받는 이유는 뭘까요.

김현아: 이전에는 쇠었는데 양력으로 바뀌면서 그런 것 같고요. 특히 북한에서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면서부터 전통명절이 다 사라졌어요.

오중석: 당의 유일사상체계란 뭡니까?

김현아: 당의 유일사상체계는 ‘수령의 사상만 북한 전역을 지배하게 한다’ 이게 핵심이죠. 사상뿐만 아니라 수령을 최대한 받들어 모셔야하니까 모든 명절 중에서도 수령을 칭송하는 명절이 가장 큰 명절이 된겁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주민들이 쇠던 민족적 명절이 다 들어간거죠.

오중석: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김일성 개인숭배, 우상화 작업의 하나이군요.

김현아: 네. 개인숭배 때문에 결국은 없어졌는데 그래도 다시 북한에서 전통명절을 살리기 시작한게 남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민족을 귀중히 여긴다’ 또 ‘남한은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심해서 민족적인 것이 깡그리 사라졌다’ 이렇게 주민들에게 선전했는데, 결국 남북이 교류하다보니 남한에 너무 민족적인 것이 많이 남아있는 거예요. 남북과 같이 교류할 땐 공산주의로 교류하자고는 말 못하고, 통일화 당위성이라던가 민족적인 걸 들고 나와야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북한도 민족적인 것을 지킨다는 것을 남한한테 꿀리면 안되죠. 그래서 그때부터 음력설도 복구하고, 단오도 중요하다고 하고, 추석도 쇤다 이러면서 다시 민족적인 것을 복구한건데 그래도 아직 남한에 비할건 못되죠.

오중석: 그럼 말씀하신 당의 유일사상체계는 어디로 갔습니까?

김현아: 지금도 당의 유일사상체계 그냥 세우니까 당연하게 북한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은 설날이나 추석이라고 말하면 큰일나죠. 당연히 민족 최고의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탄생일입니다. 그 다음에 설날이나 추석이지 남한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절대 말 안합니다. 저는 여기 와서 설날이나 추석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니 참 이상하더라고요.

오중석: 중국의 영향도 좀 받지 않았나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중추절이나 설날인 춘절에 보면 13억 인구 중에서 6억 인구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한달씩 걸려서 고향을 찾아가기도 한다는데요. 사람의 정서가 다 똑같고 북한 사람도 다 같은 한민족인데 부모의 산소에 찾아가고 가족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싶지 않겠습니까?

김현아: 저는 여기 와서 설명절 풍습 중에 가장 놀란 것이 이동이예요. 이번에 구제역 때문에 집에 못가니까 공항이 불티나게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당연히 명절에는 고향의 부모님 찾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은 그렇게 못하거든요. 중국은 음력설 요란하게 쇤다고 북한에도 알려져 있어요. 우린 그게 진짜일까 얘기하곤 하는데 여기와서 보니까 굉장하더라고요. 그때는 항상 추워서 기상이변이 생기잖아요. 중국은 둘째고 저는 남한도 깜짝 놀랐어요. 북한에서는 자기가 사는 도, 시만 벗어나면 명절에 어디를 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 멀리 가는 건 애초에 꿈도 안꾸고요.

오중석: 여행이나 이동의 자유가 없군요.

김현아: 법적으로 없을뿐만 아니라 수단도 없어요. 그러니 명절에 특별히 움직이지는 않는데 추석때는 제사 때문에 조금 움직이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설날이 여기처럼 굉장하지 않죠. 뭐니뭐니해도 놀자면 먹을게 많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하니까 오히려 가정주부들은 명절에 이틀 논다고 하면 신경난다고 합니다. 요즘에 화폐개혁 한 이후에 힘이 들어가지고 못사는 사람들은 명절에 이밥 먹이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오중석: 남한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때는 참 실감이 안나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데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한국 인구가 한 5천만 되는데 고향의 부모님을 찾거나 국내와 해외여행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을 합치면 3천 5백만명이 움직이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그러니 얼마나 남한 사람들한테 설날이 큰명절인지 우리 청취자분들도 짐작이 되실겁니다. 아울러서 간단하게 한국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절을 몇가지만 추려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음력 정월초하루인 음력설날이 있고 보름 후에 정월대보름이 있습니다.

김현아: 북한도 최근에는 정월대보름은 오곡밥 먹는 날로 알고 있습니다.

오중석: 오곡밥 먹는 날 맞습니다. 북한에서도 이제 조금씩 쇠는군요.

