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개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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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개성시대, 개성시대, 개성시대... 남한 뉴스 보도

수제비도 개성시대, 자동차로 개성을 표현한다... 남한 텔레비전 방송의 보도 내용입니다. 북쪽에서는 '개성'이라는 말 잘 안 쓰시죠? 남쪽에서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개성'은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개인 고유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양말을 짝짝이로 신어도 남자가 머리를 허리까지 길러도 빨간 머리에 초록색 안경을 써도 개성이라는 이름 아래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와 나를 나누는 독자적인 것 그래서 나를 다른 사람과 확실히 구별하게 하는 것. 이 다름을 통해 새로운 것의 탄생과 발전이 가능하다 점에서 개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개성' 얘기 해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수연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개성시대'라는 얘기 들어봤어요?

이수연 : 저도 제 개성을 중요시 여깁니다. 고로, 개성시대 맞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수연 씨는 진짜 개성 있어요. (웃음) 철호 씨는 어때요?

지철호 : 저도 남들과 다르게 입고 다니려고 애써요. 남들이 밝은 색 옷을 입으면 어두운 색 옷을 일부러 입기도 하고...

진행자 : 지금 철호 씨가 입는 것에 대해 얘기했는데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일이 단지 겉모양을 꾸미는 건 아니지만 분명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부분은 겉모습입니다. 그래서 개성 시대, 겉모습이 중요하죠. 제가 아까, 수연 씨 굉장히 개성 있다고 얘기했는데 정말 요즘 남쪽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게 참 개성 있게 하고 다니죠?

이수연 : 저는 학교에 가면 전혀 튀지 않아요. 학교엔 워낙 더 개성 있게 튀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나우> 모임 같은 북한인권 모임 활동이나 교회에 가면 굉장히 튀죠. 인정합니다. (웃음) 근데 저는 이런 게 남쪽에 와서 나타난 증상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진행자 : 북쪽에서 참 개성 있기 힘들지 않나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잖아요?

이수연 : 네, 규제도 많고 단속도 많고요. 그런데서 튀면 불량하게 보이고 정치적 반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는데요. (웃음) 방송 듣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계신 분들은 진짜 공감하실 거예요. 사로청 단속대, 청년 규찰대... 잊지 못해요.

지철호 : 저는 청년동맹 비서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단속해야하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우리가 눈이 두 개인데 눈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갔어요. 그럼 눈 두 개인 우리가 이상하게 취급받잖아요? 그때는 사실 그게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정부의 하수인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행자 : 사실은 남쪽에서도 예전엔 고등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은 귀밑 3센티보다 더 머리가 길면 학교 선생님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했었는데요.

지철호 : 근데 그건 학교의 얘기잖아요. 그런 교육의 차원에서의 단속은 공감할 수 있는데 사회 전반이 그런 규율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문제죠. 그리고 여기서는 고등학교 졸업해서 대학에 가면 다 자유롭잖아요. 북쪽에서는 오직 개성이 허용되는 것은 일부 간부들 자제들이나 김 씨 일가 사람들뿐이죠.

이수연 : 사실, 저는 오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여기 나와 있는 거예요! (웃음)

지철호 : 아니, 내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건 아니잖아요.

이수연 : 맞아요. 그렇죠 (웃음) 북쪽은 당이 '아'하면 모든 국민이 '아'하고 수령이 '야'하면 국민도 '야'하는 사회인데 개성이라는 건 '야'하라면 그거 말고 '다'하고 싶은 것이잖아요? 이런 개인주의적인 것이 북한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라나는 십대나 청년들은 살기 힘들어요. 저는 어느 시점에선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왜 국가가 내 입는 걸 간섭하지? 나는 국가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않았고 오직 내가 입고 싶은 옷 입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내 몸을 가꾸겠다는데 왜 그게 반 사상적이 될까? 저는 이런 부분이 너무 고민스러웠어요.

진행자 : 수연 씨, 참 별종이었을 것 같은데 어느 사회나 그런 별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북한에도 분명 있겠죠.

