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백두산 천지는 절반은 중국 땅, 절반은 북쪽 땅입니다. 중국에서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백두산... 분단 이후 남쪽 사람들은 중국 땅을 딛고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을 오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백두산 여행 사진을 보면 다들 '조선'이라고 쓴 비석 앞에서 사진을 한 장씩 찍었습니다.
민족의 영산을 딴 나라로 올라가고도 나머지 반쪽 땅에는 발도 디딜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백두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천지에서 받은 그 감동과 함께 억울함과 분함, 답답함도 함께 얘기합니다.
ACT 현장음 = 방문 스케치
김성훈: 장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후정: 천지 구경하니까 좋아요. 너무 뿌듯해요. 근데 엄마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김민지: 이렇게 발 하나만 건너가면 북한이라는 것이 묘하네요...
남한의 대원 외국어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를 줄여서 외고라고 남쪽에서는 흔히 부르는데요, 대원 외고에는 투포원, 하나를 위한 둘 이라는 이름의 학생모임이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탈북 청소년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 등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초 이 모임의 세 친구가 북중 변경 지방과 백두산을 다녀왔는데요,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들의 중국 방문 얘기를 들어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임후정 :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대원외고 학생 임후정입니다.
김민지 : 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에 올라가는 김민지입니다.
김성훈 : 저도 3학년 올라가는 김성훈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 세 친구들은 학교에서 '투포원'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동아리인지 소개해주세요.
김민지 : 이름은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를 위한 둘'이라고 투포원입니다. 남북이 하나가 되자는 얘기고 통일을 바라는 마음에서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저희 대원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과 특별하게 탈북 대학생 언니, 오빠가 함께하고 있어요. 동아리 목적은 저희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알아 가자는 것도 있고 활동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탈북자분들을 돕기도 합니다. 또 활동 중 중요한 것은 탈북 대학생 언니, 오빠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인데 방학을 이용해서 과외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하고 있어요.
진행자 : 아무래도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어서 외국어를 잘 하겠죠? 그런 특기를 살려서 언니, 오빠 또는 누나, 형들의 영어 공부를 가르쳐준다는 말이죠? 어때요? 언니오빠들 잘 따라오나요?
김민지 : 네, 저희도 뿌듯한 것이 잘 따라오세요. 공부만 도와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연락도 하고 저희 동아리가 다른 활동할 때도 함께 참여하고 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진행자 : 아무래도 북쪽에서 왔다면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함께 활동해보니 어떤가요?
임후정 : 오히려 우리가 어려서 더 안 그런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들, 나이든 분들은 안 좋아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억양만 조금 달라요 (웃음)
김성훈 : 네, 저도 함께 활동하면서 생각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해서 역시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합니다.
진행자 : 앞으로 함께 할 젊은 세대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몇 명 정도 활동해요?
김민지 : 20명 정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신입생을 받고 있고요. 저희가 원래는 아는 사람들만 우리 활동을 듣고 알음알음으로 들어오는데 지금 1학년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인기 있는 동아리라고 해서 뿌듯했어요.
진행자 :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 이어 갔으면 좋겠네요. 이 세 친구들은 평소에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나요?
김민지 : 네, 인터넷에 북한 정보도 알리는 활동을 합니다. 또 저희 동아리에서 포럼 같은 것도 하는데 포럼에서 발제하려면 제대로 조사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도 많이 깨지고 그런 것들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려고 합니다.
임후정 : 사실 저는 친할아버지가 북한에 있는 대학을 졸업해서 거기서 의사로 일하시다가 잠깐 남한에 다니러 온 사이 전쟁이 나서 다시 못 가셨대요. 할머니는 아직 북쪽에 계신 이산가족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김성훈 : 저는 이산가족은 아니지만 북쪽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이나 책에서 북한에 대한 자료를 구해보고 하는데 인터넷 같은 데서 편견을 가지고 잘못된 정보가 퍼져있는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알고 싶어서 투포원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 이번에 투포원에서 북-중 변경도시를 5박 6일, 짧지 않은 일정으로 다녀왔어요. 여행은 어땠나요?
