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우리는 다르고 우리는 같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새롭게 인사드리는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줍니다.

앞으로 매주 이 시간, 남한 젊은이들과 탈북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바깥세상의 다양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youth_grad_305
서울역에서 임진각역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졸업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새로운 방송이 기획되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방송의 제목을 정하는 일입니다. <젊은 그대>도 제목이 정해지기까지 몇 번의 회의를 거쳐 많은 얘기가 오고갔는데요, 그 고민의 현장입니다.

INS - 서울 지국 회의

/오늘 새로운 프로그램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요, 어떤 것이 좋을까요?

/청춘 예찬은 어때요?

/‘ㅊ’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읽기 힘들지 않겠어요?

/나는 젊은 그대가 좋은데요, 괜찮지 않아요?

/노래 제목이잖아, 그건 좀 그렇지.

/북한식으로 하면 ‘청년 예찬’ 이렇게 지금 나온 것 잘 알아들을 것 같은데, 다들 낙후했다고 하니까... 사실 지금 현재 북한을 맞추면 아주 좋은 건데요.

/그래도 제목은 좀 새롭게 잘 지으면 좋지...

/예찬, 찬가 다 좋은데요, 방송의 내용이 남한의 젊은이들이 사는 모습, 이걸 북한의 젊은이들한테 전달을 해주자는 거니까 이걸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청춘 일기는 어때요?

/일기는 촌스러워요.

/그럼 다이어리?

/그러지 말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젊은 친구들 있잖아요, 그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어때요? /젊은 친구들 들고 오는 말을 쓰는 것이 아마 힘들 것입니다. ‘청춘 홧팅’ 이런 것 들고 오면 쓰기 힘들지? (웃음)

청년 홧팅, 이 말은 아마 남쪽에서도 잘 못 알아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젊은 친구들이 힘내라는 뜻으로 응원할 때 쓰는 영어, 파이팅을 이렇게 줄여 부릅니다. ‘홧팅’

청년예찬, 청년일기, 청년 만세... 저희가 고민한 제목을 통해서 짐작하셨겠지만 이 방송은 젊은이들을 위해 기획됐습니다. ‘남한과 북한 밖의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북한의 젊은 그대들에게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제목은 <젊은 그대>입니다. ‘젊음은 나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만든다’.... 요즘 남쪽 젊은이들이 많이 읽는 ‘젊은의 탄생’이라는 책에 발췌한 말입니다. 이 시간, 잠시 청취자 여러분 모두 나이를 잊고 저희의 ‘젊은 그대’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브릿지)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젊은이들이 ‘북한’, ‘조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짐작하십니까?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KBS 남북 협력 기획단의 2010년 통일 의식조사를 보면 북한 정권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60%를 넘습니다. 또 북한을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이 30% 이상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짐작하십니까? 남한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 10명 중 6명이 북한을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나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거리에 나가 20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ACT - 거리 인터뷰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1) 같은 민족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잘 알 수 없는 그런 존재요? 뉴스에서 보면 그래서 기분이 묘하죠. 같이 살아 본적은 없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저희가 남인가? 아닌가? 혼란을 겪죠.

학생2) 솔직히 큰 관심은 없고요 사실 오고 가면서 보고 지나치는 정도요? 사실, 저 먹고 살기도 바빠요 (그럼 북한 3대 세습에 대해서 많이 보도되는데요?) 좀 이해가 안 되는 일도 많아요. 삼대 세습은 우리가 봤을 때는 그것이 과연 사회주의인가? 주민들은 가난하게 사는데 높으신 분들은 얼굴을 보면 정말 잘 먹고 사는 것 같고요...

학생3) 할아버지가 실향민이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북한에 관심 많아요.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북한은 가깝고도 먼 형제? 우리가 같이 살아야하는 형제지만 그렇지만 당장 옆에 둘 수 없는 형제?

학생4) 함께 같이 나아가야할 존재긴 한데,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좀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 같아요. 지금 현재 남북한의 상황도 그렇고 통일된 뒤에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요.

학생5) 통일을 과연 해야하나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50년 이상 떨어져 살면서 남한과 북한이 달라졌잖아요? 쉽게 통합되기 힘들 것 같아요. 경제면에서도 그렇지만 다른 부분에 더 차이가 클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북한 출신 청년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 남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또 남한 청년들과 함께 살아가는 북한 출신 젊은이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남한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희문 군, 그리고 북한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최은주 양과 함께 얘기를 나눠봅니다. 두 학생 모두 남북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청년 모임, ‘나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은주 : 안녕하세요, 저는 최은주 입니다. 24살이고요. 저는 탈북자인데 외대 학생입니다.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북한 어디 출신이에요?) 아오지 출신이데요. 북한에서는 사실 은덕으로 바꿨는데 남쪽에는 은덕이라면 잘 몰라요. 그래서 아오지 출신이라면 다 아시더라고요. (아오지 탄광 때문에 남쪽에서 아오지 하면 알죠? ) 네, 맞습니다.

