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다시 만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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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젊은 그대>가 처음 인사드린 것이 2010년 11월 첫 번째 주였습니다. 남쪽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생각과 행동, 또 탈북 청년들의 남쪽 생활과 그들의 심정을 전해보자 시작한 방송이 벌써 횟수로 3년이 됐습니다.

그 동안 청년 인권 모임 <나우>에서 방송에 출연하던 참여자도 몇 번 씩 바뀌었고 그 중 한 학생은 군대를 갔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친구도 있습니다.

<젊은 그대>는 오늘 시간을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는데요. 마지막으로 출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이정민, 김윤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무려 5명이나 함께 들어오니까 오늘 스튜디오가 앉을 자리가 없네요. 방송을 하면서 이렇게 함께 모인 게 처음이죠?

지철호 : 네, 정말 처음이에요.

진행자 : 11월 4일에 첫 방송이 나갔으니까 횟수로 3년이나 됐네요. 모두 첫 번째 방송, 기억나세요?

김윤미 : 기억나요. 저희는 질문지가 따로 없고 원고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처음 방송할 때 막 당황하고 어떻게 얘기할까 떨리고 머릿속에 정리가 안 돼서 말의 앞뒤도 안 맞고 횡설수설하다 끝난 것 같아요. (웃음)

진행자 : 사실 저도 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당황했습니다. 남한 젊은이, 탈북 청년들의 관심사를 전달해보자고 시작한 방송이었는데 시작해보니 남북 사회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젊은 세대의 관심사라는 게 상당히 접점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김윤미 : 두 사회의 문화가 너무 달라요. 이렇게 차이가 나니까 우리가 방송에서 했던 얘기를 청취자들이 잘 이해했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저도 몇 년 살다보니까 북한에 대해서 잊어버린 게 많거든요. 아마 들으시면서 쟤네들이 진짜 북한 애들이 맞아??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북쪽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 얘기하면서 저는 즐거웠는데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도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저는 방송을 통해서 북한의 새로운 일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북한에서 남한 비디오를 많이 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인지 몰랐고 그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주는 영향은 더욱 몰랐고요. 남한 중고 옷 사 입고... 이런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특히 그런 얘기는 윤미 씨를 통해서 많은 들은 것 같은데요?

김윤미 : 사실 남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은 없이 살아서 멋도 못 내고 그런 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북한 사람들이 굉장히 멋 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풍족하진 않지만 그 없는 속에서도 옷도 깔끔하게 입으려고 노력하고 멋 내고 집 꾸미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는 방송을 통해서 그런 북한의 얘기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아마 듣는 분들도 기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진행자 : 주변에 북한 관련 시민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끔 방송을 듣고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북한에도 그런 게 있나 처음 알았다... 그런 면에서 여기 유일한 남한 학생, 승은 씨도 방송 참여하면서 많이 배웠을 것 같은데요.

양승은 : 저는 아쉽게도 3개월 정도 짧게 방송에 참여했었는데 그 동안 배운 게 많습니다. 사실 살다보면 북한 주민이나 북한 문제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요. 방송을 통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차이점도 느꼈고 같은 점도 찾았고 그 가운데 미래에 대한 꿈도 꿀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 승은 씨는 방송을 통해 우리의 차이점보다는 비슷한 점을 더 많이 찾은 것 같은데요? 그리고 여기 정민 씨도 방송에 참여한지 얼마 안 됐어요.

