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추석,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자유
2024.09.13
한국은 오는 주말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갑니다. 공식적으로는 다음 주 수요일인 18일까지가 추석 연휴인데요. 연휴 이후 목요일과 금요일까지 휴가를 내고 길게는 9일간 휴가를 가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명절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고 남한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추석 기간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최근 5년간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성인 1,270명에게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11.2%가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천공항은 이 기간에 하루 평균 20만 천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설문 응답자 60% 이상이 가족, 친지와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20%는 친구, 연인과 12.6%는 혼자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답니다. 이런 경향을 보면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은 말 그대로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한 인터넷 여행사가 발표한 추석 해외여행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일본이고 그다음이 윁남(베트남), 대만, 홍콩 순입니다. 추석 연휴로는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는 결과입니다. 또 여행을 가더라고 그 국가의 수도 등 대도시보다 작은 지방 도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석은 북한 주민들도 즐기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가을철 민속명절이지요. 노동신문은 추석에 즐기는 민족음식으로 송편이 있으며 씨름, 그네뛰기 같은 민속놀이도 즐긴다고 설명합니다.
정치 단위별로 민속놀이나 행사들을 조직해서 즐기시겠지만, 청취자 여러분들의 개인적인 추석 모습은 어떠한가요? 군대 간 아들, 딸들이야 고향으로 올 수 없다 하더라도, 먼 도시나 지방으로 출가한 딸이나 아들 내외는 부모님 뵈러 쉽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나요? 코로나 시기에 북한 안에서도 타지역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 지금은 좀 편히 이동할 수 있게 되었나요? 가족, 친지와 함께 추석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코로나 이전 시기만큼이라도 국내 이동이 자유로워졌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추석 명절마저도 국내 이동에 제한받지 않을지 조바심을 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서, 해외여행의 기회는 더 희소하기 마련이겠지요. 북한 주민들에게 해외에 나갈 기회란 극도로 제한적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 외화벌이를 위해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5백 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파견됐다는데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외로 파견되는 대단위 북한 노동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드물게 차려지는 해외 생활 경험인데 온전히 환영하지 못하는 게 국제 정세라 정말 아쉽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때문인데요. 2017년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형 시험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는 회원국들에 각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모두를 2019년까지 돌려보내라고 결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힘겹게 벌어들인 외화가 사용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로써 북한 주민들의 실낱같은 해외여행의 기회마저 대폭 축소되었고, 기존에 중국과 러시아로 파견된 노동자들도 떳떳하게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더 나은 생활 형편과 현대화, 문명화된 생활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세계의 여러 나라들로 나와서 돈도 벌면서, 외국 문화도 적극 즐기고 세계 돌아가는 현상들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입 중 80% 이상을 북한 당국이 가져가 핵무기 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생활비(월급)를 주는 데 쓴다는 것이죠. 이러니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이 해외로 나오는 소중한 기회를, 북한 당국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북한 주민들을 북한 땅 안에만 가둬두는 당국은 물론 그들의 핵무장 계획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타지에서 생활하는 북한 청취자분들은 고향은 잘 다녀오시려나 생각해 봤습니다. 모쪼록,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날 다복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