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네티즌, 자유를 고마워 해야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2.09.27
netizen_young_305 2012세계자연보전총회(WCC) 홍보대사인 가수 2AM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총회 공식 SNS를 통해 네티즌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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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이 방송을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죠?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과 통신망 그러니까 인터넷을 뜻하는 네트워크의 합성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 사용자라는 얘깁니다.

초창기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네티즌하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표현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구체화됐습니다.

이제 네티즌이라는 말을 빼고 남쪽의 여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여론을 전하기 힘들 정도인데요. 요즘은 경찰보다 네티즌 수사대가 더 무섭다...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서 빠르게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에 옮기는 힘 있는 집단이지만 냄비처럼 너무 쉽게 끓어올라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고 또 익명성을 등에 업은 악성 댓글 등으로 비판도 받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남쪽의 네티즌을 소개합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김윤미, 양승은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윤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두 분도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윤미, 양승은 : 그럼요.

진행자 : 네티즌, 요즘은 그냥 인터넷만 사용한다고 네티즌은 아닌데요. 어떤 기준으로 본인들이 네티즌이라고 하십니까?

양승은 : 인터넷에서 신문 기사나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한 댓글을 남겨서 제 의견을 표시하는데요. 그럼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김윤미 : 저는 댓글은 잘 안 쓰는데요. 어떤 의견에 대해서 찬성이나 반대를 물어볼 때는 열심히 누릅니다. (웃음) 제가 찬성이면 찬성을 반대면 반대를 열심히 클릭하면서 지지해줍니다.

진행자 : 어쨌든 두 분 다 인터넷을 그냥 찾아보는 수준이 아니라 뭔가 참여를 한다는 말이네요.

김윤미 : 저는 솔직히 제가 댓글 같은 글을 쓰는 입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남긴 글을 읽어보는 입장이죠. 정치 관련 기사에 보면 찬성, 반대를 표시할 수 있게 돼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댓글이 제 입장과 같으면 찬성 클릭하고 반대라면 반대를 누르고 그런 식으로 참여합니다. 근데 네티즌들이 댓글을 올린 걸 읽어보면 맞는 얘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거나 완전히 상관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는데요. 어쨌든 이런 댓글을 죽 읽어보면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또 여론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 요즘은 신문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을 추려서 다시 기사를 쓰기도 하죠?

김윤미 : 기자들도 선거 때가 되면 네티즌들이 이러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기사를 쓰잖아요? 요즘은 까딱 잘 못하면 네티즌들에게 가차 없이 비판을 받죠. (웃음) 이런 댓글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그냥 지켜보는 입장이긴 하지만 심하다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네티즌이 정말 왕처럼 힘이 세지니까 더 주의해야겠는데 이런 힘을 믿고 못되게 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 악성 댓글이라고 하죠?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죠. 두 분은 이런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거나 아니면 직접 댓글을 써본 적 있나요?

양승은 : 얼굴 안 보인다고 너무 막말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요. 저도 그런 댓글을 읽으면서 웃고 그랬으니 동조한 거나 다름 없는 건가요?

김윤미 : 혹시 ‘강남녀’라고 아세요? 물도 강남에서 산 것만 마시고 뭐든 강남이 아니면 안 된다는 여성이요. 유선 방송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인데요. 저 진짜 그 여성보고 분노했거든요. 제가 글을 남기진 않았지만 그 여성을 소개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양승은 : 요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떠서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 아닌가 싶던데요...

진행자 :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그 여성분은 인터넷에서 참 엄청난 소리 많이 들었을 겁니다. 요즘은 이렇게 무슨 무슨 녀, 무슨 무슨 남... 이런 것이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상식 밖의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남녀를 일컫는 유행어로 신상까지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김윤미 : 진짜 화가 났어도 직접 얼굴 보면 심한 말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 상에서는 상대방의 얼굴도 안 보이고 또 상대방도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심한 표현이 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진행자 : 문제는 나를 직접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익명성과 인터넷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막 냄비에 물 끓듯 반응하는 게 문젭니다.

양승은 : 맞아요.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어떤 의견으로 우르르 몰리는 경향이 있어요.

진행자 : 지금 우리가 얘기한 이런 점들은 네티즌의 나쁜 점인데요. 좋은 점도 있잖습니까?

양승은 : 지금 얘기한 나쁜 점이 반대로 좋은 점도 됩니다. 가상공간에서 보장되는 익명성 때문에 악성 댓글 같은 문제도 생기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니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또 이런 개인들의 목소리가 모여서 큰 목소리를 만들고 그래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시민의 힘이 되기도 합니다.

김윤미 : 내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상사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겠어요? 익명성이 보장되니까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얼마 전에 중요한 판결이 나왔는데 두 분,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남한 정부는 2002년 공공 기관이나 인터넷 검색 사이트 등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인터넷 실명제 도입했는데요. 2012년 8월, 이런 실명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양승은 : 실명제를 하면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고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하자니 그것도 부작용이 있고요...

김윤미 : 사실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에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행자 : 그래서 착한 댓글 달기 운동, 선플 운동 같은 것도 나왔습니다.

김윤미 : 사실 북쪽에서는 무조건 입소문이거든요. 그래서 같은 지방에서도 소식이 전해지려면 3-4일 정도는 걸리는데요. 여기는 자고 나면 난리잖아요?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다 보니 소문이 정확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믿다가 장사를 망치는 사람도 있고요. 북한은 기차가 정확히 오면 소식도 그만큼 빨리 전달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소식이 전파되는데 시간이 더 걸리죠. 그렇지만 북쪽도 요즘은 집 전화를 놓을 수 있고 휴대 전화도 사용한다니까 더 빨라졌겠죠.

진행자 : 전화도 입소문보다는 빠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 전화를 걸어서 말로 설명해주고 또 그 소식이 퍼져나가는데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인터넷에서는 수만 명, 수 억 명이 한꺼번에 접속해서 동시에 그 정보를 볼 수 있으니까 정보가 퍼지는 속도... 청취자 여러분들, 짐작하실 수 있겠어요? 어쨌든 북쪽에는 인터넷이 들어가야 이런 네티즌도 생기겠죠?

양승은 : 북한에는 인터넷이 없나요?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요.

김윤미 : 없죠. 있다고 해도 북한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지 바깥세상과 연결된 인터넷은 아닙니다. 전화도 있지만 대부분 도청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잖아요? 자유도 없고요. 여기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곳이지만 그쪽은 개인의 자유는 꿈도 꾸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남쪽의 네티즌들이 그런 자유를 자신들이 만끽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좀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 자유를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막 마음대로 비난하고 감정에 휘둘리며 책임감 없이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는 진짜 그 자유를 위해서... 사실 그런 자유가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소중한 자유를 갖고 사는 우리는 그만큼 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네, 오늘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김윤미, 양승은 : 감사합니다.

네티즌을 순우리말로 ‘누리꾼’이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순화한 말로 세상을 뜻하는 ‘누리’와 사람을 가리키는 어미 ‘꾼’을 붙여서 만든 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말도 순우리말로 바꿨는데요. ‘누리그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누리그물, 누리꾼…듣기도 참 좋고 예쁜 말입니다. 누리 그물에서 세상을 보고 그 세상을 현실 세계에 전하는 누리꾼... 청취자 여러분도 이 누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남쪽의 여론을 주도하는 네티즌, 누리꾼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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