이정민 : 너무 아쉽네요. 저도 한 3개월 됐는데요. 정말 첫날은 마이크가 앞에 있으니까 가슴이 뛰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이 안나요. (웃음) 근데 저희 방송을 북한에서 듣는다는 사실이 저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진행자 : 그래서 학교 끝나고 달려고 모임이나 시간제 일 끝나고 부랴부랴 방송하러 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부심이나 긍지감도 있었겠지만 방송에 대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그랬던 것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여기 철호 씨는 무슨 주제든지 얘기만 나오면 희망, 미래, 꿈... 굉장히 이런 얘기 좋아했습니다. (웃음)

지철호 : 여기는 먹고 살만 하잖아요. 근데 북한은 아무리 노력해도 힘들게 살거든요. 그 사회는 꿈이라는 걸 갖기 힘든 곳이니까요. 꿈이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정민 : 저는 아침에 쌀 씻을 때가 하루 중에 제일 행복해요. 북한에선 아침에 하얀 쌀을 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작은 일상이 주는 행복과 소중함... 그런 얘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윤미 : 평상시에는 북한 생활을 잊어버리고 살아요.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또 앞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커서 과거에 대한 건 잊고 삽니다.

진행자 : 근데 북한에서의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윤미 씨뿐이 아니에요. 여기 다들 가물가물합니다. (웃음)

김윤미 : 그러니까요... 거기서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단 몇 년 동안에 그걸 잊어버린 것이잖아요? 이 방송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그 때를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됐고 또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방송을 통해서 저는 북한과의 연계를 계속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거든요. 그게 든든하고 긍지도 되고 그렇습니다. 또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엔 남한에 오는 꿈을 꾸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희 어머니도 남한에 오기 전엔 남한은 돈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줄 알았다고 하거든요.(웃음) 그런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현실을 알 수 있게 말씀드리고 싶었고 어쨌든 이렇게라도 얘기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우리 녹음하면서 기억 남는 주제가 있으세요?

이정민 : 의외로 재밌었던 것은 화장하는 남자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금방 했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요. (웃음) 남자 화장품이라는 게 남북 사회의 차이점이 정말 잘 나타나더라고요.

김윤미 : 저도 최근에 다뤘던 주제 중에 학교 내 음주 단속이요. 방송에선 학생들이 술을 별로 안 마신다고 말했는데 몇 주 지나서 알았습니다. 진짜 많이들 마시는 거예요! (웃음) 방송을 한 다음에 학교 동기들을 관심 있게 보게 됐는데 진짜 문제 있었습니다.

지철호 : 저는 운동회요. 사실 옛날 일 생각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나중에 자식들에게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제가 그런 말을 하게 될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웃음)

진행자 : 지금 윤미 씨가 말한 부분이 제가 주제를 정할 때마다 굉장한 걸림돌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여기 탈북 청년들의 관심사가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어떤 부분에서는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요.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좀 그래야겠는데 다들 너무 공부만 하는 것 같습니다.

김윤미 : 사실 여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잖아요. (웃음) 아무래도 여기서는 저희가 새로 적응을 시작하다 보니까 사회 전반적인 문제보다는 본인이 하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요. 저희의 한계라서 그건 좀 안타깝습니다.

진행자 : 이제 <젊은 그대>가 끝나면 새로운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가게 될 텐데요. 어떤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정민 : 연애 얘기요! (웃음) 젊은 세대들이 누구나 관심 있는 게 연애잖아요.

지철호 : 중동 지역에 확산되는 민주화 얘기요.

양승은 : 행복한 삶? 북한과 남한의 행복이 다를 수 있지만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 누구나 다 같지 않을까요?

사실 <젊은 그대>는 녹음할 때 웃음소리가 스튜디오 넘어 밖으로 들려서 핀잔도 많이 들었습니다.

방송 녹음을 하는 것이냐 잡담을 하는 것이냐... 이런 얘길 자주 들었는데요. 오히려 방송할 때는 이런 웃음소리를 다 줄이고 편집해서 방송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청취자들의 상황이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는데요.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 박장대소 소리, 여고생 같이 깔깔 거리는 소리를 방송에 모두 다 담아낼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젊은 그대> 인사드립니다.

INS - 이정민, 지철호, 양승은, 김윤미 마지막 인사

<젊은 그대>는 다음주, 새로운 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청취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