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로 향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

북핵 문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올바른 결단을 촉구하는 전성훈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논평입니다. 논평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올 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 온 북한 핵문제가 점점 더 위기국면으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 2월 10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핵무기를 만들었으며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해서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었습니다. 3월 말에는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개편하고 북한의 핵무기 감축과 미국의 핵전력 감축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들어서는 영변의 5MWe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빼내서, 핵무기의 연료인 플루토늄을 추가로 추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이 갖는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의 지난 주 논평에서 자세하게 논한 바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을 연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이미 작년 가을에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댐 공사용 대규모 폭발이 있었기 때문에, 이 폭발이 혹시 핵실험이 아니었나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 지역에서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개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감시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남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을 마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고,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는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런 정황 속에서, 만약 북한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다른 조치들, 즉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 온 남한의 당국자들도 북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만을 자초할 것이며, 핵무기를 보유하면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만일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북한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의 남한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북한이 구사하는 소위 ‘벼랑끝 전술’로 다 같이 벼랑에 떨어질 수도 있지만 북한 혼자만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전술이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남한 당국자들의 이런 충고를 북한 정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안전을 보장받기 바란다면 상대를 위협하는 방법, 다시 말해서 인명을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이라는 군사적인 카드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면 할수록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정권을 교체하는 길 뿐이라는데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최근 제네바 협상의 미국 측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가 한 연설에서 북한 핵문제는 군사적 방안, 즉 폭격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교체의 문제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운이 감돌거나 분쟁이 발생하는 사태는 그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진정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제공자인 북한 정권이 민족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