이수연 : 사실, 제가 북쪽을 떠나올 때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는데요. 이런 개성의 표현 문제도 컸어요.

진행자 : 아니 근데 하지 말라면 안 하면 편하지 않았을까요? 수연 씨말대로 별게 아니잖아요?

이수연 : 그러면 지겹잖아요. (웃음)

지철호 : 북한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여기 와서 보면 사실 진짜 불쌍해요. 특히 여자들이요. 남자들은 사시사철 바지만 입고 다니지만 여자들은 머리 모양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화장도 하고 싶고 옷도 잘 입고 꾸미고도 싶고요. 근데 거기서는 그런 걸 하나도 못하니까요. 솔직히 북한이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절대 아닌 거죠.

진행자 : 근데 남쪽에 오면 이런 상황이 완전히 역전 되거든요? 개성 없으면 안 돼. 길거리에 팔리는 붕어빵도 다른 가게의 것과 조금 달라야 팔립니다.

지철호 : 붕어빵은 로에서(길에서) 구워서 파는 것이라서 따끈따끈하고 속에 팥 들어간 붕어빵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먹어본 붕어빵은 안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차가운 붕어빵이었어요. 진짜 고정관념을 확 깨주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그건 상품의 개성이죠.

이수연 : 얼마나 좋아요. 백화점에 가보면 여긴요, 상품의 천국이에요. 없는 게 없고 진짜 너무 물건이 많아요. 이렇게 물건이 많으니까 다른 제품과 조금이라도 다른 개성이 있어야 팔리는 거죠.

진행자 : 지금 수연 씨와 철호 씨도 얘기했지만 개성이 있는 상품은 재밌고 기존의 틀을 깨고 또 새롭습니다. 개성이라는 가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그런 건데요. 개성 있는 별종들이 내놓는 남들과 다른 생각이 창발성 있는 제품, 새로운 기술의 시발점이 된다는 거죠. 즉, 개성이 창발성을 이끈다는 얘깁니다.

이수연 : 그 말에 동감해요. 결국엔 북한 사회도 조금씩 변하잖아요. 우리가 직접 가보진 않았어도 뉴스 보도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데요. 좀 웃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별종들이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도 한 몫 한 거예요. (웃음) 이런 별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많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지철호 : 북한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아침에 짝짝이 양말을 신고 출근했는데 퇴근하면서 보니까 그게 유행이 돼서 다들 그렇게 신고 다니더라...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남한 사회는 빠르다, 추세에 민감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쪽은 개인과 사회의 연개가 굉장히 빠르구나 느꼈거든요. 그러니까 개성 있는 개인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큰 것이죠.

이수연 : 단편적인 실례로 '서태지와 아이들'요. 그들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문화는 정말 많이 변했는데 정말 서태지가 처음 나왔을 때는 개성을 넘어서 이상하다고 얼마나 말이 많았어요. 근데 이런 개성적인 가수 세 명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바꾼 거잖아요.

진행자 : 두 분이 다 대학생인데 진짜 남쪽에선 이런 개성이 폭발하는 시기가 또 대학 시절 아닙니까?

이수연 : 같이 수업 듣는 친구 중에 초록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빨간 안경 쓴 친구가 있는데요. 저는 참 용기 있어 보였어요. (웃음)

진행자 : 관건은 사회가 그런 개성을 받아들여줄 수 있느냐 하는 건데요.

이수연 : 참, 이게 역설적인 상황인데 이 사회는 개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곳곳에 아직도 유교적인,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요. 근데 저는 그래서 더 재밌어요. 그래야 튈 맛도 나고요. (웃음) 하지만 앞으로 남한 사회가 그걸 더 포용하고 개성을 더 존중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우리 보통, 선진국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어떤 국가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기본적인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이런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선진국, 선진 사회의 필수 요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선진국 얘기까지 갈 것 없이, 개성의 존중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각 다르게 태어났고 그게 바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바로 여러분이 가진 그 독특함, 개성에 대해 얘기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께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