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한국의 교육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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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He said, you know, the biggest challenge that I have is that my parents are too demanding. He said even if somebody is dirt poor, they are insisting that their kids are getting the best education."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들의 강한 요구가 가장 큰 과제라고 얘기했습니다. 한국 부모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자녀들은 최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는 겁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육 문제에 대해 한국 교육의 열렬한 애찬자입니다. 미국의 교육 개혁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오히려 남쪽에서는 교육열이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는 가장 금싸라기 땅은 강남 지역입니다. 1970년대 개발된 한강 이남지역을 가리켜 강남이라고 하는데 이곳 땅값이 이렇게 올랐냐면 바로 '교육' 때문입니다. 정책적으로 명문 학교들을 강남 지역으로 이전시켰고 학부모들은 좋은 학교를 따라 강남으로 옮아갔습니다. 그러면서 덩달아 땅값도 오른 것인데 좋은 학교를 다닌다고 꼭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교육 환경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어쨌든 땅값도 올리는 게 교육열입니다.

요즘 가족 단위 탈북자들에게 탈북 이유를 물어보면 자녀의 교육 문제가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아버지를 북에 두고 어머니와 아이들만 나온 경우에도 교육 문제가 탈북 동기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 북이나 남이나 교육열은 정말 닮아 있습니다.

부모들은 이렇게 교육열에 타오르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또 이게 아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교육열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민선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잘 지내셨습니까?

장희문, 최민선 : 네, 잘 지냈습니다.

진행자 : 오늘부터 '젊은 그대'에 함께할 새로운 식구가 있어요. 최민선 씨, 반가워요.

최민선 : 안녕하세요. 저는 최민선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리게 돼서 반갑습니다. 2006년도에 남한에 왔어요. 함경북도 출신이고요. 올해 21살입니다.

진행자 : 학생이시죠?

최민선 : 네, 동국대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진행자 : 공부는 힘들지 않아요?

최민선 : 공부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재밌었어요. 거기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환경적인 제약이 있었는데 여기오니까 자유롭기도 하고 책도 정말 많고요.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진행자 : 민선 씨의 자세가 참 좋은데요. 전공은 뭐에요?

최민선 : 경찰행정입니다. 여자 학생들이 드물고 또 탈북자 출신 경찰이 아직 없는데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탈북자 출신 1호 여자 경찰이 되고 싶어요.

진행자 : 그날, 기대하겠습니다.
민선 씨와 희문 씨, 헬리콥터 맘이라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장희문, 최민선 : 아뇨. 처음 들어봤습니다.

진행자 : '맘'이란 영어로 어머니, mother의 줄임말입니다. 헬리콥터는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실테고요. 아이들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공부나 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챙겨주는 엄마를 헬리콥터 맘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요즘 이렇게 '맘'이 붙은 새로운 용어들이 꽤 많은데요. '매니저 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학원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엄마라고 해서 매니저, 영어로 운영자를 뜻하는 말을 붙여 매니저 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또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한국에서 돈 벌며 혼자 생활하는 아빠들을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다 교육, 교육열이 만들어난 현상을 잘 상징하는 말입니다. 어때요, 희문 씨나 민선 씨는 이런 얘기 실감하세요?

최민선 : 그럼요. 정말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부모님들의 관심 때문에 공부는 기본적으로 잘 하는데요. 반면에 저희가 조금 더 철은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행자 : 아무래도 북쪽에서 넘어온 청년들이 힘든 일도 겪어서 그런지 진짜 만나보면 어린 나이에 비해 철이 든 친구들이 많아요.

최민선 : 네, 여기 친구들은 참 부모님들이 다 챙겨주고 공부도 챙겨주고 하셨지만 저희들은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농사일, 밥 먹고 사는 일이 더 먼저라 알아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거죠. 그런 면에서 저희들이 좀 더 철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반면에 남쪽 학생들 중에도 철이 든 친구들도 많아요. 부모님이 그렇게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꼭 철딱서니 없진 않고요. 책 속에서 많은 걸 배워서 그런지 공부 잘 하고 인성도 좋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또 여기는 봉사 활동이 활성화돼 있잖아요? 그런 봉사 활동을 통해서 남을 배려하고 자기보다 못 사는 사람을 생각하는 철들고 성숙해진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장희문 : 저는 주변에 지금 얘기한 헬리콥터 맘들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고등학교 때요. 학교에 매일 오시고 챙겨주고 하셨던 친구 어머니들이 계셨어요. 근데 대학 진학한 뒤에서는 고등학교보다는 아무래도 자율성이 많잖아요? 대학에는 그런 어머니들은 안 계시고요. (웃음)

진행자 : 두 분의 부모님은 어떤 유형의 부모님이었나요?

최민선 : 저희 엄마도 완전히 신경 안 쓰세요. 다 알아서 잘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오히려 간섭해줬으면 이런 마음이 든다는 말인가요?