김현아: 다는 아니고요. 좀 사는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해먹는 날이라고 아침에 여러가지를 섞어서 밥을 해 먹습니다.

오중석: 한국에서도 이날은 굉장히 의미있는 명절이지만 옛날에 하던 것들은 많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오곡밥은 많이 해먹고 부럼이라고 딱딱한 호두, 밤, 땅콩 이런 것들을 깨물어 먹는데요. 그래야 일년동안 부스럼이 없다고 해서 꼭 먹습니다. 이런 풍습은 집집마다 다 지키고 있습니다.

김현아: 북한에는 이런 거 많지 않아요.

오중석: 부럼 잘 모르세요?

김현아: 그런 말은 북한사람들이 잘 모르고 살고요. 호두, 밤, 땅콩 이런 것들이 일상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예요. 북한에서는 아주 귀한거예요. 밤 1 킬로 사먹을거면 쌀을 사먹죠.

오중석: 그런데 밤나무는 산에 지천에 있거든요.

김현아: 한국 산에 가서 놀란게 밤이 열려있는데 따가지 않아서 밑에 다 떨어져있어요. 그런데 북한은 밤나무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추운 지방은 밤나무가 없고 평안도 이남부터나 되는데 보다시피 산에 나무가 없잖아요.

오중석: 그 다음에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한식이라고 성묘가는 날입니다.

김현아: 북한에서는 한식을 쇠다가 김일성이 한식은 중국명절이라고 해서 안쇱니다.

오중석: 중국에서는 이를 청명절이라고 아주 중요한 명절 중 하나입니다. 한식에는 특별한 행사는 없고 부모나 조상의 묘를 찾아가 벌초하고 간단히 인사드리는 날입니다.

김현아: 우리는 한식날 묘를 옮기는 걸 하더라고요.

오중석: 이장도 하죠.

김현아: 이날 따로 휴식은 안해도 이장하는 분들이 이날을 지키더라고요.

오중석: 이장을 하려면 한식 때 하라는 풍습이 있죠. 그 다음에 단오는 아세요?

김현아: 단오도 아는데 북한은 국가적인 휴식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별로 쇠는 사람들이 없어요.

오중석: 단오가 지나면 한가위 추석이 있죠. 추석은 북한도 쇤다면서요.

김현아: 네. 추석날에는 온 나라가 떨쳐 나서 산소로 간다니깐요. 근데 남한은 추석에는 조상묘를 거두기만 하는게 아니라 잘 휴식하는 즐거운 날로 생각해서 다 놀러가더라고요.

오중석: 추석날은 앞뒤로 해서 사흘을 쉽니다. 중요한건 추석은 반드시 조상묘에 성묘를 해야 하고요. 그리고 집에서 음식장만해서 전 가족이 모입니다. 서양식으로 말하면 추수 감사절이랄까요. 한해농사를 잘 하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동지가 있습니다. 동지는 아시죠?

김현아: 네 동지는 압니다. 동지 팥죽 잘 쑤어 먹어요. 여기는 팥죽도 음식점에서 해주고 파는데도 있고, 북한은 다 집집마다 만들어먹죠. 그런데 동지팥죽도 맘놓고 먹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동글뱅이 빚어 넣어야 하는데 그게 원래 제대로 하자면 찹쌀이고 또 팥도 비싸거든요.

오중석: 팥도 귀하군요.

김현아: 네. 그보다도 쌀사는게 다 부담이니까요. 쌀이 먼저고 그 다음에 여유가 있어야 생각하는거죠.

오중석: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께 아무리 얘기해봐야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을겁니다. 아무튼 남한에서는 우리 전통명절을 이렇게 즐겁게 쇤다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런 설명을 드렸습니다.

김현아: 지금은 전통명절이 많이 사라졌지만 앞으로 통일이 되거나 남북교류가 확대되게 되면 전통명절이 얼른 다 복구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잘 살수록 놀이문화가 발전하잖아요. 그러니까 자연히 북한도 잘 살게 되면 북한 주민들도 없어서 못놀지 노는거 무척 좋아해요. 그런 걸 생각해서도 전통명절이 빨리 복구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죠. 명절 오면 다 누구나 부모 생각하고 이래저래 안 좋아요.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이제 신묘년 토끼해가 밝았습니다. 이 신묘년에는 북한에도 좋은 변화가 많이 있어서 내년 이맘때쯤에는 좀더 희망적인 이야기로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