장희문 : 저는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고 23살 장희문입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이고요 대학교에 오면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기자 : 은주 씨는 몇 년도에 북한을 나왔어요?

최은주 : 2002년도 남한에 들어왔어요. 북한에서는 99년도 나왔죠.

기자 : 학교생활은 어때요?

최은주 : 저는 1-2학년 때는 후배, 선배 사귀고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가 3학년 고비였는데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생겨서 휴학도 했다가 복학했는데요, 이제 4학년 되니까 너무 아쉬워요.

기자 : 은주 씨는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고 밝혔어요?

최은주 : 입학하면 ‘새터’라는 걸 가는데요, 저는 거기서 말했어요.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친구들 반응은 ‘아, 그렇구나...’ 이 정도? (젊은 친구들이여서 그런 걸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걔가 거기서 왔구나 그렇구나 그러는 거죠. 여기 얘들은 자기 일이 바쁘죠, 사실.

기자: 희문 씨는 어때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 중에 북한에서 온 친구가 있나요?

장희문 : 같은 과에는 없는데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북한에서 온 줄 몰랐어요. 어느 순간 북한에서 왔다는 걸 알았는데, 저는 진짜 놀랐어요. 말하는 것도 다 비슷했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어울리다보니 우리가 친하게 지낼 수 있구나... 우리가. 처음엔 다를 수 있지만 함께 지내면 친해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기자 : 그 친구가 북에서 와서 나와 이런 것 좀 다르다, 느낀 것이 있다면요?

장희문 : 글쎄요, 개인적으로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약간 강해요. 솔직하고 남한 사람들에 비해 강한 측면이 있어요.

기자 : 은주 씨는 어때요?

최은주 :음, 뭐가 있을까요? 어렵네요... 아 이런 것이 있는데요, 사실 저도 이제 여기서 살다보니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이웃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자기 할 일 하고 너무 바쁘게 생활해요. 자기일밖에 모르는 것을 많이 보다보니 저도 변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어요.

기자: 그런데 특별히 다른 점을 얘기 하지 않네요? 그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얘기에요?

최은주 : 네 사실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남한에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같은 지방 도시가 있잖아요? 북한도 그냥 하나의 지방으로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요? 북한이 북한 사투리를 쓰잖아요, 한반도인데 다른 지방에서 와서 사투리를 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살았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있는 차이가 조금씩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고요.

기자 : 은주 씨는 이제 남한 생활이 8년차가 되는데요, 남한 생활 어때요?

최은주 : 저는 북한에서는 남한이 너무 가난한 줄 알았는데, 중국에 와서 잘 산다는 걸 알았어요. 좀 충격 받았던 것은 하나원에 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2층짜리 집만 나왔는데, 하나원에 나와서 우리 집으로 가보니 11평에 방이 딱 한 개밖에 없고 막 경찰이 나올 것 같고... 그때 울면서 다시 가겠다고 했어요.(웃음) 지금은 11평이 감지덕지해요.

기자 : 8년 동안 살아보니 남한 사회 살만한 사회인가요?

최은주 : 살만한데요, 너무 치열해요. 여기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 있어요. 뭐 대통령이 되겠다, 이런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북한에서 13년 살면서 그런 꿈이 없었어요. 저 개인에 한정된 얘기일 수도 있지만요, 배급이 나오고 그러니 그냥 그렇게 되겠지 생각했던 같아요. 그렇지만 이제 저도 처음 꿈이라는 것이 생겼어요. 처음엔 뭐가 돼야지 부자가 되나,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부자도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서 이제는 웹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갑니다.

기자 : 북한에선 꿈 얘기 안 해요?

최은주 : 제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요, 한번도 사실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막 사랑... 이런 것 들어본 적이 없어요. 사랑해... 이런 얘기도요. 다 김정일 김일성... 거기엔 사랑이 들어가 있었던가? 아마 그 단어는 들어가 있었겠죠? 그런데 그게 사랑이란 개념은 몰랐어요.

기자 : 그럼 북한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꿈과 사랑?

최은주 : 자기가 살아가면서 인생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냥 나라에서 ‘너 이거해.’ 하면 ‘네’하고 하는 것보다 ‘나는 이게 하고 싶어’ 이렇게 사는 게 멋지지 않아요? 근데 딱 사는 건데, 꿈이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꿈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웃음)

기자 : 희문 씨는요?

장희문 : 저도 꿈과 사랑 할래요, 제가 요즘에 연애를 하거든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이 두 친구들 모두 북한 젊은이들에게 꿈과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꿈과 사랑, 그리고 우리가 다르고 또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저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