최민선 : 당연히요. 북에서도 저희 엄마는 공부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계산하고 돈만 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여서 저는 그렇게 성적 좀 올려라 막 그렇게 얘기하는 부모들이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해요. (웃음) 가끔 엄마한테 서운한 점이 있었습니다.

장희문 : 저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그래도 옆에서 충고 해주는 정도였지 과도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요즘 교육열이 과하다 이런 비판도 있고 이런 비판 속에서 헬리콥터 맘이니 하는 말들이 만들어진 것인데요. 제가 프로그램 시작하면서는 사실 두 분 중에 한 분은 우리 엄마는 헬리콥터 맘이었다고 얘기해주실 내심 바랬는데요. (웃음) 현실보다 과장된 걸까요?

최민선 : 아뇨, 실제로 좀 느껴지죠. 예전에 강남 쪽에 살았었는데 동네 친구들 보니까 새벽 1시쯤 집에 와요. 학원이 그때 끝났데요. 무슨 학원이 새벽까지 하나 너무 힘들겠다 싶었어요.

진행자 : 학원, 즉 학교 이외의 사교육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과도한 교육열의 부작용이죠? 특히, 이런 사교육이 가정의 큰 부담이 되고 있고요.

장희문 : 근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변에 그런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공부한 친구들 대학 와서 만나봤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아요.

진행자 : 그런데 왜들 이렇게 얘들에게 공부, 공부하는 걸까요?

최민선 : 당연히 잘 살라고 그러는 거죠. 부모 세대보다 공부해서 더 나은 삶을 살라고요.

진행자 :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가고 좋은 직장 잡고... 인생이 꼭 그렇게 흘러가진 않지만 일단 이런 방식이 안정적이니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민선 : 네, 좋게 생각하면요. (웃음)

진행자 : 북쪽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어때요?

최민선 : 북한은 부모들보다 선생님들이 공부에 더 열성이세요. 그런데 무조건 외워라 좀 강압적이죠. 부모님들은 안 그래요. 오히려 돈만 셀 줄 알면 된다, 학교에 가면 뭐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

진행자 : 아무래도 북한 사회는 공부로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적잖아요? 한계도 있고요. 그래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최민선 : 그런 면이 많죠. 농장원의 자식은 농장원이 돼야하고요. 사실, 공부를 잘 해도 필요 없어요.

진행자 : 그래서 인지, 교육 문제로 탈북 하는 사람도 요즘 꽤 있어요.

최민선 : 예,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사실 참 현명하신 분들이세요.

장희문 : 그런 걸 보면 북한 사회도 제대로 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최민선 : 그럴 수도 있죠. 북한에서 다른 나라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국에 오면 지식 면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고 보는 눈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은 역사도 김정일, 김일성 중심으로 배우고 교시를 많이 배우는데 사실 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저도 사실 잠 많이 잤는데요. (웃음) 거기서는 영어 같은 것도 배워주긴 하지만 필요성을 많이 느끼진 못하죠. 인생에 대한 어떤 목표 때문에 학업을 하기보다는 그냥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커요, 반면, 여기는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그것을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하거든요. 결국, (공부가) 필요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는 거죠.

진행자 : 사실 90년대 중후반에 고등중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북한의 교육이 거의 없었다고 얘기하는데 민선 씨 만해도 조금 다른 얘기를 하네요.

최민선 :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노어 반을 다 없애고 영어 반을 만들었고요. 차이가 있죠.

진행자 : OECD, 국가협력개발 기구 국가 중에서 남한이 교육열 1위입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교육비 지출 1위, 인구 중 대학졸업자 비중 4위입니다. 남한의 자원, 사실 인적 자원이 우리의 가장 큰 자원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이런 인적 자원들이 남한의 경제적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이죠. 그리고 거기에 이런 교육열이 큰 바탕이 됐다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장희문 : 정말 해외 어디를 가도 한국의 인적 자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해라... 이런 압박도 느끼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또 대학에 와서 저도 또한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최민선 : 얘기하다보니 남한의 교육열, 뭐 나쁜 게 아닌데요? 적당함을 지킨다면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행자 : 두 분 공부 열심히 하십니까? 공부해서 뭐를 하고 싶으세요?

최민선 : 저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부 열심히 해서 경찰이 돼서 통일 시대에 북쪽에 가서 보안원이 되고 싶어요.

진행자 : 물론 지금 민선 씨가 말하는 보안원은 지금의 보안원과는 틀리겠죠?

최민선 : 그럼요. (웃음)

장희문 : 저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진행자 : 우리는 보통 교육열 하면 부모의 아이에 대한 교육열을 얘기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공부하는 본인들이 가진 교육열이 일 것 같습니다.

남쪽의 지나친 교육열은 어느 학교를 나왔냐 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학벌 지상주의에서 나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벌보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 되는 사회가 돼야 이런 과도한 교육열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그런 비판에 동의하더라도 내 아이가 자칫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실천은 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바뀔 필요한 일이다'라는 공감대가 점점 더 크게 모아지는 게 요즘 남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두 분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장희문, 최민선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젊은 그대> 오늘은 남쪽의 교육열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