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아직 철의 장막이 존재하는 북한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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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대중예술 공연이 하나 열렸습니다. ‘록앤롤’이라는 종류의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인 ‘본조비’가 30년만에 다시 모스크바의 대중공연 무대에 섰는데요. 30년 전이라면 1989년이지요.

1989년은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냉혹했던 냉전체제가 막을 내리기 시작하던 그해 입니다. 지금은 루츠니키스타디움이라고 부르는 모스크바의 국립경기장 당시 중앙레닌경기장에서 그 해 8월 중순 이틀 동안 ‘모스크바음악평화축전’이 열렸습니다. 세계평화를 촉구하고 마약 남용에 대항하는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 이 대중음악 공연의 본래 취지였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에서 온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대중음악 밴드와 소련 대중음악 그루빠들이 함께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 모스크바음악 평화축전은 서방 대중음악인들이 역사 이래 최초로 동구 유럽국가에서 진행한 음악 공연으로 기록됩니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반 세기 동안 전 지구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동서 진영 사이의 냉전체제 붕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레닌경기장의 이 역사적인 세계음악인들의 평화축전을 빠트리지 않고 얘기합니다. 이 공연이 있은 후 3개월만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 되고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했기에 모스크바 고르끼공원에서 불어온 ‘변화의 바람’ 즉 세계 변화의 동력인 문화의 힘으로 회자되는 것이지요.

1989년 중앙레닌경기장에서 평화축전을 준비했던 구 소련의 한 방송 일꾼은 NPR 라디오 방송 대담에서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서방 대중음악의 중심적인 음악인들이 모스크바로 대거 몰려와서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데 정말 멋졌습니다. 세계적인 대중음악인들이 레닌과 함께 한 무대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정말 놀라왔습니다. 1980년대 말 당시 사람들은 곧 변화가 올 거라는 걸 본조비의 무대공연을 보고 감지한 것 같아요.” 본조비라는 대중음악 밴드가 가져온 문화적인 힘을 이렇게 설명을 한 겁니다.

이 모스크바 축전에 참여했던 밴드 중 하나인 미국출신의 본조비가 지난주에 30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했기에 세계 사람들이 주목을 했습니다. 본조비는 전세계의 15개 국가의 19개 대도시를 여행하면서 음악 공연을 진행한다는데요. 역사적인 도시 모스크바에서 전 세계 대상 음악공연을 시작한다니 더욱 의미있게 보입니다. 루츠니키 경기장의 지난주 본조비 공연을 취재한 NPR 라디오 방송 기자는 이번 본조비 공연을 구경하러 온 한 중년의 메드베데바라는 가정주부와 대담을 나눴습니다. 30년전 십대 시절에는 못 봤던 본조비의 공연이지만, 이제 모스크바에서 이 같은 국제적인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은 대단한 일은 아니라며 시대가 변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나 취향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나라에 따라서 즐기고 싶은 문화의 내용과 형식이 달리 정해져 있다면 이는 너무나 불공평한 차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차별이 이젠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현재 시대의 대중음악은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 1990년대를 지나면서 말그대로 국제화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0년 전 지구 상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철의 장막이 존재해서 지구의 동쪽과 서쪽은 정치 외교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적 교류도 없었는데요. 서구의 청년들이 열광하는 록앤롤이라는 음악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본성인 자유의 가치와 분위기를 발산하고 청년의 반항정신과 사회정의를 노래했지만, 동구유럽에서는 이념적 이유로 금기하던 문화였지요. 그랬기 때문에 1989년의 모스크바 음악평화축전이 구 소련의 청년들에게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겁니다. 이제는 전 지구가 인터넷 덕분에 실시간으로 같은 문화와 문명권 안에서 같이 느끼고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 문학, 운동, 음악 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하나의 지구촌이 됐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대중음악 그룹은 지금 전 세계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전세계의 젊은 사람들은 국적과 모국어에 상관 없이 한국어로 된 한국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즐기고 있습니다. 각 국가의 국경도 이념이나 정서적인 장벽마저도 무너뜨린 문화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 동서진영 간의 철의 장막이 없어진지 30년이 된 지금 지구는 이렇게 인터넷으로 하나의 문화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문명의 철의 장막을 휘두르고 있는 나라가 존재합니다. 그 속에 사는 청년들은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악 그리고 그 속에서 말하는 가치들을 향유하지 못 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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