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투표율 100%의 내막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5.07.21

앵커: 북한은 지난 19일 치러진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선거자의 99.97%가 투표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에서 치러지는 모든 선거에서 투표율이 100% 가까이 나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한에서 그런 투표율이 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데요.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그 속사정을 전해드립니다.

그간 북한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투표율은 예외 없이 100% 가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세계에서는 그 같은 투표율이 북한당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투표율은 숫자를 조작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런 투표율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사전에 북한당국이 치밀한 준비공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무원 출신의 한 평양 주민소식통은 “해외에 장기 주재하는 외화벌이 일꾼, 식당 종업원, 해외주재 공관원, 해외파견 노무자 등은 선거자(유권자) 숫자에서 제외시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남한처럼 재외국민투표 제도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이들을 선거자(유권자)에 포함할 경우 투표율이 내려가기 때문에 아예 유권자에서 제외해 버린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행방불명자와 실종자도 선거자(유권자)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거주지를 떠나 여행 중인 사람들이나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이동투표를 통해서 모두 투표를 한다는 얘깁니다.

“이동투표란 투표장에 나올 수 없는 병원 환자 등에 투표함을 직접 가져가서 투표를 하도록 하는 제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지 여행자들에겐 현지에 외지인을 위한 투표함이 별도로 마련되어 그곳에 투표를 하며 이 또한 이동투표로 불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북한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100%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투표인 명부가 확정되고 난 이후 투표 당일까지 사이에 사망자와 뛴 사람(탈북자)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지난 19일 치러진 지방선거를 두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선거자의 99.97%”가 투표를 했다며 “다른 나라에 가 있거나 먼바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거에 참가하지 못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대해 평안북도 주민 소식통은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선거자(유권자)의 0.03만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처음부터 선거자 숫자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는 앞서의 평양 소식통의 증언을 뒷받침했습니다.

한편 과거엔 투표함을 흑백 투표함으로 구분하여 찬반투표용지를 따로따로 투입하도록 했으나 현재는 투표함이 하나밖에 없고 대신 반대표를 하고 싶으면 선거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투표용지에 가위표(X표)를 하도록 해서 100% 찬성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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