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이력서, 자기 소개서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자신의 학력과 경력 등 자신의 이력을 적어 놓은 문서를 이력서라고 합니다. 또 한 개인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 문서를 말 그대로 자기소개서라고 하는데요, 직장에서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서류입니다. 남쪽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까지 평균 1년까지 걸린다는데요, 그 기간 취업 준비생들은 수십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국가에서 모든 사람의 직장을 배치해주는 북쪽과는 달리 남쪽에서는 직장을 개인이 구해야 한다는 것, 알고 계실 겁니다.
자기의 적성을 고려해 공부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남쪽 사회에 온 탈북자들이 꼽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취업, 일자리 구하기입니다.
<젊은 그대>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씨, 최은주 씨와 함께 이런 일자리 구하기, 취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 '겨울 방학' 얘기를 하면서 함께 방송했던 김윤미 씨와 지철호 씨는 방학 기간 동안의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학원 다니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다음 학기 준비도 하겠다, 그리고 열심히 놀기도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제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윤미 씨와 철호 씨와는 달리 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장희문 씨, 최은주 씨는 마음이 바쁘죠?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아픈 곳을 찌르시는데요.
진행자 : 그러고 보니 새해 들어 처음 만나는 거네요.
장희문, 최은주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희문 : 우리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체 친구들도 북쪽의 청취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어 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서 제가 대표로 인사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 해 동안 소망, 꿈들 다 이루시길 바라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진행자 : 남쪽 청년들이 전하는 새해 인사였습니다. 은주 씨와 희문 씨, 두 분은 어떤 직업 갖고 싶으세요?
최은주 : 저는 웹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웹디자이너는 인터넷 상의 웹사이트, 홈페이지를 만드는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들, 웹디자이너가 무엇인지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최은주 : 사실 남쪽에서도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요, 각각 회사나 단체, 개인들이 인터넷 상에 웹사이트, 홈 페이지를 만들어 놓는데요, 그런 웹사이트, 홈페이지를 꾸미는 일을 하는 사람을 웹디자이너라고 합니다.
진행자 :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긴 새로운 직업입니다.
장희문 : 저는 아나운서가 꿈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방송하는 것처럼 중고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오래했고 교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또 개인적으로 인터넷 방송도 하고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최근에서는 사실 고민이 많은데요, 목사. 청취자 여러분들이 아실지 모르겠는데요,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봉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바로 목사인데요, 목사의 길을 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지금 아마 대학교 졸업을 앞둔 친구들, 희문 씨처럼 고민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은주 씨처럼 자기의 길을 찾아서 그 길을 가기 위해 매진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보통 국가에서 직업을 배정하고 길이 정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모든 선택을 본인이 해야 하는 남쪽에서는 개인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또 자기의 길을 정한 다음에도 그 길을 가기 위해, 그 일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직업을 구한다는 말을 줄여서 구직활동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은주 씨는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길로 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나요?
최은주 : 지금 이력서를 두 군데 정도 넣어놓고 다음 주에 면접 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장희문 : 저는 고민 중이고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아나운서를 하려면 각 방송사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학교 학점 관리도 해야 하고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요, 발성 연습을 위해 학원에 다니기도 해야겠죠. 반대로 목회자의 길을 가려면 신학대학원을 진학해 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진행자 : 자기가 원하는 회사, 직장을 찾아서 직원 선발이 있을 때 맞춰서 지원서, 학력 등 이력을 설명하는 이력서를 냅니다. 그러면 회사는 그 이력서를 낸 사람 중 몇몇을 선발해서 면접, 인물 심사를 하고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저도 취업을 할 때 면접을 몇 번 봤는데요, 정말 떨리죠?
최은주 : 생각만 해도 떨려요. 영어만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중국어는 하라면 할 수 있겠는데요, 영어는 정말 외우지 않고는 저에게는 힘들어요.
진행자 : 면접 중에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봐라 이런 요구를 하는 곳도 있죠? (웃음)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얼마 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선호하는 직업을 조사했습니다. 1위가 뭐였을 것 같아요?
최은주 : 공무원?
진행자 : 네, 맞습니다. 국가의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1위였습니다. 왜 이 직업이 1위로 꼽혔는지 그 이유, 짐작이 가십니까?
최은주 : 계속 할 수 있는 직업이고 편하고 안정적이잖아요.
진행자 : 그런데 왜 두 분은 이런 가장 선호하는 직업, 공무원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최은주 :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가 싫었어요(웃음) 공무원은 시험을 봐야하는데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할 자신이 없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기술로 하는 직업이 잘 맞습니다. 그런 직업이 좋아요.
장희문 : 공무원은 사무를 보거나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일에 적합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어서 공무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그럼 학생들이 이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각하는 기준이 뭘까요?
장희문 : '보수' 그러니까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진행자 : 네, 맞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사실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희문 씨나 은주 씨나 직업을 생각하면서 1번 기준이 돈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최은주 : 저는 기술에 관심이 있었고 이 직업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집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그것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요.
장희문 : 저 같은 경우에는 아나운서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였고 또 재밌어서요. 그리고 목회자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진행자 : 두 분의 경우에는 아직 이상, 꿈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주변의 친구들은 어때요?
장희문 : 안정성과 돈인 것 같습니다.
최은주 : 제 친구들과 선배들을 보면요, 사실 요즘 취직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라 그냥 취직이 되는 것이 자기 직업이 돼 버리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안정성이 1위인 것 같고요.
진행자 : 청년 실업이 큰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이고 꿈은 뒷전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북쪽 얘기를 좀 해보면요, 북쪽에서는 아무래도 직업을 배치하다 보니까 이런 고민은 안하죠?
최은주 : 그렇긴 하죠. 얼마 전에 북쪽에서 오신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자신감도 없고 힘들어 보이시더라고요. 자기가 할 일을 구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나는 그냥 여기서 나라에서 나오는 돈 받고 살래' 하면서 다 포기하시더라고요. 사회가 참 다르니까 참 힘들어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진행자 : 북쪽에서 온 분들이 가장 고민 많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최은주 : 북한에서 넘어 올 때 사실 남한은 그냥 잘 사는 나라니까 내가 가면 그냥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 오면 이런 고민들이 많거든요.
진행자 : 북쪽에서 오신 분들 그런 어려움 당연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은주 : 그래도 배치 받는 것보다 제가 꿈을 꿀 수 있고 그것대로 안 되더라도 노력은 할 수 있는 사회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대신 좀 실업자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지만요.
장희문 : 어떤 일을 하라고 그냥 지정해주면 저는 싫을 것 같아요.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 권리가 있잖아요? 그것을 자기가 마음대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평생 자기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삶이 힘들 것 같아요. 자기가 원하는, 꿈꾸는 삶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있잖아요? 그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진행자 : 한 기업가가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강연한 글을 읽었는데요, 이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가능성이 높은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장희문 : 저도 경쟁해야한다는 너무 다들 경쟁, 경쟁하다 보니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대요, 다들 조금씩 그런 욕심을 버리면 우리에게는 '가능성'과 '자유'가 있으니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 : 오늘 <젊은 그대>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희문 씨, 그리고 은주 씨와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희문, 최은주 : 감사합니다.
남한 사회에서는 높은 청년 실업률이 큰 문제입니다.
전체 실업률 평균 3%. 그러나 15세부터 29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은 7%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그래서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많습니다. 희문 씨와 은주 씨처럼 이런 경쟁 속에서도 '가능성'을 믿고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을 북쪽의 젊은이들도 함께 할 날을 바래봅니다.
<젊은 그대> 오늘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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