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사진 정보, 쉽게 접하도록 할 것”

최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 교통초소의 모습.

교통초소 앞에 차량과 사람들이 서 있고, 보안원들이 주민의 이동상황을 검사하는 약 2~3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곧바로 위성사진을 통해 위치를 추적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사무실에서 만난 멜빈 연구원은 동영상을 살펴본 지 5분도 안 돼 위성사진에서 당시 교통초소 앞의 차량이 다른 도시에서 성천군으로 들어가는 중이라고 분석합니다. 동영상에 포착된 건물의 위치와 모양 등을 위성사진과 비교해 정확한 방향을 파악해낸 겁니다.

또 멜빈 연구원은 차를 타고 이동 중인 동영상 속 배경과 '10호 초소'라는 단서 하나만으로 이곳이 어느 지역이라는 것을 정확히 집어냅니다. 동영상 속 민둥산의 모습, 산의 경사면 등 세밀한 부분까지 위성사진을 비교해 지역과 장소는 물론 최근의 변화까지 분석해냈습니다. 즉, 북한의 언론매체가 소개하거나 외국인 관광객, 외국 언론 등이 공개한 사진, 동영상만으로도 위성사진을 이용해 북한 구석구석을 파헤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10년 가까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멜빈 연구원은 이미 북한 전역의 도와 군, 리, 동 등 지리는 물론 군사시설과 아파트, 농장, 시장, 공장의 위치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위성사진에서 북한 전역의 도로와 철도, 전력공급망과 함께 각종 기반시설의 위치와 변화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북한 최고 지도부의 거주공간과 관련 시설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위성사진을 이용한 북한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는 형식 (web-based platform)으로 바꾸고, 앞으로 북한의 변화를 계속 추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과 학자, 정책입안자, 민간단체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전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또 멜빈 연구원은 위성사진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와 변화, 최근 공개처형 장면까지 포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urtis Melvin] 위성사진이 아니면 은둔 국가인 북한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겁니다. 위성사진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어떠한지 알려줌과 동시에 북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 매체와 보도자료, 탈북자 인터뷰, 한국 언론은 물론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과 사업가, 민간단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얻은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는 '크라우드 소싱' (crowd-souring) 기법으로 북한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여러 곳에서 수집한 작은 정보를 위성사진과 비교해 분석하고 과거의 자료와 대조하면서 변화와 의미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AP통신도 지난해 10월, 위성사진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민간 기관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