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COI 조사 후 7년의 생활상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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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7년 전 2 17일이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리기 몇 주 전이었는데요. 호주 연방 대법원 판사를 역임한 국제적 법률가 마이클 커비가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커비의 손에 두꺼운 보고서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요. 세계 여러 기자들 앞에서 마이클 커비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보고서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북한의 최고위급이 만든 정책들로 인해, 광범위한 수준의 반인도범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에서 자행되었고 현재도 계속 자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유엔 COI 즉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북한인권 보고서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기자회견의 모습입니다.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커비 위원장은 덧붙여, “여기에 나오는 인권유린들의 심각성과 규모와 성격을 봤을 때, 이 나라와는 동시대에 견줄만한 유사한 사례가 없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해 본 결과, 북한당국 차원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인 반인도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유린들은 살해, 노예제도, 고문, 성폭력,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토대에 따른 인권유린, 강제이주, 납치, 식량문제 등이며, 반인도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정책, 국가기관과 인권유린을 묵인하는 관행들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따라서 국제형사재판소가 나서서반인도범죄를 자행하는 개별 책임자들을 기소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 후 국제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기초해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판단해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는 거대한 잣대로써 역할을 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제형사재판소가 반인도범죄의 책임소재를 판가름해야 한다는 해결방법도 권고했지만, 북한 주민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나 먹고사는 문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권유린들도 해결하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해외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던가, 당국이 강제로 직장과 거주지를 지정해주지 말라는 권고도 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허가증 없이도 이동할 수 있게 허락하라. 주민들이 인터넷과 국제적 통신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하라, 총화나 강연회, 학습 같이 사상교육에 강제로 참여시키지 말라는 권고도 있습니다. 인민반을 통해서 주민의 사생활을 감시하지 말라는 권고도 있고요. 시장 경제활동을 합법화할 것, 그리고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사경제 활동을 하도록 허용하고 지원하라고도 했습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행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말씀 드린 권고 내용들이 청취자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에서 반영된 것처럼 보이나요? 저는 2018년과 2019년 어간에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 여러 명을 만나서 북한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달라진 점들을 들어봤는데요. 유엔의 위원회가 권고한 바대로 변화된 점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좋은 편이었던 한 30대 여성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총화, 학습, 강연회는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답니다. 그 대신에 공장 지배인에게 매달 50위안을 바쳐야 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이처럼 돈을 주고 학습이나 총화도 면제 받고 개인 장사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당국이 주민들을 사상 이념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를 체계적으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위해서 돈을 주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중적으로 불합리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만 따지자면 주민들이 총화와 학습에서 자유로워진 사실은 확인한 듯합니다.

이동의 자유도 비슷합니다. 차판장사나 달리기를 하면서 다른 도나 시에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더 나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경제활동이 발전됐지요. 이러한 경제활동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동이 자유로워야겠는데요. 국경지역과 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초소통과를 위해서는 담배막대기 몇 개나, 십 여 달러를 주면 된답니다. 이것도 이동의 자유를 돈을 주고 산 것처럼 보입니다. 법집행 관련 절차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허다했습니다. 국경을 넘어 탈북을 시도했다가 잡혀서 보위부 구류장에 갇혔는데, 남한에 먼저 간 가족이 2천 달러를 보내줘서 풀려난 경험도 들었습니다. 남한행을 시도한 것이었기에 국제사회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정치범 관리소로 보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남한 노래를 듣다가 잡힌 경우도 재판소 소장에게 큰 돈을 고이고 단련형으로 형을 낮춰 받기도 했다는데요.

이렇게 탈북민들이 들려준 사례들을 보니, 현상적으로는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권고한 바대로 조금의 자유로움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은 주민들의 경제 사회 생활에서 가져야 할 여유와 자유로움이 뇌물을 고이고 얻어 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니 돈 있는 사람은 비교적 자유롭고 돈 없는 사람은 당국의 통제 하에서 인권유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 현상 역시 북한당국이 자행하는 인권유린의 한 형태로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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