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기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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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동네 누구네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다 알았던 시절에는 이웃들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네 집이 힘든 처지에 있는지 아픈 사람이 있는지 다 알았고 이웃들은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남쪽은 이런 일이 거의 불가능한데요. 주택이 아닌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동네엔 이웃이 자그마치 몇 백 명... 또 모두 바빠지면서 예전만큼 이웃들과 교류할 만한 여유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모두 못되고 세상은 각박해졌는가? 글쎄요, 남쪽 국민 3명 중 한 명이 지난 1년 평균 170달러가량 기부를 했다니 세상이 그렇게 각박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이웃의 정은 이제 기부 문화로 바뀌어 남한 사회에 정착되고 있는데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을 대가 없는 내놓는 것을 '기부'라고 합니다. 요즘은 돈, 물건 뿐 아니라 개인의 재능이나 능력, 노동력을 기부하는 다양한 방식의 기부가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남쪽의 이런 기부 문화를 전해드립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민선 씨 함께합니다.

INS - 시민 인터뷰 : 생각은 있는데 기부가 쉽지 않아요. 어디에 쓰는지 의심도 되기도 하고요...

진행자 : 인터뷰에서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부가 쉬운 일은 아닌데요. 희문 씨, 민선 씨 두 분은 이런 기부해보신 적 있으세요?

장희문 : 이것도 기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크리스마스, 성탄절 즈음이면 빨간 옷을 입은 구세군들이 빨간 냄비 앞에서 딸랑딸랑 종을 흔들어요.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것인데 어렸을 때부터 많이 냈어요. 걷다가 구세군이 보이면 아버지에게 천원만 달라고 해서 달려가서 냈던 기억이 많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흐뭇했습니다.

최민선 : 저는 작은 것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밤에 순찰 도는 봉사활동하고 금요일, 주말에 시간되면 장애인 시설에서 밥 퍼주고 설거지하기도 하고요.

진행자 : 그런 봉사활동, 자원봉사도 일종의 노동 기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민선 씨는 생각보다 봉사를 많이 하네요. (웃음)

최민선 : 네, 저는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더 하고 싶어요. 제가 계산해보니까 1월부터는 돈을 조금이지만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에 쓸까 생각하다가 제가 대안학교를 나왔는데요. 한국에 와서 처음 공부를 했던 곳이고 또 제가 초중고를 거기서 졸업했으니까 혹시 그 학교에 가정 사정 때문에 자기의 꿈을 접은 친구들이 있다면 돕고 싶어요.

진행자 : 좋은 생각입니다. 원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더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한다는데요. 민선 씨는 대안학교에서 본인이 받은 도움을 돌려주려고 생각하는 거네요. 저도 항상 마음으로는 남을 좀 돕고 살아야겠다, 나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막상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쉽게 실천하지 못하네요. 저보다는 오히려 두 분이 더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웃음)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기부 운동을 하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는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도 많았는데 요즘에 눈에 자주 띄는 건 '서아프리카 어린들이 돕기 위한 털모자 뜨기 운동'입니다. 서아프리카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답니다. 그래서 털실을 사서 이 운동 본부에서 제공하는 안내서에 따라 털모자를 떠서 운동 본부에 보내면 이 단체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냅니다. 이렇게 다양한 기부의 방법들이 있어서 요즘은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 기회가 없다는 건 좀 핑계입니다.

장희문 : 맞아요. 요즘에 재능 기부라는 것도 있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털실로 모자를 짜는 것도 제가 뭔가를 해서 남을 돕는 거잖아요? 내가 꼭 돈이 없더라도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재능을 갖고 남을 돕는 것인데 학생인 저는 이런 재능 기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아, 민선 씨 같이 북쪽에서 온 탈북 학생들은 특별히 할 수 있는 재능 기부가 있어요. 통일 교육.... 좋은 재능 기부가 되지 않을까요?

최민선 : 아, 저는 실제로 참여해봤어요. 초등학교에 가서 북한에 관련된 것 설명해주고 알려주고 그런 봉사 많이 했어요.

장희문 : 요즘은 연예인들도 기부 많이 해요. 대표적으로 가수, 김장훈 씨... 청소년 돕는 일 많이 하시고요.

최민선 : 이런 연예인들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건 정말 좋은 일 같아요. 보통 이런 사람들을 공인이라고 하잖아요?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또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는 사람들이라 영향력이 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기부한 것을 보고 아, 좋아 보인다,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고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줘요.

진행자 :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씨 부부도 대표적으로 기부를 많이 하는 연예인들인데요. 이 사람들은 아이들의 돌 생일날, 잔치를 하지 않고 이 비용으로 어린이들을 돕는 사회단체, 구호단체에 기부를 해요. 이들의 선행이 보도된 이후에 제 주변에도 이렇게 아이 생일날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최민선 :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인데요. 저도 결혼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웃음)

진행자 : 민선 씨처럼 바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공인들이 기부에 앞장 서는 게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기부 문화 확산에 확실히 일조하잖아요? (웃음) 제가 통계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2000년 초반에 남쪽에서 기부해봤다는 사람은 40%가 안 됐어요. 요즘에는 70% 정도 참여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장희문 : 진짜 많이 늘어났네요.

진행자 : 저희가 지금 '기부 문화', '기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북쪽 청취자들이 이 말을 알아들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민선 씨, 북쪽에서 기부라는 말을 사용합니까?