임후정 : 북한은 항상 멀게만 생각했는데 압록강 가면 정말 가까이 보이잖아요? 강 하나만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이니까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별로 멀지도 않으면 왜 중국까지 비행기 타고 돌아서 와야 했을까... 그리고 같은 민족을 중국 땅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 묘했습니다.
김민지 : 저희가 중국과 북한을 잇는 다리에 올랐는데 중국쪽 다리와 북한쪽 다리가 너무 차이가 확연히 나는 거예요. 중국도 화려한 곳이 아닌데 그런 중국에 비해서도 색깔도 없고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도 하나도 안 보이고 하니까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임후정 : 진짜 유령 도시 같았어요. 저기 진짜 사람이 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성훈 : 다리에서 정말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북한 땅인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북한 식당에 가봤는데 누나들이 참 순수해보이고 아름다우시더라고요.
김민지, 임후정 : 저희는 그런 것보다는 좀 슬퍼 보였어요.
진행자 : 사실 남성분들은 꼭 다녀와서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근데 민지 씨나 후정 씨는 왜 다르게 봤나요?
임후정 : 네, 같은 여성으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하니까 일단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민지 : 사실 저희가 식당에 있을 때 3-4 테이블밖에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되니까 공연을 하더라고요. 근데 그 언니들 표정이 딱 정색하고 있다가 노래가 나오면 막 웃으면서 노래를 하고 노래가 끝나면 바로 또 정색하고 무표정.
김성훈 : 정말 공연할 때하고 평소하고 표정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김민지 : 내 언니가 저렇게 하고 있다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들과 얘기해 보니까 다들 일류대 나왔다고 하던데...
진행자 : 북한에서는 외화 벌이 식당 종업원은 굉장히 선망 받는 직업 중의 하나인데요?
김민지 : 언니들이 이것저것 얘기를 해봤어요. 우리가 고등학생이라니까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기자님 말씀처럼 자부심 있어 보이긴 하는데 사실 이분들 남한에 온다면 우리가 봉사하는 언니들처럼 학교 다니고 영어도 배우고 공부하고 그런 나이인데 하는 생각을 하니 슬펐습니다.
진행자 : 요즘 북한 식당들도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니 학생들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이번 방문에서 백두산도 다녀왔죠? 천지 봤나요?
김민지 :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교과서에서 보던 것을 진짜로 볼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너무 추웠어요.
김성훈 : 진짜 추웠어요. 바람도 많이 불어서 옷이 다 찢어지고 (웃음) 너무 추워서 빨리 내려가자고 했네요.
진행자 : 짧은 여행이지만 다녀와서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민지 : 조사 할 때도 탈북자 언니, 오빠들에게 물어봐도 은근히 언니, 오빠들이 북한에 실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막 적극적으로 물어보지 않으면 얘기해주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중국에 다녀와서 왜 그런지 이해가 됐어요. 저희가 북한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고 중국 쪽에서 봤을 뿐인데도 도시가 죽어있고 그런 모습인데 탈북자 언니, 오빠들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빨리 색깔이 있는 환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저도 북쪽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면 참 놀랄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힘든 곳이 바로 우리의 반쪽입니다. 이런 실상을 알면 우리의 지금에 감사하고 그리고 빨리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요,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방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방송은 북쪽에 있는 청취자들 그리고 특히, 우리 함께 얘기하는 세 친구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함께 듣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인사하면서 끝내볼까요?
임후정 : 너무 오래 갈라져 있으면 다시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저희들 세대에 마무리될 수 있게 노력해요.
김민지 : 탈북 언니, 오빠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생각과 고민 모두 같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고 우리 빨리 만나요.
진행자 : 세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민지, 임후정, 김성훈 : 감사합니다.
<젊은 그대> 오늘 시간 이만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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