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ACT - 10시 30분부터 나왔어요. (잘 받아가요?) 아직까진 버리는 분은 없으신데요? 탈북자들이 북송 위기에 있습니다. 전단지 읽어봐 주세요!
아직 쌀쌀한 아침 시간, 청계천 광장 앞 횡단보도에서 전단지 배포가 한창입니다. 전단지엔 최근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얘기와 탈북자 문제에 남한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이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ACT -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귀를 기울여 주세요. 오늘 아침 서른 명의 탈북자 중 두 명이 또 북송됐다고 합니다.
이날 청계 광장에 모인 학생들은 미래를 여는 청년 포럼, 북한인권탈북청년엽합, 북한인권학생연대 세 개 단체 회원입니다. 전단지 배포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며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북한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ACT - '탈북, 체포, 강제 송환이라는 악순환은 3대 세습 독재가 존속하는 한 언제나 진행형이다. 탈북자들의 죽음의 행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미 수많은 탈북자들이 타의에 의해 죽음의 골짜기로 다시금 걸어 들어갔으며 그럼에도 탈북은 계속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세 번의 강제 북송 끝에 남쪽에 온 탈북 대학생, 백요셉(가명) 씨도 함께 했습니다.
ACT - 2003년 3월에 넘자마자 일주일 만에 잡혀서 북송됐고 교회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엄중 처벌됐어요. 세 번째 만에 살아남은 것이죠. 근데 남한으로 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중국에 나와서도 여기저기 4년 동안 떠돌았습니다. 솔직히 탈북자들은 국제 고아예요.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 어떤 나라도 없으니까요...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거쳐 북한을 나온 지 6년 만에 남한으로 왔다는 백요셉 씨. 탈북자 북송 소식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각종 시위가 이어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마냥 반갑진 않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앞서는 건 안타까움입니다.
ACT- 북송과 탈북 행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0년이 넘었어요.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이 문제를 이슈화시키지 못했어요. 이미 다 터진 마당에 와서 그리고 이것도 쟁개비처럼 잦아드는 게 아닌가... 그럼 또 저쪽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 관심 갖는 것도 너무 고맙긴 한데요.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겠죠.
INS - Save My Friend !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 Save my friend이라는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서명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홈페이지에는 "지난 2월 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공안국에 체포된 탈북자 10명이 다른 지역에서 체포된 탈북자 21명과 함께 억류돼 있고 공안당국이 늦어도 20일까지 이들의 북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체포된 탈북자 중 친구의 여동생이 포함됐다"며 서명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김지유 씨의 말입니다.
ACT - 김지유 : 친해진 북한 출신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 친구의 동생이 중국 공안에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저도 취직 준비를 멈추고 이 일에 달려들었어요. 31명이 그전에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는데 친구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가족처럼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이 만든 이 사이트의 이름은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 단체의 이름이자 요즘 시위의 구호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동시에 진행되는 서명 운동은 3일 만에 3만 5천명이 참여했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29일 현재 세계에서 15만 7천명이 탈북자 북송에 반대한다고 서명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서명은 각국 수장들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인데요. 이들의 활동은 서명 운동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북송 반대와 관련된 각종 시위 정보를 전달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행동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ACT 김지유 - 저희가 페이스북이나 카톡을 통해 주로 연락하고요. 트위터로 처음에 3만5천 명을 달성했습니다. 그분들은 거의 통일에 대해 같이 모였던 분들도 있고요. 다른 분들은 그분들이 연락을 해서 모였는데요. 한 다리만 건너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친구의 친구의 친구라는 마음으로 직접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4, 50명의 청년들이 모이게 됐습니다.
<젊은 그대>에서도 최민선, 장희문 씨와 함께 28일 밤, 서울 효자동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촛불 시위에 참여해봤습니다.
INS - 진행자 : 여기다...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석해본 적 있어요?
장희문 : 저는 처음이에요.
최민선 : 지난주에 북송 반대 시위에 참여했었어요. 동생이 북송됐다고 언니가 편지 낭독했는데 가슴이 아파서 혼났습니다. 저도 북송된 경험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지금 도문에 있다고 하는데 저도 어떨지 상상이 가니까 미치겠습니다...
시위 장소는 중국 대사관 길 건너편 건물 앞. 작은 천막 두 개가 눈에 뜁니다. 이날로 8일 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박선영 자유 선진당 의원과 7일 째 단식하는 탈북자 이애란 씨가 기거하는 곳입니다.
ACT - 박선영 의원 : 저는 여기서 먹고 잡니다.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주셔야 성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하늘에서 성공이 뚝 떨어지지 않아요...
모여 있는 인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ACT - 행사 관계자 - 촛불 시위는 따로 주체하는 단체는 없어요. 저희가 촛불만 준비하고 있고요. 모이는 분들은 자발적으로 오십니다.
시위는 흐르는 촛농과 바람을 막아줄 종이컵에 촛불을 꽂아 손에 든다는 것 외에 별다른 형식은 없었습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기도하고 할 얘기가 있는 사람은 앞에 나가 말하면 됩니다. 마이크도 없고 확성기도 없어서 말소리는 자동차 소리에 묻히기 일쑤지만 시위는 1시간이 넘게 계속 됐습니다.
INS - 참가자 발언
행사 참가자들의 말도 들어봤습니다.
ACT - 참가자들 인터뷰 : 페이스 북 보고 나오게 됐다. 참여인원이 너무 적어서 좀 놀랐다. 다음에 친구와 함께 다시 한 번 들릴 예정이다.
행사가 끝날 즈음 모인 사람들은 시작할 때 두 배는 됐습니다. 마지막 구호는 내 친구를 구하자, 내 형제를 구하자, 내 부모를 구하자.
ACT - Save My Friend ! Save My Brother ! Save My Parents !
INS - 진행자 : 시위가 이제 모두 끝났는데요. 희문 씨와 민선 씨 함께 참여해보니 어땠어요?
최민선 : 저는 진짜, 그냥 마음으로만 북송 반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저도 이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어요. 이런 행동들이 모여서 변화가 와서 새로운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희문 : 오신 분들도 단체에 속한 분들도 있지만 그냥 이런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알고 나온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같은 동포로써의 동포애, 민족애가 남쪽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민선 씨는 북송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잖아요?
최민선 : 네, 저도 갔었죠. 저는 그곳에서 사람이 맞아 죽는 것도 봤어요. 어릴 때 봤던 그 장면에 대한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요. 이분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다 처벌한다잖아요? 중국도 이제는 변화를 해야 하지 않아요? 사람이 한두명이 죽은 것이 아니잖아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 한명 두 명 모이면 그 힘이 그렇게 작지 않을 겁니다.
INS - 마법의 성
시위 현장에서 항상 함께 합창하는 노랩니다. '마법의 성'. 가사가 어떤 구호보다 촛불 시위에 딱 맞아 고른 노래라는데요. 가사가 이렇습니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모여 이제 나의 손을 잡아봐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소중해 함께 있다면.
서울 효자동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24일 이후 거의 매일, 낮 2시와 저녁 7시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젊은 그대> 이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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