최민선 : 저는 못 들어봤어요. 남쪽에 와서 들어 봤습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도 처음에 '기부'라는 말을 잘 안 썼죠. 불우이웃 돕기 성금.... 이런 식으로 돈이나 물건을 모으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최민선 : 아, 북에도 원호라는 건 있어요. 군대에게 돈이나 목도리, 옷 같은 것을 모아서 보내는 거예요.

진행자 : 그것도 일종의 성금이네요. 근데, 기부는 자발적이어야 하는데요. 자발적인가, 내가 원해서 하는가... 이게 아주 중요하죠.

최민선 :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웃음) 저희는 좀 강제성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갖고 오라 막 그러니까요.

진행자 : 남쪽에서도 성금 모금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부 형태입니다. 일본에 대형 쓰나미 즉 대형지진 해일, 방콕 홍수, 터키 지진 같은 재해 돕기 성금 운동... 또 불우 이웃 돕기도 있고요. 근데 요즘은 방법이 아주 세련돼 졌습니다.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성금이 천원, 이천원 빠져나갑니다. 성금으로 낸 돈은 전화 요금에 합산돼 나오고요.

장희문 :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방송 보셨어요? 그 방송 보면 몸에 장애가 있거나 중병에 걸려 치료비나 수술비가 많이 필요한 분들의 사연이 소개되는데요. 그분들을 위해서 텔레비전 보는 사람이 성금을 낼 수 있어요. 텔레비전 화면 왼쪽 상단에 있는 번호에 전화하면 천원, 일 달러정도 전화비에서 빠져 나가거든요? 저는 이 방송 보면서 도와주고 싶어서 여러 번 전화한 적 있어요.

진행자 : 이 방송 보면 희문 씨 얘기처럼 화면 상단에 전화번호와 함께 모금액이 나오는데요. 그 모금액이 올라가는 걸 보면 대단하죠?

장희문 : 맞아요. 그걸 보면 항상 좀 뿌듯해요.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웃음) 평상시에는 기부에 대한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이런 방송을 보면 저절로 하게 되죠.

최민선 : 사실 남한이 자본주의 나라잖아요? 저는 자본주의 나라는 자기만 살려고 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강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면서 남한 사람들도 정이 있고 따뜻하구나... 이런 걸 많이 느껴요.

진행자 : 저희 방송에서 '기부 문화'를 소개해드리는 이유도 그런 남한 사람들의 사람 냄새, 정을 좀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북쪽에선 남쪽은 정 없고 차가운, 무한 경쟁에 던져지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비판하는데요. 빠르게 돌아가는 경쟁 사회에서 분명 소외된 그늘들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다 배려하지 못한 이런 곳곳에 숨어있는 그늘들을 시민 사회가 책임져주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부 문화입니다.

특히 남쪽에서는 입버릇처럼 '선진국'을 많이 얘기합니다.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국가 또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발전된 국가라는 얘기인데요. 선진국이 되자, 선진형 제품, 선진문화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기부 문화가 대표적인 선진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장희문 :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 부유하고 권력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정신이 상당히 투철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갑부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많은 부분을 기부해서 교육 사업을 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하는 일도 많더라고요. 이런 문화는 우리가 꼭 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아, 두 분 다 기억나는지 모르겠는데요. 몇 년 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어요.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서 불우이웃을 돕는 한 사회단체에서 기부금을 방탕하게 사용하다가 감사에 적발된 사건이요. 이런 사건이 나면 기부금이 확 줄죠.

최민선 : 진짜 그럼 누가 기부를 하고 싶겠어요?

진행자 : 그래서 기부문화가 활발한 사회가 되려면 그 선결 조건이 바로 사회의 투명도, 신뢰도입니다. 내가 기부한 돈이 투명하게 잘 쓰인다는 걸 믿을 수 있어야 기부가 활발해지죠. 그런 면에서 기부는 선진 사회의 척도로 불립니다.

장희문 : 근데 기부를 하려면 내가 갖고 있는 게 있어야 하는데 제가 지금 학생이라 지금은 별로 돈이 없어요. (웃음) 나중엔 저도 돈을 벌면 이런 식으로 좋은데 잘 쓰고 싶다는 생각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최민선 : 저도요. 저도 돈을 일단 많이 벌어서 (웃음) 저희 가족들도 잘 보살피고 싶고 불우한 이웃도 돕고 싶고요. 더 나아가서 통일 됐을 때도 도움이 많이 됐으면 합니다. 그때는 정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럴 때 이런 기부 문화가 꼭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근데, 개인적으로 좀 창피하네... (웃음) 저는 처음 얘기 시작할 때는 학생이라 두 분은 별 일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희문 씨는 <나우> 활동 열심히 하고 있고 민선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저는 아이 교육 쪽으로 힘써볼까요? 어려서부터 기부나 자원 봉사가 몸에 배일 수 있도록 교육해보는 거죠.

장희문 : 진짜 그렇데요. 미국 같은 곳 보면 그렇잖아요. 커서 배우는 그게 의무로 다가오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면 그것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고 하잖아요... (웃음)

INS - 시민들 인터뷰 : 제가 아껴 낸 돈이 누구의 인생 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설레고 기뻐요...

기쁨은 나누면 커진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 기부에 딱 맞는 말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남들과 나누는 사람들... 이분들이 있기에 감히 여러분께 남한 사회는 살만한 사회라고 소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나눔의 문화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사회를 더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오늘 <젊은 그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