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오늘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올해 77살의 김철호(가명)씨의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철호씨는 평양이 고향이며 현재 고향에는 1950년 한국 전쟁 때 헤어진 남동생이 살아 있습니다.
고향이 어디시고 언제 고향을 떠나셨나요?
고향은 평양입니다. 고향을 떠난 것은 1950년 처음 유엔군이 들어왔다가 철수했을 때 12월에 떠났죠.
당시 가족 분들은 어떻게 되셨나요?
그 때 부모님 두 분이 계시고 5살 아래 동생 하나와 저 그렇게 4식구였습니다.
식구가 모두 함께 나오지 못하셨나요?
처음에는 4식구가 모두 피난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피난민들이 너무 많아서 우왕자왕 하다가 저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식구들과 헤어졌습니다.
당시 상황이 자세히 기억이 나십니까
기억도 잘 없습니다. 많은 피난민 사이에서 뛰어 오다가 저희 아버지가 다리가 좀 불편했습니다. 부상을 당해서 그래서 빨리 걷지를 못했습니다. 저와 제 어머니는 한 20미터 먼저 가고 아버지와 제 동생은 뒤쳐져서 오다가 군중 속에서 헤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 어머니는 저를 두고 아버지와 동생을 찾는다고 다시 북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십만의 피난민들이 몰려나오는데 찾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헤어진 것입니다.
당시 선생님의 나이는 몇 살이었나요
18살입니다.
그러면 전쟁 통에 고아가 된 것이네요
말하자면 전쟁 고아가 된 것입니다.
그 후에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많이 했죠. 대구까지 흘러들어가서 한 7개월 근무하다가 부산으로 갔어요. 제 기억에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냥을 해서 먹고 살긴 했는데 그때는 보충병을 길에서 모집을 했는데 먹을 것도 없고 잘 곳도 없으니까 군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에 가족 소식은 못 들으셨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 어머니가 아들이 남쪽에 가 있는 것을 아니까 남쪽으로 오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 때 피난민 명부가 있었는데 몇 년 동안 찾았는데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부산도 찾고 대구도 찾고 조그만 도시들을 2년 동안 뒤졌는데 이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 전쟁 중에 사망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인가 97년인가 미국에 사는 제 친구가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그 친구도 이산가족인데 그 친구가 북한에서 선전 신문을 우연히 봤는데 이산가족을 찾는 기사가 실려 있는데 이것이 제 얘기라고 하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보니까 제 동생 사진과 함께 어머니의 젊었을 적 조그만 사진이 실려 있었어요. 내용이 제가 학교 다닐 때 내용이여서 가족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신문을 보시고 심정이 어떠셨나요
이루 말할 수 없죠. 살았구나. 죽지 않고. 그런데 그 신문에 마지막에 이 기사하고 관계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신문사로 연락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길로 집에 와서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해 12월달쯤 해서 집에 가니까 누리끼리한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편지가 왔어요. 동생이 보냈습니다. 그때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죠.
그럼 지금도 편지 연락을 하십니까?
편지 옵니다. 열흘 전에도 오고
또 그렇게 연락이 되는 경우도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것도 제가 잘 아는 친구의 눈에 어떻게 그 기사가 눈에 띄었나 모르겠습니다.
영화 같은 얘기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북한 신문을 보고 연락을 해서 이산가족이 연락했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습니다.
동생 분은 잘 지네고 계십니까.
편지 상으로는 김정일 수령님 덕으로 잘 지냅니다. 하지만 동생도 못산다는 얘기 못할 거고 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모릅니다.
특별히 동생과의 추억이나 얘깃거리가 있다면?
많죠. 아직도 내 동생 편지에 표현하는 사연을 보면 제가 기억하는 것에 80%를 기억하고 있어요. 내 동생도 나하고 같이 자라날 때 기억을 다 하고 있어요. 오는 편지를 보면 한번 두 번 읽어 보는 것이 아니라 열 번 스무번을 읽는데 늘 처음 보는 느낌입니다.
김호정 씨의 가족에 대해 소식을 아시는 분이나 그 밖에 자신의 이산가족의 사연을 전달하고 싶으신 분은 RFA '이산가족 이야기' 담당자 앞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편으로 보내실 분은 일본 동경 중앙 우편국 사서함 507호로, 이메일, 즉 전자우편으로 보내실 분은 nk@rfa.org, 팩스를 이용하실 분은 미국 팩스 번호 202-530-7765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